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5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한 외환 딜러가 그래프를 확인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번 연재 글에서는 분산투자가 최적의 투자, 즉 더 효율적인 투자가 될 수 있다는 점을 ‘포트폴리오 이론’을 통해 살펴보았다(〈시사IN〉 제728호 ‘선택과 집중이냐, 분산과 안정이냐’ 기사 참조). 좀 더 많은 종목에 분산투자를 할수록 포트폴리오(투자한 종목의 집합)의 총위험을 특정 수준까지 줄일 수 있다. 그러나 총위험 중에는 분산투자를 해도 더 이상 줄일 수 없기 때문에 반드시 감수해야 하는 위험이 있다. 분산투자로 줄일 수 있는 부분을 비체계적 위험, 그럴 수 없는 부분을 체계적 위험이라 부른다는 것도 살펴보았다. 또한 수익률이란 투자자가 이 ‘체계적 위험’을 감수하는 데 따른 보상이라는 이야기도 나왔다. 이제 집중투자가 분산투자보다 덜 효율적인 이유를 정리할 수 있다. 집중투자는 보상(수익률)을 받을 수 없는 위험인 비체계적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투자전략이기 때문이다.

이제 수익률과 위험, 정확히는 체계적 위험에 대한 가장 기본적이고도 중요한 물음 하나가 남았다. 주어진 체계적 위험에 대해 어느 정도의 수익률을 얻어야 ‘적정한(fair) 보상을 받았다’고 할 수 있을까?

이를 설명하기 위해 먼저 ‘수익률은 체계적 위험에 대한 보상’이라는 말을 다음과 같이 수식으로 나타내보자.

R=β×Rm

이 간단한 식이 윌리엄 샤프에게 1990년 노벨 경제학상을 안겨준 그 유명한 자본자산가격결정모형(CAPM:Capital Asset Pricing Model)이다(하도 유명해 영어로도 그냥 ‘캐팸’이라고 읽는다).

여기서 R은 특정 투자자가 보유한 포트폴리오의 초과수익률, Rm은 ‘시장 포트폴리오(해당 시장에 존재하는 모든 종류의 증권을 현실에 존재하는 비율만큼 매입해서 구성한 포트폴리오. 그러므로 이 포트폴리오의 수익률은 시장 전체의 변동과 같은 방향과 규모로 움직인다고 볼 수 있다)’의 초과수익률을 의미한다. 또한 이 식에서 초과수익률은 무위험 자산(미국 국채처럼 시장이 어떻게 움직이든 일단 사놓기만 하면 일정한 수익률을 얻을 수 있는 금융상품)의 수익률을 초과하는 수익률을 의미한다. 그러나 좀 더 단순한 서술을 위해 이 글에서는 앞으로 초과수익률을 수익률로 부르기로 한다.

위험과 수익률의 적정한 관계

이제 앞에 있는 식의 의미를 살펴보기로 하자. 아주 단순하게 표현하면 ‘어떤 투자자가 가진 포트폴리오의 수익률(R)’은 ‘시장 포트폴리오의 수익률(Rm)’에 β(베타)를 곱한 수치 정도가 될 때 ‘적정’하다는 이야기다. 여기서 적정은 ‘마땅히 얻어야 할’ 정도의 의미로 보면 된다.

그렇다면 여기서 베타(β)는 무엇인가? ‘어떤 투자자의 포트폴리오 수익률’이 ‘전체 시장의 수익률(시장 포트폴리오)’에 대해 얼마나 민감하게 움직이는지를 나타내는 수치다. ‘베타가 크다’는 것은, 시장 전체의 움직임(시장수익률의 변동)에 해당 투자 포트폴리오의 수익률이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의미다. 예컨대 어떤 포트폴리오의 베타가 +5라면 해당 포트폴리오의 수익률은 ‘베타가 +1인 포트폴리오’보다 5배 더 시장수익률에 민감하다.

