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민주당 대표(앞줄 가운데)가 2월17일 국회 본청 앞에서 연 ‘윤석열 정권 검사독재 규탄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시사IN 신선영

더불어민주당(민주당)이 투쟁의 깃발을 들어올렸다. 정부와 여당, 검찰을 향해 강경 대응을 선언했다. 그동안 대치 전선을 사이에 두고 ‘말’의 포격전을 벌여왔다면, 최근에는 ‘행동’을 더했다. 총공세다.

기점은 1월28일이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이날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대장동 및 위례신도시 개발사업 특혜 의혹’과 관련해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았다. 검찰은 조사가 불충분하다며 추가 소환조사를 요구했다. 그는 12시간 조사를 마치고 나와 “검찰이 수사가 아니라 정치를 하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다음 날 민주당 지도부가 분주하게 움직였다. 향후 대응 방안 논의가 급물살을 탔다.

선명한 메시지가 이틀 뒤에 나왔다. 이재명 대표는 1월30일 국회에서 직접 기자간담회를 열고 윤석열 정부를 ‘검사독재 정권’으로 규정했다. 군사정권 시절의 총과 칼만 없을 뿐, 검찰 기소권을 앞세워 ‘공포정치’를 한다는 뜻이었다. 이 대표는 검찰 수사도, 이재명 사법리스크 프레임도 모두 대선 패배에 따른 정치 보복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러면서 “국민을 억압하고, 야당을 말살하고 장기 집권을 꿈꾸고 있다는 의심이 든다”라고 말했다.

이 대표의 기자간담회 직후 당 전체 분위기가 급변했다. 여론전과 장외투쟁 등을 총동원하는 데 뜻을 모았다. 윤석열 정부와 검찰의 정치 탄압 의도가 명백한 만큼, 싸움을 피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었다. 가장 먼저 윤석열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 여사 특별검사제도(특검) 도입 법안에 시동을 걸었다. 당내 기구인 ‘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진상조사 태스크포스(TF)’가 2월1일 첫 공개회의를 열었다. 같은 날 ‘검찰독재 정치탄압 대책위원회’가 특검을 촉구하는 릴레이 1인 시위에 돌입했다. 별도로 의원 40여 명이 국회에서 밤샘 농성을 시작했다.

국회 밖에서는 장외투쟁으로 공세 강도를 끌어올렸다. 민주당의 장외투쟁은 2016∼2017년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위한 촛불집회 이후 약 6년 만에 처음이었다. 2월4일 서울 숭례문 인근 광장에서 열린 ‘윤석열 정권 민생파탄·검사독재 규탄대회’에는 당 지도부와 소속 의원 100여 명이 참석했고, 전국 지역위원회별로 당원들이 집결했다. 경찰 추산 2만5000명(주최 측 추산 30만명)에 달하는 참석자들은 민주당 상징색인 파란색 풍선과 ‘윤석열 정권 검사독재 규탄한다’ 등이 적힌 피켓을 들었다. 이재명 대표는 행사 말미에 대국민 연설을 했다.

민주당의 투쟁을 뜯어보면, 전통적 대여 전략인 ‘민주 대 반민주’ 구도가 반영돼 있다. 윤석열 정부를 민주주의를 역행하는 권위주의 정부로 규정하면서 지지층 결집을 넘어 국민적 저항을 이끌어내어 전선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169석을 가진 거대 야당이 국회 밖으로 뛰쳐나간다’는 여권의 비판을 가라앉힐 명분으로도 삼는다. 민주당 투쟁 구호 안에는 야당 탄압과 함께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격화되고 있는 언론·노조와의 갈등도 포함돼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문재인 정권의 ‘실정’을 계속해서 지적하며, 전방위 사정이 이뤄지는 것을 두고, ‘이재명 대표의 민주당’뿐만 아니라 야권 전체를 흔들고 있다는 점도 강조한다.

민주당이 주도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탄핵소추는 윤석열 대통령을 향한 ‘정밀타격’의 성격이 짙다. ⓒ시사IN 이명익

‘민주 대 반민주’ 구도 내세우는 민주당

장외투쟁 이틀 뒤에 추진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탄핵소추(2월6일 당론 채택)는 윤석열 대통령을 향한 ‘정밀타격’이었다. 이상민 장관은 ‘여러 정부 부처 장관 중 한 명’ 이상의 위상을 가진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함께 윤석열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이번 정부의 두 축으로 꼽혀왔다. 민주당이 그동안 군불만 때왔던 이상민 장관 탄핵을 장외투쟁과 연계해 일사천리로 추진한 것은 윤 대통령을 직접 겨냥하고 있다는 점을 공식화했다는 의미도 담고 있다. 민주당은 이상민 장관 탄핵소추 과정에서 당내 이탈 표 없이 단일 대오를 확인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김건희 여사 특검 추진에도 속도를 붙였다.

