■ 방송 : 시사IN 유튜브 〈정치왜그래?〉(매주 화요일 저녁 7시 / https://youtube.com/sisaineditor)
■ 진행 : 장일호 기자
■ 대담 : 박성민 전 민주당 최고위원, 장혜영 정의당 의원

박성민 전 청와대 비서관(왼쪽)과 장혜영 정의당 의원. ⓒ정치왜그래?
박성민 전 민주당 최고위원(왼쪽)과 장혜영 정의당 의원. ⓒ정치왜그래?

“무더기 이탈표는 ‘정치적 경고’ 이재명 표결 결과 상당히 무겁게 받아들여야”
“원색적 비난으로 ‘이재명 코인’ 타려고 하는 국민의힘 자중해야”
“무기명 안전장치가 있을 때 드러난 익명의 다른 생각들… 불확실성 커진 민주당”
“‘아시타비’ ‘시정농단'… 검찰의 구속영장청구서 국민의힘 대변인이 쓴 논평처럼 보여”
“한동훈 15분 국회 연설 사법정의 이상의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처럼 보여”
“법무부 장관에게 주어지는 마이크 권한을 검찰 대변에 활용하는 건 부적절”

■ 진행자 / 첫 번째 주제 ‘상처 입은 이재명 리더십'부터 이야기 나눠보죠. 2월27일 국회 본회의에서 표결에 부쳐진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이 최종 부결됐습니다. 부결은 예측할 수 있었는데 무더기 이탈표는 예상 밖이었습니다. 297명이 무기명으로 투표한 결과 찬성이 139명, 반대가 138명, 무효 11명, 기권 9명이었고. ‘출석 의원 과반 찬성’ 조건을 채워야 되기 때문에 148명 이상이 찬성해야 해야 가결되는데 그걸 채우지 못해서 최종 부결됐습니다. 문제는 민주당 의석수가 169석이잖아요. 그래서 이번 표결에서 최소 31명이 이탈한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는데요. 박성민 최고위원님 이번 결과 예상하셨습니까?

■ 박성민 / 저는 사실 좀 충격받기는 했습니다. 왜냐하면 제가 그동안 방송에서도 최대 5표만 이탈할 것이라고 얘기를 했었는데요. 왜냐하면 여의도에 가서 의원님들 만나봐도 검찰 수사가 부당하고 무리하다는 공감대는 확실히 있었거든요. 그건 친명계 의원이나 비명계 의원이나 다 상관없이 사실은 민주당이 가지고 있는 공통된 정서였다고 저는 파악을 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에는 이탈표가 상당히 적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요. 결과적으로는 정말 많은 수가 이탈했죠. 어찌 됐든 최소 30명 이상 이탈표가 발생했다는 건 ‘정치적 경고’를 보냈다고 해석할 수밖에 없고, 이재명 대표 역시 이번 표결 결과를 상당히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생각은 듭니다. 다만 저는 좀 경계해야 된다고 생각하는 게 지금 국민의힘에서는 상당히 원색적 비난을 쏟아내고 있어요. “정치적인 사망 선고” 같은 발언이 계속 나오잖아요. 저는 이런 식으로 ‘이재명 코인’을 타려고 하는 국민의힘 행태는 좀 경계해야 한다고 생각하고요.

■ 진행자 / 국회에서 의사진행 안건 협의를 할 수 있는 교섭단체 기준이 20명이거든요. 그걸 생각하면 최소 30명 이탈이라고 하는 게 굉장히 크게 보입니다. 가능성은 낮겠습니다만, ‘분당’ 가능성 얘기도 그래서 나오는 거 같고요. 장혜영 의원님은 투표 현장에 계셨잖아요. 분위기는 어땠나요?