시장수익률이 높아지면, 베타가 +5인 포트폴리오의 수익률은 베타가 +1인 포트폴리오보다 5배 더 뛴다. 반면 시장수익률이 떨어지면 베타가 +5인 포트폴리오의 수익률은 베타가 +1인 포트폴리오보다 5배나 더 떨어진다. 즉 베타는 전체 시장 환경(시장수익률)의 변화에 개별 포트폴리오의 수익률이 어느 정도 ‘변동’하느냐를 나타내는 수치인 만큼 ‘체계적 위험’의 측정치다. 이는 투자할 경우 베타에서 비롯되는 만큼의 위험은 피할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 같은 CAPM의 설명을 〈그림 1〉로 나타낼 수 있다.

〈그림 1〉에 나오는 베타와 포트폴리오 수익률의 평면을 보면 우상향하는(양의 기울기를 갖는) 빨간 선이 나타난다. 베타가 클수록 포트폴리오 수익률도 높아진다. 이는 어떤 투자 포트폴리오의 베타(=체계적 위험)가 높아질수록 더 큰 수익률이 보상으로 요구된다는 점을 명확히 보여준다.

만약 당신이 구성한 포트폴리오의 베타가 0이라면(=체계적 위험이 없다면), 당신의 적정 초과수익률은 0%이다(포트폴리오가 무위험 자산만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만약 당신이 보유한 포트폴리오의 베타가 1이라면 그 포트폴리오가 시장 포트폴리오라는 것을 알 수 있다(CAPM 식에 베타=1을 넣어보면 R=Rm).

사실 〈그림 1〉에서 우상향하는 빨간 선은 직관적으로도 이해하기 쉽다. 어떤 이유로 주가지수(시장수익률)가 상승한다면 주가지수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즉 베타가 큰 주식들이 그렇지 않은 주식들보다 주가가 더 오를(수익률이 높을) 것이라는 점을 예측하긴 그리 어렵지 않다.

지금까지 설명한 베타는 주식 종목별로도 손쉽게 얻을 수 있는 정보다. 이를테면 네이버 검색창에 삼성전자를 입력하고 ‘종목 분석’ 메뉴를 클릭하면 〈그림 2〉를 포함한 화면이 뜬다.

〈그림 2〉는 주간수익률을 기준으로 계산한 삼성전자의 베타가 0.98임을 알려준다. 시장수익률이 1% 오르면 삼성전자 주가는 0.98% 정도 상승하는 것이다. 삼성전자의 주가 움직임이 시장의 움직임과 거의 비슷하다는 의미다.

〈그림 3〉은 각 종목들의 베타를 산업별로 평균 낸 값을 보여준다. 2016년 8월부터 5년 동안의 월별·종목별 수익률을 이용해 계산한 값이다. 의약이나 제조업이 낮은 베타를 갖는 반면 기계, 철강·금속 관련 산업은 베타가 높다. 경기회복 기대에 민감한 산업들에서 베타가 더 높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만약 다음 분기에 시장상황이 좋아 시장수익률(Rm)이 크게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하자. 그렇다면 당신은 베타가 좀 더 큰 값을 갖도록 포트폴리오를 재조정(베타가 낮은 주식을 팔고, 높은 주식을 매입)하는 것이 좋다. 그래야 시장이 상승할 때 더 큰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시장이 상승할 때는 높은 베타를 갖는 주식들로 투자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것이 유리하다.

만약 시장수익률이 떨어질 것으로 기대된다면? 베타가 더 작아지도록, 또는 음의 값을 갖도록 포트폴리오를 조정(베타가 높은 주식을 팔고, 낮은 주식을 매입)하면 된다.

이렇게 예측된 시장상황에 따라 베타를 조정하는 전략을 ‘마켓타이밍’ 전략이라고 한다. CAPM을 투자전략에 활용하는 예다.

