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전면 금지’의 시행 첫날인 11월6일, 예상대로(!) 증시가 폭등했다. 이날 코스피지수(종가 기준)는 ‘전장(11월6일 직전 증시거래일인 11월3일)’의 2368.34에서 5.66% 오른 2502.37로 마감되었다. 코스닥지수는 11월3일의 782.05에서 6일엔 839.45로 7.34%나 올랐다.
금융 당국이 지난 11월5일 전격 발표한 ‘공매도 전면 금지안’이 증시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 방안에 따르면, 11월6일부터 내년 상반기(1~6월)까지 코스피, 코스닥 등 국내 증시의 전 종목에서 공매도가 금지된다.
공매도로 가능한 이익과 손해
공매도(空賣渡:short selling)는 문자 그대로, 자신의 수중에 없는(空) 주식을 (빌려서) 판다는 의미다. 공매도에서는 해당 주식의 가치가 상승하는 것이 아니라 하락해야 수익을 낼 수 있다.
그 방법은 대충 다음과 같다. 공매도자들은 예컨대 주가 10만원인 주식 100주를 ‘빌린다’. 주식을 빌릴 땐 일정한 ‘차입 비용’을 내기 마련이다. 100주를 빌리자마자 팔면 1000만원을 얻는다. 그 다음엔, 주가가 내리기를 기다리거나 혹은 내리도록 적극적으로 유도한다. 이런 ‘염원’과 ‘노력’이 성과를 거둬 주가가 예컨대 6만원으로 폭락하면, 100주를 600만원으로 매입해서 원래 주인에게 갚는다. 빌린 주식으로 1000만원을 얻었는데, 같은 양의 주식을 돌려주는 데는 600만원밖에 들지 않았으니 공매도자는 400만원의 수익을 얻는다. 다만 주가가 오히려 오른다면 공매도자들은 손해를 본다. 주가가 12만원으로 상승하면, 100주를 1200만원으로 매입해서 돌려줘야 한다. 200만원 손해다.
그동안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서 공매도는 ‘주가 폭락’의 주범으로 원한의 대상이었다. 실제로 지난달엔 글로벌 금융종합회사들이 저지른 560억원대 규모의 불법적인 ‘무차입 공매도’가, 금융 당국에 의해 적발되기도 했다. 공매도 자체는 합법이지만, 주식을 빌리지도 않은 상태에서 매각하는 ‘무차입 공매도’는 엄연한 불법이다.
정치적 목적을 위한 시장 제도 바꾸기?
그러나 문제는 공매도가 글로벌 차원에선 ‘시장 자유’의 범주에 속하는 주식 거래 기법 중 하나란 것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따지는 것은 특정 거래가 도덕적으로 옳은가 그른가 여부가 아니다. ‘자유롭고 제한 없이 거래 가능한가’를 주로 따진다. 지난 십수 년 동안 정부는 국내 증시를 이른바 MSCI 지수(모건스탠리가 발표하는 세계 주가 지수)에 편입시키려 시도해왔다. MSCI 편입은, ‘한국 증시가 외국인들도 자유롭고 제한 없이 거래할 수 있는 시장’이란 인식을 확산시킬 것으로 기대되었다.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의 저평가 문제)’의 해결책으로 널리 간주되기도 했다.
이런 측면에서 윤석열 정부의 이번 조치는 한국 증시의 MSCI 편입을 더욱 어렵게 만들 것으로 보인다. 특히 내년 총선을 겨냥한 정부‧여당의 ‘정치적 카드’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크다. ‘정치권의 손익에 따라 시장 관련 제도를 삽시간에 마음대로 바꿀 수 있는 국가’에 기꺼이 투자할 투자자는 많지 않을 것이다.
실제로 지난 11월3일 열린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간사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이 장동혁 당 원내대변인에게 보낸 다음과 같은 문자 메시지가 취재 기자의 카메라에 포착되어 공개되기도 했다. “저희가 이번에 김포 다음 공매도로 포커싱하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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