■ 장혜영 / 현장 분위기가 진짜 제가 국회 3년 있으면서 가장 드라마틱했어요. 무기명 투표가 한 사람 한 사람 들어가서 수기로 작성하는 것이기는 하지만 ‘가’ 아니면 ‘부’이기 때문에 금방 끝나거든요. 손으로 검표를 하더라도 금방 결과가 나오고 어려울 게 하나도 없기 때문에 결과 발표 자체가 늦어지니까 약간은 다들 웅성웅성했죠. 마지막에 흘려쓴 글자를 두고 무효표 여부 가리면서 좀 시끄러웠고요. 의원님들 사이에선 ‘아 그냥 가위바위보 해라!’ 이런 이야기도 나오고요. 지난 3년 동안 만날 한 게 투푠데, 그걸 제대로 못해서… 이게 1시간40분이나 끌 일인가 싶기도 하고요. 진짜 짜증 나는 건 그걸 한동훈 장관이 앉아서 계속 보고 있는 거예요. 안 그래도 국회를 우습게 보는데, 이게 얼마나 또 우스워 보이겠어요. 의견이 다를 수는 있지만 투표는 좀 제대로 하면 좋겠다 싶었고요. 결과 자체는 정말 의외였기 때문에 다들 얼떨떨해하는 느낌이었어요.

■ 진행자 / 정의당은 당론으로 가결을 결정하셨죠?

■ 장혜영 / 많이들 혼동하시는 게 이번에 투표로 체포를 해라, 구속을 해라를 결정하는 게 아니거든요. 영장실질심사를 받는 문제였고, 체포동의안의 경우 당에서는 특권 내려놓기 차원에서 가결 당론을 오래전부터 갖고 있었죠. 저는 투표장 안에서 의원들의 고민이라고 하는 게 다양했다고 생각하고 싶어요. 검찰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지실 수도 있지만 영장실질심사는 국민들 모두가 받는 것이기도 하잖아요. 말하자면 방탄으로 보일 수 있는 행보를 가는 것이 맞는지, 또 (이재명 대표가) 불체포특권을 내려놔야 한다는 공약을 직접 하시기도 했잖아요. 그런 여러 문제의식이 섞여서 이런 결과가 나온 거 같아요. 여러 해석의 전쟁이 벌어질 텐데, 저는 오히려 민주당 안에 다양한 고민들이 있구나라는 걸 확인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 진행자 / 다양한 의견이 있어야 건강한 정당이라는 말씀인 것 같아요. 민주당 안에서는 이탈 표가 워낙 많기 때문에 조직된 표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 박성민 / 근데 저는 그거는 아무도 모른다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물론 의심할 만한 여지는 충분히 있습니다. 삼삼오오 친한 분들끼리 이야기하면서 공감대를 나눴을 수는 있지만, 저는 이 논란이 그러니까 이게 ‘기획이냐, 아니냐’라는 이 과정 자체에 영양가가 너무 없다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이게 일단 무기명 투표라 사실은 아무도 모르는 거거든요. 저는 지금 상황에서는 그 과정을 돌이켜볼 게 아니라, 이제 결과를 직시해야 된다는 생각입니다. 기획됐냐, 아니냐라는 건 과정에서 원인을 찾는 거예요. 원내지도부는 상당히 열심히 설득도 하고 의원들 공감대가 만들어졌다고 생각했는데 왜 설득이 잘 안 통했는지를 생각해야겠죠. 그리고 겉으로는 의사 표시를 안 했지만 그동안 당의 행보나 대표의 행보에 대해서 우려를 표했던 사람들이 있었거든요. 비공식적으로도 많았을 겁니다. 그 의견들을 다시 한번 돌아볼 필요가 있는 것이고요. 이제 앞으로 어떻게 해갈 거냐가 더 중요하잖아요. 뒤로 가지 말고 앞으로 가야죠.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체포동의안 표결 다음날인 2월28일 서울 은평구 수색초등학교에 방문했다. 학교 급식실 노동자 폐암 진단과 관련해 관계자 설명을 들으며 조리실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체포동의안 표결 다음 날인 2월28일 서울 은평구 수색초등학교에 방문했다. 학교 급식실 노동자 폐암 진단과 관련해 관계자 설명을 들으며 조리실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 진행자 / ‘이대로는 총선 못 치르는 거 아니냐’는 이야기가 당내에서 계속 나오기 때문에 민주당으로서는 돌파구 마련이 절실한 상황입니다. 그 와중에 이재명 대표가 민생 행보를 바로 소화하면서 당내 혼란 상황을 수습해보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 아닌가 싶은데요. 민주당 상황이 또 긴밀하게 협의해야 할 게 많은 정의당에도 영향이 있을 것 같은데, 보시기에 어땠나요?

