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5월 나스닥 상장을 기념하는 루이싱커피 임직원들. 이듬해 회사의 주가가 곤두박질쳤다. ⓒ루이싱커피 홈페이지

한때는 스타벅스랑 맞짱 뜬다고 했다. 진짜 그렇게 대단한 회사인 줄 알았다. 2019년 중반 나스닥에 최초 상장(IPO)된 이후 주가가 최고치인 50.02달러를 찍은 2020년 1월 중반까지도 그랬다. 같은 달 말, 강력한 ‘펀치’ 한 방이 날아들기 전까지는! 그날부터 이 회사의 주가는 5개월여 뒤인 6월 말 1.38달러까지 곤두박질쳤다. 결국 상장 후 1년여가 흐른 2020년 6월29일 상장폐지되었다. 이미 유명해진 루이싱커피 사례다.

루이싱커피의 주주들은 그 펀치의 내용이 겨우 89쪽짜리 보고서 달랑 하나였다는 점, 그리고 그 보고서를 배포한 회사가 겨우 직원 수 7명 규모의 리서치 업체에 불과했다는 점에 열받아 피를 토했을지도 모른다.

액티비스트 공매도의 개념

보통 액티비스트(activist·행동주의 투자자)란, 타깃 기업의 지분을 대량으로 매입한 뒤 그 기업의 경영의사결정이나 배당정책 등에 깊숙이 관여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내는 투자자를 가리키는 용어다. 기업사냥꾼으로 알려져 있는 칼 아이칸이나 그린라이트캐피털의 데이비드 아인혼 등이 좋은 예가 될 것이다. 그러나 액티비스트 공매도(activist short-selling)는 특히나 한국에선 다소 낯선 개념이다. 일반적인 액티비스트와 달리 이들은 배당을 더 끌어내거나 혹은 이사회에 자신에게 유리한 사람을 채워 넣는 것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 간단한 예를 들면, 액티비스트 공매도자들이 주가 10만원인 타깃 회사의 주식 1만 주를 ‘빌린’다. 이 1만 주를 10억원(1만 주×10만원)에 판다. 그런 다음, 타깃 회사의 약점을 적극적으로 밝혀내면서 끝까지 물고 늘어져 주가 폭락을 유도한다. 주가가 5만원으로 내려가면, 이 가격으로 빌린 1만 주를 5억원(1만 주×5만원)으로 매입한 다음 자신에게 빌려준 사람이나 기관에게 돌려준다(공매도 포지션). 이로써 액티비스트 공매도자는 큰 수익(5억원)을 얻는다.

이들이 일반적인 공매도자와 다른 점은 훨씬 더 적극적이라는 데 있다. 일반적인 공매도자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주식을 빌려서 판 뒤에 해당 주가의 하락을 기대하는 것 정도다. 그러나 액티비스트 공매도자들은 매우 시끄럽다. 이들은 특히 소셜미디어 플랫폼을 이용해 대중과 적극 소통하며 그들을 설득해내려 한다.

만약 이들의 공격(캠페인)이 성공적으로 진행되면, ‘다른 주주들이 팔기 전에 내가 먼저 팔아야 한다’는 강력한 패닉 셀링(panic selling)을 겁먹은 주주들로부터 이끌어낼 수 있다. 일반적인 공매도의 경우보다 ‘액티비스트 캠페인’으로 인한 주가 하락이 훨씬 큰 이유다. 이들은 보통의 공매도자처럼 과대평가된 주식을 타깃으로 삼지만 그중에서도 주로 투명성이 낮아 불확실성이 높은 기업을 선호한다. 액티비스트 공매도자의 캠페인이 이런 특성을 가진 기업들에 더 큰 영향을 줄 것이기 때문이다.

