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미국 주택시장의 붕괴’에 팅해서 큰돈을 벌어들인 투자자 마이클 버리가 이번엔 ‘미국 주식시장 폭락’에 16억 달러 이상을 건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방송사 CNN(8월15일)이 8월14일 공개된 미 증권거래위원회(SEC) 자료를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버리는 지난 2분기에 S&P500 지수와 나스닥100 지수가 떨어지면 큰 수익을 낼 수 있는 풋옵션을 대거 매입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유명 투자자 마이클 버리는 미국 주식시장 폭락에 16억 달러를 걸었다. 사진은 미국 워싱턴 SEC 사무실 현관에 걸린 이 기관의 인장. ⓒAP Photo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유명 투자자 마이클 버리는 미국 주식시장 폭락에 16억 달러를 걸었다. 사진은 미국 워싱턴 SEC 사무실 현관에 걸린 이 기관의 인장. ⓒAP Photo

증시 폭락해도 횡재할 수 있는 방법

S&P500 지수는 미국 증권시장에 상장된 500개 우량 기업, 나스닥100 지수는 100개 테크기업을 대상으로 시가총액의 등락, 즉 전반적 시장동향을 개괄적으로 나타내는 주가지수다. 투자회사들은 이 지수들에 포함된 여러 회사들의 주식을 각각 적절한 비율로 사들여 해당 주가지수와 비슷한 궤도로 움직이는 ‘펀드 상품(주가지수 상품)’을 만든다. S&P500 지수에 포괄된 기업의 주식들로 조성한 ‘주가지수 상품’이 있다면, 이 주가지수 상품은 ‘S&P500 지수를 추종한다’고 표현할 수 있다.

주가지수 상품들은 일정한 가격으로 다른 투자자들에게 판매된다. 시장 상황과 투자자들끼리 사고 파는 양상에 따라 주가지수 상품의 가격 역시 변동한다.

예컨대 S&P500에 포함된 기업들의 주식이 대체로 오르면, S&P500 지수가 상승하고, 해당 ‘주가지수 상품’의 수익률과 가격 역시 상승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주가지수 상품을 사들이는 투자자들은 대개 ‘안전 지향’적(증시 전반이 폭락하는 경우는 흔치 않으므로 큰 손해를 볼 가능성이 작다)이며, 시장 전체가 상승할 때 일정한 수익을 낼 수 있다.

그런데 ‘주가지수 상품’의 가격이 내리더라도, 돈을 버는 방법이 있다. 일정한 수량의 ‘주가지수 상품’을 정해진 날에 정해진 가격으로 팔 수 있는 권리(풋옵션)를 매수하면 된다.

예컨대 A라는 투자자가 현재 가격이 1000달러인 주가지수 상품을 6개월 뒤에 같은 가격(1000달러)에 매도하기로 투자자 B와 계약을 체결했다고 가정하자. A는 이 상품의 가격이 하락할수록 큰 수익을 낼 수 있다. 6개월 뒤의 그 날, 해당 상품의 가격이 600달러로 떨어져 있다면, 600달러로 사서 B에게 1000달러로 팔 수 있기 때문이다(B는 계약을 지켜야 한다). 이 경우, A의 투자 수익은 400달러에 달한다. 물론 그 상품의 가격이 1200달러로 올라버린다면, 1200달러에 사서 1000달러로 팔아야 하니까, 계약 조항에 따라선, A가 패가망신할 수도 있다. 그러므로 ‘풋옵션을 매입’한다는 것은 대체로 관련 상품(기초자산, 여기서는 주가지수 상품) 가격의 하락을 예측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포트폴리오의 90% 이상을 증시 하락에 베팅

마이클 버리는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에도 미국 주택시장의 붕괴를 예측하면서 관련 증권들의 하락에 위와 비슷한 방식으로 베팅했다. 이 성공 덕분에 버리는 글로벌 증권시장에서 큰 권력을 누려왔다. 그가 어디에 돈을 넣고 빼냐에 따라 관련 업체의 주가가 크게 변동할 정도였다. 이런 그가 미국 증시를 대표하는 S&P500 지수와 나스닥100 지수를 추종하는 주가지수 상품들에 풋옵션을 건 것이다. 미국 증시의 폭락을 예측한다는 의미다.

마이클 버리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미국 주택시장 붕괴에 배팅해서 큰돈을 벌었다. 사진은 미국 일리노이주 교외의 주택 단지. ⓒAFP PHOTO
마이클 버리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미국 주택시장 붕괴에 베팅해서 큰돈을 벌었다. 사진은 미국 일리노이주 교외의 주택 단지. ⓒAFP PHOTO

버리가 운영하는 사이언 자산운용은 S&P500 지수와 나스닥100 지수를 추종하는 주가지수 상품들의 풋옵션을 각각 8억6600만 달러, 7억3900만 달러 규모로 매수했다. CNN에 따르면, 버리는 사이언 자산운용 포트폴리오의 90% 이상을 증시 하락 쪽에 팅했다.

또한 버리는 지난 3월의 SVB(실리콘밸리 은행) 파산에 영감을 받은 듯 보유하고 있었던 지역 중소은행들의 주식을 2분기에 매각했으며, 알리바바 등 중국 기술주들도 던져버렸다.

그가 앞으로 오를 것으로 예상하고 매입(롱 포지션)한 주식은 사이언의 포트폴리오 중 6%에 불과하다. 관광, 건강, 보험, 엔터테인먼트, 중고품 거래 플랫폼 부문의 대기업 주식이다. 미국경제에 대한 버리의 전망을 대충 짐작해낼 수 있는 대목이다.

“팔라고 한 건 내 잘못”

그러나 한 번 혹은 여러 번 맞춘 사람이 언제나 정확할 수는 없다. 미국의 인터넷 매체인 〈스카이뉴스〉는 올해 들어 버리가 크게 틀린 경우를 소개하고 있다. 트위터(지금은 X)의 인플루언서인 버리는 가끔 수수께끼 같은 짧은 게시물로 시장의 미래를 예언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지난 1월엔 140만명의 팔로워에게 전하는 다음과 같은 비밀스런 메시지를 트위터에 올렸다. “팔아라(Sell).”

ⓒ마이클 버리-트위터 갈무리
ⓒ마이클 버리 트위터 갈무리

하지만 2개월 뒤인 3월에 버리는 이를 번복하고 만다. “팔라고 한 것은 잘못되었어(wrong to say sell).” 올해 들어 S&P500 지수와 나스닥100 지수는 각각 16%와 37%라는 큰 폭의 상승세를 기록했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마이클 버리의 팅을 소재로 〈빅 쇼트(The Big Short)〉(2016년)라는 영화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브래드 피트, 라이언 고슬링 등 유명 배우들이 출연했다. 크리스찬 베일이 버리 역을 맡았다.

기자명 이종태 기자 다른기사 보기 peeke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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