■ 장혜영 / 현실적으로 민주당 입장에서는 불확실성이 좀 커진 상황이라는 거를 부정하기는 어려울 거라고 생각해요. ‘압도적 부결’이라고 했을 때 명시적으로 다른 목소리를 내는 분들이 계시지는 않았는데, 무기명이라고 하는 안전장치가 있을 때 드러난 익명의 다른 생각들이 있는 것이죠. 지금까지 단일 대오를 유지해 왔던 것은 검찰 수사가 계속 조여오는 상황에서 피할 수 없는 선택이었는데요. 이 안에서 그럼 다른 전략을 어떻게 구사할 수 있을 것인가라는 질문이 남죠. (표결 결과) 다른 목소리가 많다는 건 알았는데 그런데 돌파할 상황 자체는 주어져 있는 선택지가 많은 게 아니니까. 이 다음에 사실 상황을 주도해나가는 그건 지금으로서는 검찰이잖아요. 영장을 언제 칠지, 안 칠지를 정하는 것도 검찰 쪽인 거고. 당장 민생 의제를 민주당이 안 던지는 건 아니거든요. 힘을 받기 어려운 상황인 거죠.

■ 진행자 / 오늘(2월28일) 거취 표명 질문에 이재명 대표가 이렇게 답했습니다. “이재명을 잡느냐 못 잡느냐 같은 문제보다 물가를 잡고 경제를 개선하고 사람들 삶을 더 낫게 만드는 문제에 관심을 가져달라.” 하지만 대통령실 관계자 말로 영장 청구가 “이번 한 번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라는 말이 나오는 상황이라, 지금 분위기라면 앞으로 추가 영장 청구가 왔을 때는 이번처럼 부결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잖아요. 검찰 수사가 무리하다는 지적과 논란 역시 계속 있고요.

■ 장혜영 / 무리한 수사의 기준이 뭐냐 했을 때 각각의 건에 대해서 평가를 할 수 있다고 보는데, 대장동 특혜 의혹 자체가 완전히 사실무근한 거냐라고 하면 이거는 사실 지난 대선 경선 당시 민주당 안에서 먼저 불거져 나온 의혹이잖아요. 그럴 정도로 ‘대장동 리스크’에 대한 의혹은 보편적인 것이죠. 그러나 검찰의 수사에 문제가 있다고 보는 것은 검찰이 범죄 혐의에 대해 수사해야 된다고 하는 사법 정의를 추구하는 것 이상으로 정치적인 의도가 있다는 느낌을 너무 많이 국민들에게 주기 때문인 것 같아요. 당장 이번에 이재명 대표 구속영장청구서 같은 경우 주민등록번호도 지워지지 않은 상태로 막 돌아다니던데, 그 안에 쓰여 있는 내용을 보면서 이게 국민의힘 대변인이 쓴 논평인가 싶을 정도였거든요. 수사 차원의 사실 적시 문제를 넘어서서 정치적인 규정들, 정치적인 공격들 이런 언어들이 굉장히 많이 들어갔고요.

■ 진행자 / ‘삼척동자도 다 알 거다’ ‘아시타비’ ‘시정농단’ ‘징역 11년 받을 게 분명하다’ 이런 말들 말씀하시는 거죠?