이들의 활약(?)은 최근 들어 더 눈에 띈다. 액티비스트 공매도 데이터를 제공하는 유료 서비스인 브레이크아웃포인트(Breakout Point)에 따르면 2020년 상반기에만 관련 캠페인이 91건 벌어졌다. 그 전해(2019년) 같은 기간의 84건에서 조금 더 늘어났다. 또한 8개 액티비스트 공매도자가 전체 캠페인 중 절반 이상(54%)을 진행하고 있었다. 제이캐피탈리서치(J Capital Research)가 가장 성공적인 액티비스트 공매도 캠페인을 벌였다. 이들의 타깃이 된 4개 회사는 캠페인 시작 이후 주가가 평균 28% 하락했다.

2021년 1분기에도 액티비스트 공매도 캠페인 45개가 새로 시작되었다. 울프팩(Wolfpack), 머디워터스(Muddy Waters), 아리스티데스(Aristides), 보니타스(Bonitas), 힌덴부르크(Hindenburg) 등이 성공적으로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이들의 타깃은 주로 미국 회사들(캠페인 타깃 중 미국 회사의 비중이 2020년에 55%였으나 2021년에는 73%)인데 중국 및 오스트레일리아 회사들도 포함하고 있다. 타깃이 된 종목들은 주가가 평균 19% 하락했고, 특히 힌덴부르크가 공격한 4개 회사는 평균 21% 떨어졌다. 국가별로는 중국 회사들의 주가 폭락이 컸다. 무려 평균 31% 하락으로 나타났다.

액티비스트 공매도의 영향은 단기적으로 끝나지 않는다. 학계의 한 연구에 따르면, 이들의 공격을 받으면 평균적으로 공격받은 이후 3일 동안 11.2%, 2개월 후 14.5%, 그리고 6개월 후 22.6%까지 주가가 하락했다. 그리고 액티비스트 공매도의 타깃이 된 회사들은 캠페인 이후 거의 절반이 상장폐지 또는 거래정지 되거나 부도가 났다.

액티비스트 공매도 회사 머디워터스의 카슨 블록 대표. ⓒBloomberg

‘현상금 사냥꾼’의 활약

액티비스트가 아니더라도 일반적인 공매도 투자자들이 기업 범죄를 잡아내는 ‘고발자(whistle-blower)’ 구실을 한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이를테면 1988년부터 2005년까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적발된 454개 금융사기 사례들을 살펴본 연구에 따르면, 해당 업체들에 대한 공매도 포지션은 금융사기 사실이 대중에게 처음으로 알려지기 무려 19개월 전부터 꾸준히 증가했다. 또한 공매도 포지션이 클수록 금융사기가 더 빨리 발견된 것으로 나타났다.

‘현상금 사냥꾼(bounty hunter)’이라는 달갑지 않은 별명을 갖고 있긴 하지만 액티비스트 공매도자들의 활약은 만만치 않다. 이미 잘 알려져 있는 오리엔트페이퍼나 루이싱커피의 사례처럼 주가가 실제 가치보다 크게 부풀려진 회사를 고발하는 건 투자자 보호 및 자본시장의 건전한 발전에 꼭 필요한 일이다. 또한 액티비스트 공매도자들의 캠페인은 그 내용이 이후 사실로 밝혀질 때뿐 아니라 진위가 밝혀지지 않은 경우에조차 법적인 감시와 규제 체계의 효율성을 높이는 데 기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액티비스트 공매도자들이 고발자 구실만 하는 것은 아니다. 이들은 타깃 회사들의 투자나 배당정책에까지 실질적 영향을 미친다. 투자자들의 관심을 불러일으켜 모니터링을 증대하고, 경영자들이 주가변동을 통해 회사 가치를 새롭게 깨닫도록 만들어 적정 수준의 투자와 배당 등을 이끌어내는 데 도움을 준다는 것.