문제는 민주당 투쟁에 자리 잡고 있는 불확실성이다. 강도 높은 대여 투쟁 전략에도 정국 주도권을 좀처럼 가져오지 못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총공세’의 시작부터 초점이 사실상 이재명 대표 방어에 맞춰져 있었다. 상대가 걸어오는 싸움을 강하게 맞받아친다는 것은 바꿔 말하면 ‘수세적 대응’에 불과하다. 사전에 공격을 차단하기가 어렵다. 1월28일 이재명 대표 소환조사에서 시작된 민주당의 강경 대응에도 검찰은 구속영장을 청구했다(2월16일). 대통령실은 법무부로부터 체포동의안을 접수했고 윤석열 대통령은 이를 재가했다. 국회 체포동의안 투표(2월27일)가 현실화됐다.

정치권과 법조계에선 이재명 대표의 체포동의안 투표가 이번으로 끝나지 않으리라 전망한다. 검찰은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 관련, 구속영장에 구체적으로 담지 않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와 428억원 약정을 추가 수사하겠다는 입장이라, 구속영장을 또 청구할 가능성이 있다. 백현동 개발, 정자동 호텔, 대북 송금 의혹 등에 대해서도 수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체포동의안을 국회로 계속해서 ‘던질’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이 경우 민주당은 계속 체포동의안 부결을 끌어내야 한다.

투쟁이 길어지자 민주당 내부에선 다른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온다. 이재명 대표 방어에 따른 당력 소모, ‘방탄 정당’ 프레임이 씌워지는 데 불만이 쌓였다. 이재명 대표가 직접 출구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는 말이 흘러나왔다. 특히 이 대표가 검찰의 요구에 따라 세 차례나 출석하면서 각종 의혹에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는 만큼, 영장실질심사를 받고 법원이 기각하는 시나리오에 힘이 실렸다. 방탄 논란에서 벗어나는 한편 민주당이 지적해온 검찰 수사의 허점을 법원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최상의 방안이라는 것이다.

다만 원외 인사를 제외하고 공식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의원은 소수다. 오히려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요구서가 국회로 넘어온 2월21일 곧바로 의원총회(의총)를 열고 본회의에서 체포동의안을 부결시키기로 뜻을 모았다. 의총에서 체포동의안 가결이나 이재명 대표의 영장실질심사 자진 출석을 요구하는 의견 등의 발언은 나오지 않았다.

‘비이재명계(비명계)’로 분류되더라도,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 방침에 선명하게 반기를 들기는 쉽지 않다. 복잡한 의원들의 셈법 중심에는 내년 총선이 있다. 이 대표가 공천권을 쥐고 있다. 특히 2월12일 민주당 지도부가 기자회견을 자청해 “이재명 대표에게 ‘사천(私薦)은 없다’는 분명한 뜻이 있다”라고 밝힌 것에 대한 해석이 분분하다. 당내 일각에선 총선이 1년도 넘게 남았는데 지도부가 먼저 나서 공천 이야기를 공개적으로 꺼낸 것은 다른 목적이 있다고 풀이한다. 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은 “이재명 대표가 검찰 수사를 받든, 재판을 받든 공천권은 그대로라는 메시지로 이해했다”라고 말했다. 민주당 지도부의 한 관계자는 “불필요하게 퍼지고 있는 공천 우려를 불식시키자는 취지였다”라고 설명했다.

독재정권 시절 야당의 투쟁은 마지막까지 버티다 꺼내든 최후의 카드였다. 저항의 동력은 지지층을 넘어선 국민적 여론의 지지였다. 민주당의 이번 강경 투쟁과 내부 결속을 유지하게 하는 힘도, 총선에서 투쟁 성적표에 점수를 매기는 것도 여론이다. 지금의 민주당에게 불확실성이 가장 큰 것 역시 여론이다.