■ 장혜영 / 맞습니다. 그리고 그 연장선상에서 한동훈 장관이 나와서 15분 연설하셨던 것은, 의원이 되고 나서 하셨으면 차라리 모르겠는데 법무부 장관으로서 말을 하는 거라면 절제할 줄 알아야 되는데, 필리버스터 하시는 줄 알았어요. 너무나 정치적인 방식으로 제1야당의 대표에 대한 초유의 구속영장을 집행하겠다고 나서는 모습을 보면서 거기에 ‘사법 정의 이상의 정치적인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니냐’라고 하는 국민적인 의구심을 증폭시키고 있는 것이죠. 게다가 야당 대표한테는 이렇게 하면서 영부인에 대한 주가조작 의혹에 대해서는 2년 반째 소환조사 한 번 하지 않은 종류의 부당한, 어떤 불공정함까지 있기 때문에. 그 부분에 있어서 검찰이 가지고 있는 정치적인 의도에 대한 비판은 저는 충분히 가능하다고 봅니다.

■ 진행자 / 한동훈 장관이 이재명 대표 구속 필요성을 설명하면서 ‘사기적 내통’ ‘(정진상은 이재명의) 분신’ ‘단군 이래 최대 손해’ 이런 표현들을 사용했어요.

■ 박성민 / 지금 성남시가 손해를 본 액수 자체에 대해서 법적인 공방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에요. 쉽게 말하면 지금 검찰이 성남시에 몇천억 원대 손해를 입혔다고 하는 그 금액은 이 사업이 설계되던 당시 검토했던 실무자가 만약에 성남시에 환원하는 이익의 비율을 70%로 조정했을 때에는 이 정도 금액까지도 우리가 이익을 가져올 수 있다, 정도의 내부 검토 문서거든요. 그때는 사업이 시행된 뒤도 아니고 사업을 검토하는 단계에서 실무적으로 검토한 보고서를 내밀었을 뿐인데 그 보고서의 의견을 바탕으로 ‘성남시가 원래 이 실무진이 검토한 대로 이익을 거둘 수 있었는데 일부러 그것을 민간업자에게 몰아줬다’라고 하는 게 지금 검찰의 시각이에요. 법적으로 다퉈볼 여지가 있죠. 지금 한동훈 장관의 비유를 보면 단군 이래 최대, 이거는 본인이 어떻게 알아요? 그 금액 자체가 지금 확실하지가 않은데. 이런 식으로 정치적으로 프레임을 만들어서 싸우고 있는 건 한동훈 장관이고, 정치를 하실 거면 이제 법무부 장관직을 내려놓고 하셔야지 본인이 판사도 아닌데 어떻게 그것을 유죄로 확신하나요? 그 자리는 나와서 개요를 설명하는 자리이지 검찰의 논리를 반복해서 학습시켜주는 자리가 아니란 말이에요. 검찰의 대변자로 활동하실 거면 검찰로 돌아가든가, 정치를 하실 거면 내려놓고 지역구를 준비를 하든가. 둘 중에 하나를 하셔야지 법무부 장관이기 때문에 주어지는 마이크의 권한을 권력을 그런 식으로 활용하는 거는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2월27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이 부결된 직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나와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2월27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이 부결된 직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나와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순신 인사, 처음부터 잘못… 3만 수사 경찰 지휘하는 자리에 검찰 출신이 왜 가나”
“경찰 수사권 독립을 상징하는 조직에 보낸 검찰 출신 인사, 경찰을 손 아래 두겠다는 목적”
“한동훈 장관이 자랑해 마지않았던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 문제 드러나”
“인사 검증 시스템 없어서가 아니라 검찰 출신이 모조리 쥐고 있는 게 문제”
“검찰 카르텔을 말 그대로 보여준 사건, 낙마하고도 누구 하나 ‘내 탓이오' 하는 사람 없어”
“정순신, 법적인 권력과 지식을 아들의 악행을 보호하는 데 쓴 것”
“수사의 최종 목표가 유죄판결? 낙마하면서까지 부적절 언행으로 부적격 인사임을 증명”
“윤석열 정부 국정철학은 수사… 후임 국가수사본부장도 검찰 출신 가능성 높아”

■ 진행자 / 한동훈 장관 이야기는 두 번째 주제 ‘검찰 공화국 증명한 정순신 인사'에서도 계속 이야기하게 될 것 같은데요. 국가수사본부장에 임명된 검찰 출신 정순신 변호사가 아들의 과거 학교폭력 문제가 불거지면서 28시간 만에 낙마했습니다. 일단은 국가수사본부장인 정순신 변호사의 낙마, 어떻게 보셨는지 궁금해요.