이와 관련, 최근의 한 연구는 캠페인이 시작되기 8분기 이전 ‘타깃 회사’의 실적과 ‘현재(이로부터 8분기 이후)’의 실적을 비교하면서 다분히 논란을 불러일으킬 만한 결과를 보여준다. 이 기간에 타깃 회사의 투자, 자금조달, 배당이 각각 7.2%, 24.5%, 7.6% 줄었다. 이 연구자들은 이를 액티비스트 캠페인의 직접적 효과로 제시한다. 이를 테면, 액티비스트 캠페인이 회사가 벌어들일 미래 현금흐름에 대한 불확실성과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증대시켜 자금조달을 더 어렵게 만든 것이다. 액티비스트 공매도는 이런 영향을 통해 캠페인 이전에 ‘너무 높은 수준에 있었던’ 투자, 자금조달, 배당 등을 정상으로 회귀시킨다는 것이다.

6월7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금융위 불법공매도 정보비공개 행정소송 제기 공매도 제도· 시스템 개선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연합뉴스

이야기의 힘을 끌어내는 데 적합한 회사명

상당수 액티비스트 공매도자들은 1인 기업이거나 직원이 겨우 몇 명에 불과한 ‘부티크’ 회사인 경우가 많다. 그러니 자본을 충분히 끌어모으지 않으면 주가에 영향을 미칠 만한 대량의 공매도 포지션을 잡을 수 없다. 그런데 어떻게 이런 작은 회사가 그렇게 큰 영향을 끼칠 수 있을까? 이들이 ‘큰 회사’들의 움직임을 이끌어내기 때문이다. 어떻게? 이들은 타깃 회사의 주가가 과대평가되었음을 적극적이고 강력하게 선전한다. 집중 또는 과잉 광고(media hype)를 통해 최대한 대중의 관심을 끌어내는 건 기본이다. 자신들이 힘들게 연구해 얻어낸 리서치 결과를 웹에 띄우거나 이메일 서비스 등을 통해 공짜로 마구 뿌려댄다. 최근 헤지펀드에 리포트를 판매하는 경우도 눈에 띈다. 덩치 큰 헤지펀드들의 영향력을 이용하고, 만약 소송 등 법정다툼이 있을 경우 보호막 효과를 기대할 수도 있어서 이런 사례가 늘어나는 추세다.

액티비스트 공매도자들의 주장이 믿을 만한 것일수록 시장참여자는 이들의 캠페인을 더 많이 신뢰하게 된다. 타깃 회사의 주주는 주식을 더 많이, 더 빨리 팔게 된다. 이렇게 되면 가격 하락은 더 빨라지고, 액티비스트들은 그만큼 더 빨리 자신들의 공매도 포지션을 정리하고 나올 수 있다. 액티비스트 처지에서는 주가 하락(가격 발견)까지 걸리는 시간이 길수록 마진콜(손실 보전금) 위험이 높아진다. 그리고 주가 하락이 지연되다 보면 오히려 일시적으로 주가가 오르면서 액티비스트 공매도자가 손해를 볼 수도 있다. 즉, 공매도 기간(주식을 빌려서 팔고, 이후 하락한 가격으로 다시 그 주식을 사서 주식 대여자에게 돌려주는 기간)이 길수록 공매도자들은 더 높은 비용을 감당해야 한다.

그러나 액티비스트들은 공매도를 실행하기 어려운 종목을 주 타깃으로 삼는다. 주식을 빌리기 어렵거나 빌리는 비용이 높고, 또는 풋옵션(주가가 떨어질 때 수익을 내는 파생상품으로 공매도를 대체할 수 있다) 가격이 높은 종목이다. 이런 주식이야말로 과대평가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으며, 이는 공매도가 성공하는 경우 큰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또한 이들은 공매도가 어려운 종목이라 할지라도 해당 회사 주주들의 대량 매도를 이끌어낼 수 있다. 어떻게?