이제 CAPM의 또 다른 중요한 쓰임새를 살펴보자. 팬데믹에 휩싸인 지난 1년 동안 당신의 투자수익률이 25%였다고 치자. 이것은 좋은 성과일까 아닐까? 아마도 당신은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 수익률이 32%였다는 것을 들어 자신의 성과가 그다지 우수한 편이 아니었다고 말하고 싶을지 모른다. 그러나 이는 정확한 평가는 못 된다. 위험을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만약 당신이 ‘주가지수 상품(시장을 대표하는 여러 주식에 투자해서 수익을 얻는 금융상품으로 그 수익률이 시장수익률을 반영)’들보다 더 안전한, 다시 말해 체계적 위험이 더 작은 방식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했다고 치자. 그렇다면 주가지수 상품보다 더 낮은 수익률을 올린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그러나 당신이 주가지수 상품과 동일한 위험을 갖는 포트폴리오에 투자했는데 수익률이 더 낮다면, 이는 ‘투자 성과가 좋지 않다’고 평가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당신이 지난 1년 동안 투자한 포트폴리오의 체계적 위험이 β였다고 치자. CAPM에 따르면 적정수익률은 β×Rm이다. 당신이 실제로 얻은 수익률(R)은 적정수익률(β×Rm)보다 더 높을 수도 있고 낮을 수도 있다. 여기서 R과 적정수익률 간의 차이를 알파(α)라고 부른다면, R을 다음과 같은 식으로 나타낼 수 있을 것이다.

R=α+β×Rm

R이 적정수익률보다 크면 알파는 ‘양의 값’이고, 작으면 ‘음의 값’이다. 이미 설명했듯이 베타는 (체계적) 위험의 수준이다. 알파가 양수이면 해당 위험수준에서 얻어야 마땅한 정도의 수익률(β×Rm)을 초과하는 좋은 성과를 올렸다는 뜻이다. 알파가 음수이면 해당 위험수준에서 얻어야 마땅한 정도의 수익률조차 얻지 못한 초라한 성과를 올렸다는 뜻이다. CAPM에서는 이 알파를, 해당 위험 수준(β)에서 요구되는 적정수익률(β×Rm) 이상의 투자 성과를 내게 한 수익률이라는 의미에서 위험초과수익률이라고 부른다. 여기서 ‘초과’란 양의 값(성과)일 수도 있고 음의 값(손실)일 수도 있다.

이처럼 CAPM은 위험과 수익률의 적정한 관계를 알려줄 뿐만 아니라 투자전략과 투자성과 평가 등에도 다채롭게 쓰이는 중요한 모형이다.

이제 액티브 투자(개별 종목을 적극적으로 선택하는 투자)와 패시브 투자(주가지수 등 잘 분산된 포트폴리오에 투자) 개념을 CAPM에 적용해보자. 알파는 액티브 투자의 영역이다. 양의 값을 갖는 알파는 위험으로 설명할 수 없는, 다시 말해 시장을 이긴 결과로 얻는 수익률이기 때문이다. 반면 베타는 패시브 투자의 영역이다. 위험을 초과하는 수익에는 별 관심 없이 시장이 가는 대로 자신이 선택한 체계적 위험에 대한 보상만큼의 수익률만 원할 때 중요한 것은 베타다. 투자자들은 적절한 알파와 베타의 조합을 얻기 위해 오늘도 부지런히 과거 데이터를 분석한다.

CAPM의 베타를 보는 상반된 시각

그러나 무엇보다도 CAPM의 중요성은 ‘효율적 시장’ 논쟁에 어떤 기준점을 제공한다는 점에 있다. 여기서 효율성이란 ‘정보 효율성(informational efficiency)’을 의미한다. 즉 어떤 정보가 시장에 도착했을 때 주가가 그 정보를 ‘빠른 시간’에 ‘반영’하는 시장을 ‘효율적 시장’이라고 부른다. 예컨대 ‘반도체 시장이 어려워진다’는 뉴스가 나오면 관련 주가가 빨리 내려가야 한다.

설명은 간단하지만 사실 효율적 시장은 보통 애매한 개념이 아니다. 우선 얼마나 빨라야 ‘빠르다’고 표현해도 되는지 알 수 없다. 장기적이고 느긋한 투자자라면 앞으로 몇 개월 동안 반도체 업황이 어떻게 되든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그날 산 주식을 그날 장이 마감하기 전에 털고 나오는 데이트레이더들에겐 하루, 또는 장이 열려 있는 6시간30분이 그리 짧은 시간이 아닐 수 있다. 고빈도 거래자(High-Frequency Trader)들에는 심지어 1초도 영겁의 시간이다. 10억 분의 1초인 1나노초 동안에도 알고리즘을 통해 수천만 달러 규모의 상품들이 거래되고 있지 않은가.