■ 박성민 / 총체적 난국입니다. 모든 게 잘못됐고, 처음부터 잘못됐어요. 경찰국 만들고 경찰을 틀어쥐겠다고 하는 정부의 의도가 뻔히 보일 때부터 정말 문제가 많다고 생각했는데요. 지금 시작부터 잘못된 게, 3만 수사 경찰을 지휘하는 자리에 검찰 출신 인사인 정순신씨가 왜 가냐는 거죠. 지금 우리가 정치적으로 합의해서 어떻게 보면 변화시켰던 그 체제 자체를 완전히 과거로 돌리는 거거든요. 검찰이 본인들 기득권을 놓기가 지금 싫은 거잖아요. 계속해서 경찰을 이제 본인들 손 아래에 두겠다는 목적이 저는 너무 명확했다고 생각을 하고요.

■ 진행자 / 간단히 설명드리면 검경 수사권 조정에 따라서 2021년에 국가수사본부라는 게 신설됩니다. 이 조직이 경찰 수사권의 상징 같은 조직인 거죠. 국가수사본부장 그러니까 정순신 변호사가 임명됐던 이 자리는 경찰에서는 서열 2위 치안정감이고 전국 3만 명의 수사 경찰을 총괄하는 자리입니다. 경찰의 수사권 독립 그리고 이제 검찰의 견제를 상징하는 조직에 검찰 출신을 보냈다, 이거부터 애초에 무리한 인사라는 얘기가 계속 나왔죠.

■ 장혜영 / 일단, 이름이 아깝다. 이름은 또 왜 순신이어가지고. 대한민국이 사랑하는 이름이 이순신이잖아요. 양심적으로 저라면 내 아들이 그런 학폭을 저질렀고 그 학폭 문제를 내가 내 기득권을 가지고 그런 방식으로 처리를 했으면 저는 적어도 이런 공직에는 나설 양심이 없을 것 같아요. 낯이 없을 것 같아요. 윤석열 정부에서 인사 사고가 나는 것은 한두 번이 아니기 때문에, 그래서 이번에도 ‘윤석열 정부가 윤석열 정부 했구나’라는 차원에서 저는 사람들이 좀 지겨움을 느끼고 있다고도 생각하는데요. 이번에 좀 새로운 부분은 한동훈 장관이 그렇게 자랑해 마지않았던 법무부 산하 인사정보관리단의 명성에 아주 명확한 금이 갔죠.

■ 진행자 /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이라고 하는 게 민정수석실을 폐지하면서 신설했는데 당시 한동훈 장관이 이렇게 말합니다. “인사정보관리단 설치는 음지에 있던 인사 검증 업무를 양지로 끌어내는 것이다.” “감시가 가능한 시스템, 질문할 수 있는 영역으로 가지고 온 거다.” 업무 투명성이 제고될 거다, 라고 강조한 바가 있죠.