최근 프랑스 파리의 HEC 경영대학원 교수들은 171개 회사를 타깃으로 6개 액티비스트 공매도자들이 발표한 383건의 공매도 리포트에 쓰인 언어를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이들에 따르면 답은 ‘이야기의 힘’(〈시사IN〉 제708호, “‘이야기의 힘’이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 참조)이다. 사실 액티비스트 공매도 회사들은 그 이름부터 이야기의 힘을 끌어내는 데 적합하도록 지어져 있다. 고담리서치(Gotham City Research)는 〈배트맨〉의 배경이 된 어두운 도시의 이미지와 함께 정의와 슈퍼히어로를 떠올리게 한다. 그리고 시트론리서치는 싸구려 품질의 상품을 연상케 한다. 머디워터스(Muddy Waters·흙탕물)는 〈손자병법〉에 나오는 ‘혼수모어(混水摸魚:물을 혼탁하게 해서 고기를 찾는다)’, 즉 진흙탕 속에서라야 진주를 캘 수 있다는 뜻에서 나왔다. 아이스버그리서치(Iceberg Research·빙산 리서치)는 세상에 드러나 있는 기업의 어떤 모습이 무언가 깊숙이 숨겨져 있는 음모의 일부임을 암시한다. 보고서들은 이야기의 힘을 최대한 끌어내기 위해 로고스(논리), 에토스(신뢰), 파토스(감성)에 호소하는 언어들을 종횡무진으로 구사하고 있었다. 화려한 레토릭도 효과를 발휘한다. 사람들이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바탕으로 거래하는 일은 결코 드물지 않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 액티비스트 공매도자들의 리포트는 발표 이후 85% 정도가 미디어에서 재생산되었다. 이야기가 증폭되는 데 필요한 당연한 순서를 밟았다는 뜻이다.

최근 오스트레일리아 증권거래위원회(ASIC)는 앞으로 타깃 기업이 대응할 시간을 갖도록 공매도 리포트를 장외 시간에 발표하고, 보고서에서 감정적인 언어를 사용하지 말도록 액티비스트 공매도자들에게 ‘충고’했다. 공식적 가이드라인도 아니고 법적으로 강제되는 것도 아니다. ASIC가 겨우(?) 충고를 들고나온 건 그만큼 이에 대한 규제가 까다롭기 때문이다.

6월3일 미국 뉴욕증권거래소 (NYSE) 입회장에서 주가 변동을 지켜보는 트레이더들. ⓒAP Photo

네거티브 액티비즘의 폐해와 규제 움직임

1969년 6월, 재무 칼럼니스트였던 알렉스 캠벨은 아메리칸시스템스라는 회사의 주식을 매수 추천하는 칼럼을 썼다. 그리고 자신의 칼럼이 발표되기 이틀 전 해당 주식 5000주를 매입하고, 칼럼이 발표된 바로 다음 날 이 중 2000주를 팔았다. 칼럼 덕분에 가격이 폭등한 후였다. 이 행위는 시세조종 등을 증권 사기로 처벌토록 규정한 미연방 증권거래법 10b-5항의 적용 여부를 두고 법정에서 논란이 일었다. 이후에는 스캘핑(scalping)의 폐해와 관련된 중요한 사례로 거론되고 있다. 스캘핑은 스스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채널로 자신이 매수한 주식을 추천해 가격을 올림으로써 이득을 챙기는 행위를 말한다.

스캘핑의 폐해는 매수뿐만 아니라 공매도에서도 나타난다. 최근엔 소셜미디어와 결합한 부정적 액티비즘(negative activism)의 폐해가 주목받는다. 근거가 빈약하고 사실 여부가 불투명한 공매도 리포트를 내고 이로 인한 시장의 혼란으로 주가가 떨어지면 이득을 얻는, 일종의 치고 빠지기 작전인 ‘숏 치고 비틀기(short-and-distort)’가 성행하고 있다. 어떤 주식의 가치를 띄우거나 폭락을 유도해 이익을 보는 작전은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의 파워가 강한 오늘날, 과거에 비해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지만 정보의 사실 여부도 확인하지 않고 퍼뜨리는 행위는 당연히 많은 폐해를 낳을 것이다. 2006~2015년 동안 88개 액티비스트 공매도자들의 캠페인 159건을 분석한 연구에 따르면, 실제로 액티비스트 공매도자들이 제기한 혐의 중 겨우 30% 정도만이 나중에 사실로 밝혀졌다.

