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 입은 이재명 리더십
부결은 예측할 수 있었지만, 무더기 이탈표는 예상 밖이었습니다. 2월27일 국회 본회의에서 표결에 부쳐진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이 최종 부결됐습니다. 297명이 무기명으로 투표한 결과 찬성 139명, 반대 138명, 무효 11명, 기권 9명으로 ‘출석 의원 과반 찬성’ 조건을 채우지 못했습니다. 민주당 의석수는 169석, 이번 표결에서 최소 31명이 이탈한 것으로 보입니다.
‘압도적 부결’을 자신했던 민주당 내부는 충격에 빠졌습니다. 하락세인 정당 지지율, 높아지는 이슈 피로도로 인한 당내 불안과 불만이 반영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옵니다. 2차, 3차 구속영장이 재차 청구된다면 부결을 자신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당장 이재명 대표의 리더십에 물음표가 붙었습니다. 이 대표는 민생 행보를 통해 ‘전열 정비’에 나섰습니다. 이 대표는 거취 표명 질문에 “이재명을 잡느냐 못 잡느냐 같은 문제보다 물가를 잡고 경제를 개선하고 사람들 삶을 더 낫게 만드는 문제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말했습니다.
국민의힘은 환한 표정을 숨기지 않았습니다. 국민의힘은 이번 투표 결과를 “사실상 가결”로 봅니다. 여당 안팎에서는 ‘최상의 결과’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검찰의 추가 영장 청구 가능성이 높은 만큼, 체포동의안 정국 역시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이를 둘러싼 민주당 계파 갈등이 여론전에서 국민의힘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표결 전후 본회의장 분위기를 비롯해 이후 전망까지, 박성민 전 청와대 비서관과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짚어드립니다.
검찰 공화국 증명한 정순신 인사
국가수사본부장에 임명된 검찰 출신 정순신 변호사가 아들의 과거 학교 폭력 문제가 불거지며 임명 하루 만에 낙마했습니다. 정 변호사의 아들은 학교 폭력으로 강제 전학 처분을 받고도 이에 불복해 연이어 재심을 신청하며 대법원까지 가는 ‘끝장 소송’을 치렀습니다. 학교생활기록부에 처벌 기록이 남지 않아야 대입에 유리하기 때문입니다.
임명에서 낙마까지 걸린 시간은 고작 28시간이지만, 인사 검증 부실 논란 후폭풍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몰랐다”는 대통령실 관계자는 ‘과거 정부’를 들먹이기도 했습니다. “과거 정부와 달리 민간인 사찰 수준의 정보 활동을 하지 않기 때문에 후보자 본인이 먼저 알려오지 않는 이상 인지하기 어렵다”는 해명입니다.
하지만 이번 인사 참사는 고위공직자 인사 검증 단계마다 검찰 출신이 포진돼 있어 ‘제 식구 감싸기 한 것 아니냐’는 의혹에서 벗어날 수 없어 보입니다. “음지에 있던 인사 검증 업무를 양지로 끌어내는 것”(한동훈)이라던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을 비롯해 인사 추천과 검증을 총괄하는 대통령실 인사기획관(복두규 전 대검 사무국장)과 인사비서관(이원모 전 검사), 공직기강비서관(이시원 전 부장검사) 모두 검찰 출신입니다. 또 해당 학교 폭력 사건은 2018년 이미 언론 보도 된 바 있으며, 정 변호사는 당시 서울중앙지검 인권감독관으로 재직하고 있었습니다. 당시 윤 대통령은 서울중앙지검장으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3차장검사로 정 변호사와 함께 근무했습니다.
주요 공직에 빈자리만 생기면 검찰 출신을 앉히는 윤석열 대통령의 ‘검사 사랑’도 다시 입길에 올랐습니다. 검경 수사권 조정에 따라 2021년 신설된 국가수사본부는 경찰 수사권의 상징 같은 조직입니다. 국가수사본부장은 경찰 서열 2위인 치안정감으로 전국 3만 명의 수사 경찰을 총괄합니다. 경찰의 수사권 독립과 검찰 견제를 상징하는 조직에 검찰 출신을 앉힌 것부터, 애초 무리한 인사였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박성민 전 청와대 비서관, 장혜영 정의당 의원과 함께 정순신 낙마가 드러낸 윤석열 대통령의 ‘인사 리스크’를 차근차근 짚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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