■ 박성민 / 저는 그런 식으로 전임 정부 공격하는 게 좀 이해가 안 돼요. 이번에 인사 검증 시스템 문제 제기 이후에 두 가지 얘기가 나왔는데요. 일단 우리가 조국 때랑은 다르지 않으냐 이런 얘기도 나왔어요. 조국은 뭐 안 물러났는데 우리는 빨리 물러났다 이 얘기가 나왔고. 그다음에 “민간인 사찰 수준으로 검증하던 문재인 정부처럼 할 수 없다” 이런 얘기를 하셨는데요. 일을 안 하실 거면 월급을 반납하시든지. 국민들이 얘기하는 거는 민간인 사찰을 하라는 게 아니라 제대로 된 검증을 하라는 거예요. 근데 제가 봤을 때 이거는 시스템 탓을 할 게 아니에요. 인사 검증 시스템이 없는 게 아니라 있는데, 이걸 지금 검찰이 다 쥐고 있다는 게, 검찰 라인이 다 쥐고 있고. 결국에는 검찰이 본인들끼리 제식구 감싸기를 해준 거 아니냐, 검증 시스템을 마비시킨 거 아니냐라는 게 이 논란의 핵심이에요. 정순신씨가 서울중앙지검 인권감독관으로 있을 때 아들 학폭이 터졌고 당시 지상파에 보도가 나갔어요. ‘고위직 검사’라고 찍어서요. 고위직 검사가 지상파에 나왔는데 검찰 조직에서 그걸 파악 안 할까요? 하다못해 청와대에서 ‘무슨 행정관이 뭘 했다더라’만 나와도 다 압니다. 정순신씨가 서울중앙지검에 있을 때 당시에 한동훈 장관, 윤석열 대통령이랑 같이 있었어요. 또 이번에 검증을 담당했던 사람이 정씨랑 같이 근무했고요. 당시에 ‘카더라’가 돌든 내부에 소문이 돌든 아니면 정말 객관적 사실로 서로 암암리에 알고 있던 사실이든 모를 수가 없는 거죠. 나왔는데 덮고 갔거나, 아니면 모른 척해준 거 둘 중 하나죠.

■ 진행자 /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을 비롯해 대통령실에서 인사 추천과 검증을 총괄하는 자리에 모두 검찰 출신이 앉아 있습니다. 대통령실 인사기획관은 복두규 전 대검 사무국장이고요, 인사비서관은 이원모 전 검사, 공직기강비서관은 이시원 전 부장검사입니다. 국민의힘은 이렇게 말해요. “아들이 임명됐냐.” “연좌제다.”

■ 장혜영 / 국민들 화 돋우는 얘기라고 생각을 하고요. 박성민 최고위원님이 정확하게 짚으신 것처럼 국민들이 묻고 있는 것은 ‘알고도 덮었나, 아니면 몰라서 못했나’ 둘 중 하나라고 생각하는데요. 여러 정황을 봤을 때 알고도 덮었다, 그런데 여론이 악화하니까 황급하게 잘랐다고 보는 것이 이 상황에 대한 가장 합리적인 해석인 것 같아요. 경찰 위에 명확한 검찰 우위를 만들고자 하는 방향성이 윤석열 정부에서는 굉장히 일관되게 있었죠. 이상민 행안부 장관이 그렇게 실수를 많이 하고, 그렇게 일을 못해도, 그렇게 국민들한테 지탄과 미움을 받아도 (대통령이) 포기하지 않는 것은 어쨌든 그 역할 때문인 거죠. 행안부 장관으로서 경찰을 거느리는 위치에 자기 코드에 딱 맞는 사람을 꽂는다는 게 그만큼 윤석열 대통령한테는 중요했구나 라고 느껴지는데. 그 연장선에서 생각하면 국가수사본부장 자리도 자기 사람이어야 하는 거죠. 자기가 서울지검장이었을 때 같이 일했던 자기 사람, 심지어 한동훈 장관하고는 또 사법연수원 동기라네요. 그 때문에 알고도 묵인했다고 보는데. 이 정부의 많은 인사들은 특히나 요직에 있으면 있을수록 정치적·도의적 책임이라고 하는 부분의 뇌는 움직이지 않습니다. 그 엔진은 전혀 없고 오로지 법적인 잣대로만 생각을 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하는 얘기가 “몰랐다”죠. 정치적·도의적 책임의 세계에 살고 있는 우리들은 그 말이 얼마나 무책임하게 들리는지 이루 말할 수 없잖아요. 그런데 법적 책임의 세계에 살고 계시는 분들에게는 모르면 법적으로 책임지지 않아도 되는 거예요. 검찰 카르텔을 말 그대로 보여준 사건이라고 생각하고, 이렇게 낙마하고도 누구 하나 ‘내 탓이오” 하는 사람이 없다는 게 절망스럽고 분노하게 되죠. 검증 과정에서 돌다리를 안 두드리고 그냥 점프한 거예요. 대통령이 점찍어둔 후보자이기 때문에.