이 같은 폐해가 늘어나자 2020년 2월 미국 로스쿨 교수 12명은 미국 증권감독원(SEC)에 다음과 같은 두 가지 탄원(petition)을 냈다.

첫째, 만약 공매도자들이 공매도를 시작했다고 공시했다면, 그 포지션의 정리(close) 또한 제때 공시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이들이 공매도 포지션을 계속 유지하는 것으로 착각한 시장참여자들이 공매도 리포트를 더 많이 신뢰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둘째, 캠페인 시작 이후 꼭 그래야만 하는 타당한 이유 없이 서둘러 공매도 포지션을 정리하는 경우, 이를 미연방 증권거래법 10b-5항에서 규정한 시세조종 등 증권 사기로 처벌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는 10b-5항의 적용을 스캘핑에서 공매도까지 확대하자는 것이다.

이런 규제들로 액티비스트 공매도자들이 ‘말하는 것’과 ‘행동하는 것’의 차이를 줄여 시장참여자들이 공매도 리포트에 과도하게 반응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탄원이다.

캐나다 캘거리에 있는 배저데이라이팅(배저)은 비파괴 굴착 서비스 전문 업체다. ⓒBadger Daylighting Ltd
미국의 액티비스트 공매도자 마크 코호데스가 배저를 공격한 날 주가가 14% 하락했다. ⓒBloomberg

액티비스트 공매도 규제 이슈는 미국에서만 제기되는 것이 아니다. 캐나다 캘거리에 있는 굴착기 회사 배저데이라이팅(Badger Daylighting·이하 ‘배저’)의 사례를 보자. 2017년 5월12일 미국의 액티비스트 공매도자 마크 코호데스는 배저가 ‘독극물을 불법적으로 덤핑한다’고 공격했다. 바로 그날, 배저의 주가는 14% 하락했다. 그다음 주에는 28%까지 폭락했다. 2018년 8월, 규제 당국은 공매도자인 코호데스에게 배저의 주식거래를 중지하고 잘못된 정보의 배포를 금지하라는 임시 명령을 내렸다. 올해 3월1일 배저의 최고경영자와 이사회 의장은 규제 당국에 다음과 같은 규제를 요청했다.

“액티비스트 공매도자들이 보고서를 시장에 공개하기 전에 해당 기업에 제공해서 보고서의 사실 여부를 확인하고 대처할 수 있도록 시간을 줘야 한다. ‘공격자들이 어떤 업체인가(정체성)’는 물론 그들의 공매도 포지션의 변화를 캠페인 시작부터 종료까지 매일 업데이트해 공시해야 한다. 시장에 영향을 줄 만한 정보를 퍼뜨리는 경우 공매도 포지션을 시작한 이후 최소 10일 동안 그 포지션을 유지하도록 해야 한다. 만약 이들이 허위사실을 유포한 것으로 밝혀질 경우 상환청구권(recourse)을 보장해야 한다.”