참을성 없는 투자자라면 미국 연준의 테이퍼링(tapering) 이슈가 아직도 몇 개월째 시장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을 보면서 ‘시장이란 것은 참 비효율적이야’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2013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유진 파마는 ‘수익률과 체계적 위험은 상관이 없다’고 주장했다. ⓒEPA

그러나 정보가 시장에 반영되는 속도 문제보다 더 어려운 것이 있다. 주식가격이 어느 정도까지 조정되어야 반영이 끝났다고 볼 수 있을까? 이는 적정가격(fair price)의 문제다. 적정가격을 모르면 속도도 의미가 없다. 예컨대 지금 7만3600원인 삼성전자 주가의 적정가격이 10만원인지 6만원인지 알아야 실제 시장의 주가가 그 가격에 도달하는 시간을 두고 ‘빠르다’ ‘느리다’ 평가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CAPM은 적정가가 어느 수준인지에 대한 중요한 기준(β×Rm)을 알려준다.

CAPM은 위험과 수익률을 이용한 투자전략이 미국 월스트리트에서 주도적인 위치를 차지하는 데 큰 영향을 끼쳤다. 모형이 간단하고 직관적이라서(이는 이론적 모형에 대한 최대의 찬사다) 인기가 높았다.

이 모형이 나온 1960년대 이후 5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여러 경제학자들이 실제 데이터를 통해 CAPM을 검증해오기도 했다. 이런 연구들의 결과가 일관되어 있지는 않다.

‘효율적 시장’ 연구로 2013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시카고 대학의 유진 파마는 1935년부터 1968년까지 뉴욕 주식거래소에 상장된 보통주들의 수익률을 분석한 1973년 논문에서 CAPM이 엄밀한 분석을 통해 실증적으로 뒷받침된다고 발표했다. 베타가 큰 주식일수록 기대수익률이 높았다는 사실을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발견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약 20년 뒤인 1992년, 파마가 이번에는 다른 동료인 케네스 프렌치와 함께 뉴욕 주식거래소뿐 아니라 나스닥까지 포함한 1963년부터 1990년의 데이터를 통해 실행한 실증연구는 투자자들의 CAPM에 대한 인식에 핵폭탄을 터뜨렸다. 기대수익률과 베타의 관계가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다는, 다시 말해 ‘수익률이 체계적 위험과 상관이 없다’는 놀라운 결과를 담고 있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런 결과가 다른 사람도 아니고 ‘효율적 시장’ 이론의 아버지라 불리던 파마로부터 나왔다는 데서 충격은 더 컸다. 〈뉴욕타임스〉는 “수익률을 설명하는 유일한 변수로서의 베타는 죽었다”라고 말한 파마의 인터뷰를 전했다. 이를 훗날 누군가는 “교황이 ‘신이 죽었다’고 말한 셈”이라고 빗댔다.

이처럼 CAPM의 베타를 보는 시각은 다양하다 못해 극단적인 경우도 없지 않다. ‘퀀트 투자’로 높은 수익률을 꾸준히 내오는 것으로 유명한 서울대학교 컴퓨터공학과의 문병로 교수는 포트폴리오 이론이나 CAPM 등이 ‘공허한 이론’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자신이 운용하는 포트폴리오의 베타가 얼마냐고 물으면 언제나 “우리는 베타 값을 측정하지 않습니다”라고 대답한다고 한다. 그에게 베타는 죽은 것이나 마찬가지다. 아니, 과연 살아 있었던 적이 있기나 했을까 싶다. 그렇다고 그가 위험을 무시한다고 생각한다면 천만의 말씀이다. 다만 베타로 측정하지 않을 뿐이다. 투자는 스스로 책임지는 것이다.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의 위험에 맞는 적절한 수익률을 주는 투자안을 선택하는 것. 장기든 단기든 분산투자든 집중투자든 여기에서 모든 것이 시작된다.

기자명 이관휘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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