■ 진행자 / 대통령실이 이례적으로 빠르게 조치를 했어요, 28시간 만에. 여태까지는 보통 문제가 많아도 버티는 쪽이었잖아요.

■ 장혜영 / 수사를 했던 사람의 촉이 작동한 거라고 봐요. 빨리 손절해야 가장 리스크가 적다고 판단했겠죠. 특히나 여권 정치인의 가장 큰 적은 그 자녀였던 경우가 굉장히 많잖아요. 예를 들면 장제원 의원님도 그렇고요.

■ 박성민 / 저는 질이 너무 나빠서라고 생각을 했어요. 사회적 공분을 살 만한 내용이 여러 가지 포함되어 있는데, 일단 그 아들이 했던 언어폭력의 수위를 보면 “제주도에서 왔으니까 빨갱이다.” 도대체 이런 말은 어디서 들었나 싶을 정도의 이야기가 나오죠. 그리고 부모도 “몰랐다”라고 할 수가 없는 게, 학교폭력으로 강제 전학 처분을 받았는데 거기에 불복한 거예요. 재심 청구했지, 행정소송했지, 징계 효력 집행정지를 신청했지 이런 식으로 본인의 법적인 권력과 법적인 지식을, 소위 말해 아들의 악행을 보호하는 데 쓴 거예요. 심지어 교사도 그렇게 진술을 해요. 아이를 선도해보려고 노력했는데 아이가 집에만 갔다 오면 바뀌어 온다고. 철저하게 법적인 지식을 활용해서 아들의 죄를 조금이라도 덜 처벌받게 하려고 부모가 엄청나게 애를 썼다는 거죠. 이건 누가 봐도 부모가 아이를 뭔가 선도하고 교화하려는 그 목적보다는 우리 아이를 어떻게든 내가 가진 법적인 지식과 사회적인 자원과 돈을 동원해 감싼거죠.. 소송하려면 돈 들잖아요.

경찰 국가수사본부가 2대 수장으로 내정됐던 정순신 변호사의 낙마로 2월26일부터 직무대행 체제에 들어갔다. ⓒ연합뉴스
경찰 국가수사본부가 2대 수장으로 내정됐던 정순신 변호사의 낙마로 2월26일부터 직무대행 체제에 들어갔다. ⓒ연합뉴스

■ 진행자 / 정순신 변호사가 그만두면서 낸 입장문이 저는 또 놀라웠는데. “수사의 최종 목표는 유죄판결입니다”라는 대목이 있어요. 수사의 목적이 실체적 진실 규명이 아니라 유죄판결이라는 확신이 검찰이 일을 대하는 태도인가, 라는 생각도 들고요.

■ 장혜영 / 무죄 추정의 원칙, 불구속 수사의 원칙을 가지고 있는 민주공화국에서 가질 수 없는 태도죠. ‘망치를 들면 다 못으로 보인다’는 말이 있잖아요. 약간 우스갯소리기는 합니다만 검사 눈에는 사람이 범죄자와 예비 범죄자로 나뉜다고 하더라고요. 수사를 하다 보면 유죄를 만들고 싶어진대요, 검사님들하고 얘기를 해보면. 그렇기 때문에 수사와 기소를 분리해야 한다는 얘기를 우리가 그렇게 주구장창 해왔던 것이기도 하죠. 낙마하면서까지 자기가 왜 이 자리에 적절하지 않은지를 이렇게 보여준다는 점에서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 박성민 / 국민들의 분노를 직면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렇게밖에 말을 못한다는 거는 이미 자기 확신, 자기 신념에 가득 차 있는 사람 같고요. 본인의 한계를 아주 여실히 드러냈고 본인이 부적격자임을 본인 입으로 증명했다고 생각을 합니다.