한국갤럽이 2월14~16일 전국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민주당 지지율은 30%를 기록했다. 37%를 유지한 국민의힘에 오차범위 밖에서 밀렸다. 2022년 12월 첫째 주 조사에서 국민의힘에 역전(국민의힘 35%·민주당 33%)된 이후 가장 낮았다(위 〈그림〉 참조). 민주당의 대여 전략인 ‘민주 대 반민주’ 구도가 핵심 지지층 외에는 여론의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

민주당 지지율은 광주·전라에서만 우세(국민의힘 8%, 민주당 53%)했다. 호남을 제외한 전 지역에서 여당에 밀렸다. 서울에서 민주당(27%)은 국민의힘(36%)보다 지지율이 9%포인트 뒤졌다. 대전·세종·충청에서는 국민의힘 37%, 민주당 30%였다. 부산·울산·경남에서는 각각 44%, 24%로 나타났다. 대구·경북에서는 60%, 12%였다.

민주당의 지지율 하락세

특히 주목할 지점은 인천·경기 지지율이다. 인천에는 이재명 대표의 지역구가 있고, 경기도는 이 대표가 도지사를 지낸 만큼 우호 지역으로 통한다. 지난 대선에서도 이재명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에게 앞섰던 곳으로, 내년 총선 결과를 결정지을 핵심 지역이다. 앞서의 한국갤럽 조사에서 인천·경기 지지율은 국민의힘 35%, 민주당 34%로 나타났다. 직전 조사까지 민주당이 5%포인트 앞서고 있었다. 민주당이 지지율을 확실히 챙겨야만 하는 지역에서도 역전되는 흐름이 생겼다.

다만 2월 넷째주 조사(2월21일~23일 실시)에서는 민주당 지지율은 34%를 기록했다. 직전 조사보다 4%포인트 올랐다. 국민의힘 37%였다. 인천·경기 지지율은 다시 민주당이 36%로, 국민의힘 31%를 다시 앞섰다. 인천·경기, 광주·전라 지지율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 지지율은 국민의힘에 밀렸다. 서울에선 민주당 34%, 국민의힘 42%였다. 대전·세종·충청에서는 민주당 32%, 국민의힘 40%로 나타났다. 부산·울산·경남에서는 각각 24%, 44%였다. 대구·경북에서는 17%, 53%였다.

민주당은 최근의 지지율 추이는 국민의힘이 3·8 전당대회를 앞두고 컨벤션 효과를 거둔 결과로 분석한다. 당 관계자는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전당대회 관련 질문이 더 많다. 일시적으로 국민의힘 지지층의 응답률이 더 높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민주당 전략기획위원회는 2월21일 의총을 앞두고 의원들에게 최근 당 지지율 분석 보고서를 배포했다. 이재명 대표 사법 문제가 지지율 하락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이재명 대표도 다른 자리에서 당 의원들을 만나며 “역대 정부 집권 1년 차 야당 지지율과 비교하면 민주당 지지율은 준수한 편이다”라고 말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당내 일각에선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이 역대 대통령 1년 차 지지율과 비교해 낮은 편이었지만, 여론이 민주당을 대안으로 보지 않는 점을 주시하고 있다.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 표결(2월27일)에 앞서 대규모 주말 장외투쟁 개최를 검토했다가 열지 않기로 했다. 참석 인원이 줄고 여론의 비판이 나오는 등 ‘총동원’의 결과가 기대에 못 미칠 경우 역풍이 우려돼서다. 대신 대장동 ‘50억원 클럽’ 의혹과 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의혹을 파헤칠 ‘쌍특검’을 국면 전환 카드로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정의당은 김건희 여사 특검에 대해선 부정적이다. 검찰 소환조사가 먼저라는 입장이다. 민주당의 특검 추진을 이재명 대표 ‘방탄용’이라는 시선으로도 보고 있다. 민주당은 민생 현안 목적으로 오는 3월 임시국회 소집 방침도 밝혔다. 국회 회기 중에는 체포동의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현직 국회의원을 구속할 수 없다. ‘이재명 방탄용’이라는 비판이 나올 수 있다.

지금의 민주당은 거대한 변곡점을 지나고 있다. 수면 위에서 대통령실·여당·검찰과의 대치가 눈길을 끈다면, 수면 아래에서는 점차 분명해지는 내부 이견과 이를 사전에 차단하려는 시도가 계속해서 부딪친다. 민주당은 앞으로 이 대표를 겹겹이 둘러싼 사법 문제와 총선이라는 두 바퀴를 동시에 굴려야 한다. 중요한 변수는 결국 여론의 흐름이다.

기자명 문상현 기자 다른기사 보기 moon@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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