이 요청 사항 중 ‘숏 치고 비틀기’를 막기 위해 최소 10일 동안 그 공매도 포지션을 유지토록 할 것을 공격 당사자인 마크 코호데스가 이미 1년 전에 제안했다는 것은 아이러니다. 만약 액티비스트 공매도자들이 밝힌 정보가 제대로 된 것이라면 시장은 그 정보가 사실임을 알게 될 것이고 가격 하락으로 반응할 것이다. 만약 잘못된 정보로 판명난다면 액티비스트 공매도자들은 이득을 얻을 수 없을 뿐 아니라 큰 손실까지 입을 수 있다. 그러니 약간의 공매도 유지 기간을 두는 것만으로도 액티비스트 공매도자들이 치고 빠지기 작전을 실행할 유인을 줄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법적으로 규제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공매도 포지션을 잡은 후 거짓 정보를 흘리는 액티비스트 공매도자들을 처벌하려면 그들이 퍼뜨린 정보가 사실이 아니거나 오해의 소지가 있다는 정도를 밝혀내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이에 더해 주가에 유의한 영향을 끼칠 것이 합리적으로 기대되어야 한다. 다시 말해, 만약 보고서가 주가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으로 보이는 경우 액티비스트 공매도자들은 발표 자료나 성명이 거짓이었다 하더라도 법적 제재를 빠져나갈 수 있다. 그러니 이들의 캠페인에 의해 왜곡된 방향으로 가격이 실제로 움직인 경우뿐 아니라 시장을 왜곡할 ‘의도’가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처벌이 가능하도록 만들 필요가 있다.

매력적인 시장이 될 수 있는 한국

한국 기자가 ‘한국 기업을 액티브하게 공매도할 생각은 없느냐’고, 누구나 궁금해할 만한 내용을 머디워터스의 카슨 블록 대표에게 물었다. 그는 한국은 ‘애국 투자’가 대세라며 “노(no)”라고 잘라 말했다고 한다. 외국인들의 공매도에 대항하는 것을 무슨 애국적인 투쟁을 하는 듯이 생각하는 시장에는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조선일보〉 2020년 9월28일, 이들에 찍히면 주가 반토막…월가의 ‘공매도 자객들’). 그러나 블록이 그렇게 말했다고 해서 한국의 주식시장이 액티비스트 공매도자들의 캠페인과 관련이 없으리라고 속단하는 것은 옳지 않을뿐더러 위험한 일이기도 하다. 아무 준비가 없는 상태라면 피해가 더욱 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평소에는 넋을 놓고 있다가 부작용과 비난이 쇄도했을 때에야 미적미적 제도적인 손질을 시작하는 잘못을 되풀이하는 것과 같다.

나스닥에 상장된 의료기기 업체 나녹스의 창업자 란 폴리아킨. ⓒLUZ Corporate

한국은 사실 액티비스트 공매도자들에게 매력적인 시장이 될 수 있다. 역설적이지만, 공매도에 대한 투자자들의 적개심이 비정상적으로 높고, 공매도 거래가 다른 선진국에 비해 매우 미미한 수준에 그치기 때문이다. 더욱이 공매도 인프라가 미비한 데다 풋옵션 등 공매도 대체 시장 역시 활성화되어 있지 않다. 액티비스트 공매도자들은 이런 특성들에 따라 ‘한국은 주식이 고평가될 수 있는 다양한 조건이 갖춰진 시장’이라고 판단할 수 있다. 주식이 고평가되어 있다는 것은 공매도가 성공하면 그만큼 큰 이익을 얻게 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더욱이 인터넷이나 소셜미디어가 세계 어느 나라보다 발달한 나라가 한국이다. ‘이야기의 힘’은 또 얼마나 강한가! 작은 사실들이 증폭되어 여론을 출렁대게 하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

비단 한국에 액티비스트 공매도자들이 들어오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나스닥에 상장된 의료기기 업체 나녹스(Nano-X)는 SK텔레콤이 지분율 5.8%로 2대 주주의 지위를 가진 업체다. SK텔레콤을 제외해도 한국인 투자자들이 이 회사에 보유한 주식의 액수가 1억 달러를 웃돈다. 지난해 9월 머디워터스 등 액티비스트 공매도자들의 캠페인이 시작된 후 이 회사 주가는 곤두박질쳤고 ‘서학개미’를 걱정하는 기사가 넘쳐났다.

지금부터라도 액티비스트 공매도에 대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그 성장세가 나 몰라라 할 수준을 한참 넘었다. ‘투자자 보호’란, 앞으로 닥쳐올 가능성이 있는 일들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것이다. 미리 준비를 시작해서 나쁠 것이 없다.

기자명 이관휘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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