■ 장혜영 / 본인의 한계만이 아니라 윤석열 정부식 법치의 한계도 드러낸 거죠. 법치도 중요하지만 그 이전에 정치와 도덕의 회복이라고 하는 게 이 정부에는 가장 시급한 가치 같아요.

■ 진행자 / 이번 일을 계기로 인사 검증 시스템 보완될까요?

■ 박성민 / 소위 말해 검찰 라인으로 쭉 줄을 세워놓고 ‘패밀리 정신’을 가진 사람들 사이에서 시스템을 보완한다고 나아지겠나 싶어요. 지금 검찰 출신 인사한 게 한두 개입니까? 필요하면 갖다 써야죠. 근데 그게 아니라 오만 곳에 다 검찰을 계속 끼워넣고 검찰 출신 인사들을 임명하고 있잖아요. 그 과정에서 이렇게 드러나는 총체적 부실이 저는 단순히 시스템의 문제일까? 하는 생각이 계속 들어요.

■ 장혜영 / 인사 검증을 하는 시스템부터 검증이 좀 필요한 거 같아요. 관련해 여러차례 국회가 질의했음에도 ‘지난 정부에서 하던 거 그냥 이쪽(인사정보검증단)이 할 뿐이다’ 이런 식으로 빠져나가요. 근데 뭐든 법무부는 한 번도 곧이곧대로 대답한 적이 없어요. 어떤 정도냐면, 일단 법무부에 자료 요구하면 기본적으로 모든 걸 안 줘요. 그래서 어떻게든 아득바득 받아내면 그 문서에 ‘(안)’이라고 써 있어요. 계획이라는 의미에요. 그래서 이거 했어, 안 했어? 물어보면 이건 안 해서 ‘안’이라는 거예요. 기본적인 법무부 차원에서의 투명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어요. 또 행정부의 인사 실패를 견제하는 일이 입법부의 역할인 만큼 국회 차원의 청문회 절차를 어떻게 더 실효성 있게 만들 것이냐 하는 문제가 있다고 봐요.

■ 진행자 / 윤석열 정부 고위공직자 중 검찰 출신이 알려진 것만 17명인데, 문제는 그동안 검찰 출신은 안 보내던 자리에도 보내더라고요. 이를테면 서울대병원 감사 자리나 차관급인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 같은 자리에. 그런 거 보면 지금 대통령이 쓸 수 있는 사람이 검찰 출신밖에 없다는 게 좀 걱정이 돼요. 한편으로는 이제 또 어떤 검사를 전국구로 유명하게 해줄까 하는 생각이 드는데요. 다음 국수본부장도 검사 출신이 임명될 가능성이 높을까요?

■ 박성민 / 일단 눈치를 보기는 하는데, 그렇다고 경찰 장악 의도 자체가 바뀔 거 같지는 않아요. 지금 보면 국민 여론은 살폈는데 경찰 내부의 여론은 또 안 살펴봤어요. 윤희근 경찰청장도 윤석열 대통령과 코드를 맞추려고 아주 열심히 노력을 하고 계시잖아요. 거취에 대해 “고민은 늘 하고 있다”라고 하는데 결단을 좀 할 필요가 있어요.

■ 진행자 / 윤희근 경찰청장은 이태원 참사 때 그만뒀어야죠.

■ 박성민 / 경찰국 논란 당시에 반대했던 사람들 다 인사 보복을 당했어요. 경찰 내부 눈치를 이 정부가 전혀 안 보거든요. 그래서 시간은 좀 걸리겠지만, 결국 국가수사본부장에 또 검찰 출신을 임명하지 않을까 싶어요.

■ 장혜영 / 저도 결론적으로는 검찰 출신을 임명할 가능성이 더 크다고 보는데요. 지금 윤석열 정부가 가지고 있는 가장 큰 기조는 사정 정국이죠. 수사가 이 정부 국정 철학이잖아요. 설령 또다시 검찰 코드 인사 했다는 비판을 받아도 수사에서 주도권 놓는 인사를 할 거 같지는 않아요. 

 

기자명 장일호 기자·김진주 PD·최한솔 PD 다른기사 보기 ilhostyle@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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