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선수 타이거 우즈(왼쪽)가 부모로부터 집중투자 방식의 교육을 받은 반면 테니스 선수 로저 페더러(오른쪽)는 분산투자 방식의 교육을 받았다. ⓒAFP PHOTO

많은 부모들이 자기 아이가 재능을 드러내는 분야가 어디인지를 부지런히 찾는다. 능력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그 부분만 집중적으로 훈련시켜 키우려는 의도다. 타이거 우즈도 생후 7개월째부터 골프채를 끌고 다닌 이후 오로지 골프에만 집중한 결과 역사에 남을 스포츠맨으로 크게 성공하고 있지 않은가. 그렇다면 삶의 이곳저곳에 다양하게 적용되는 이런 선택과 집중의 원리를 주식투자에 적용하면 어떨까?

답은 단순하지 않다. 한쪽에서 경제학자들이 최적의 투자 원칙과 가격 메커니즘의 작동 원리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동안 다른 쪽에선 수많은 투자자들이 나름의 투자전략과 철학으로 무장한 채 시장에 뛰어들어 빛나는 성과를 내거나 혹은 참혹한 실패 속에 퇴출되었다.

이번엔 이 이슈와 관련된 다소 원론적인 이야기를 해볼 참이다. 위험과 수익률에 관한 이해 없이는 자본시장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이슈들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어떤 이론이든 알고자 하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만들어진다. 우리는 분산과 집중이란 두 가지 전략 중 어느 것이 더 최적의 투자에 가까운지 알고 싶다. 몇 가지 가정이 충족된다는 조건하에 미리 얘기하자면, 답은 분산투자다. 무려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답이 그렇다.

해리 마코위츠에게 1990년 노벨 경제학상을 안겨준 ‘포트폴리오 이론’은 경제학을 전공하는 대학원생은 물론이고 학부생들도 반드시 배워야 하는, ‘최선의 투자전략’에 대한 주요 이론이다. 여기서 포트폴리오란 투자 대상이 되는 자산 또는 유가증권들의 집합을 말한다(삼성전자·LG화학·SK텔레콤에 투자했다면 당신의 포트폴리오는 이들 세 종류의 주식으로 구성되는 것이다). 포트폴리오 이론 역시 다른 경제학 모델들처럼 몇 가지 가정에 기초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가정은 ‘투자자들이 위험회피적인 성향을 갖고 있으며 주식을 오로지 수익률(return)과 위험의 관점에서만 평가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대다수 투자자들은 두 주식의 수익률이 같으면 그중 덜 위험한 주식을 선호하고, 위험이 같다면 수익률이 더 높은 주식을 선호한다. 이를 ‘위험회피적(risk-averse) 성향’이라 부른다.

여기서 위험은 ‘불확실성’을 의미한다. 앞으로 주가가 오를지 내릴지, 또 얼마나 변할지 확실하지 않다는 의미다. 이런 이유로 위험은 대개 주가 또는 수익률의 변동성으로 측정된다. 변동성은 큰데(위험이 큰데), 투자를 통해 얻을 것으로 기대되는 수익률이 충분히 높지 않다면, 그 주식은 위험회피적인 투자자들로부터 외면받기 쉽다. 작은 수익률은 큰 위험에 대한 충분한 보상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반대로 위험이 작다면 설령 수익률이 낮다고 해도 매력적인 투자안이 될 수 있다. 이른바 ‘하이 리스크-하이 리턴(high risk, high return)’ ‘로 리스크-로 리턴(low risk, low return)’의 관계다.

이제 당신이 가진 돈을 모두 삼성전자에 ‘집중’ 투자했다고 치자. 반도체 업황의 변화나 이재용 부회장의 신변 문제에 따라 포트폴리오(이 경우 삼성전자 한 종목) 수익률은 심하게 출렁일 것이다(=위험이 크다). 그러나 당신이 여러 종목에 ‘분산’해 투자했다면 수익률은 보다 안정적일 터이다(=위험이 작다). 주가가 떨어진 종목들에서 발생한 ‘손실(음의 수익률)’을 주가 상승 종목들에서 얻은 ‘이득(양의 수익률)’으로 상쇄할 수 있기 때문이다.

1990년 포트폴리오 이론으로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해리 마코위츠. ⓒ위키백과

수익률은 체계적 위험에 대한 보상

왼쪽 그림에서 곡선은 투자 종목 수에 따른 포트폴리오 수익률의 변동성(위험)을 보여준다. 그림의 왼쪽 부분은 투자하는 종목이 몇 개 안 되는 집중투자의 경우다. 오른쪽으로 갈수록 많은 종목에 투자하는 분산투자다. 우하향하는 곡선은 단순히 투자 종목을 늘리는 것만으로도 위험을 추가적으로 줄일 수 있는 ‘위험 분산 효과’를 보여준다. 종목이 늘어날수록 종목별 수익률들이 서로 상쇄되는 정도가 커지면서 위험이 줄어든다. 다시 말해 분산투자는 위험을 줄이는 투자다.

그렇다면 투자 종목을 아주 많이 늘림으로써 위험을 모두 없애는 것이 가능할까? 예컨대 당신이 코스피200 지수에 투자한다면(코스피지수 구성 종목인 200개 주식에 골고루 투자한다는 뜻이다), 포트폴리오는 위험에서 자유로울까? 그렇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하다. 답은 ‘어떤’ 위험을 얘기하느냐에 달려 있다. 예를 들어보자.

당신은 주식 A를 아주 좋은 주식이라고 믿으며 매입하고 싶어 한다. 그런데 걸림돌이 하나 있다. 이 회사 최대 주주 집안의 일원인 경영자가 그동안 수많은 갑질로 사회적 비난을 받아왔으며 경영능력조차 의심스러운 인물이란 점이다. 이런 경우 경영자로 인한 불확실성을 회피하면서도 A 주식이 제공하는 수익을 얻는 투자방법이 있을까? 있다. A와 비슷하지만 경영자가 똑똑하고 믿을 만한 B 주식을 매입하면 된다.

그러나 모든 위험이 이처럼 회피하기 쉽지는 않다. 회피하기 어려운 위험이 있다. 예컨대 지금 미얀마에 상장되어 있는 기업들 중 군부 쿠데타로 인한 정치적 위기에서 자유로운 업체는 없을 것이다. 그 기업이 얼마나 우수한지에 상관없이 말이다. 투자자들이 이러한 정치적 또는 거시적 위험을 회피하는 유일한 방법은 미얀마에 상장된 주식에 투자하지 않는 것이다(대신 미국이나 한국 시장에 투자하면 될 것이다).

다른 종목에 투자함으로써 회피할 수 있는 위험을 기업 고유 위험(firm-specific risk), 또는 비체계적 위험(idiosyncratic risk)이라 부른다. 반면 그 나라나 지역의 거시적 상황, 또는 글로벌 환경과 연관되어 있어 투자하는 이상 회피할 수 없는 위험을 체계적 위험(systematic risk) 또는 시장위험(market risk)이라 부른다. 기업 고유 위험은 다른 종목들에 추가적으로 투자함으로써 줄이거나 없앨 수 있다는 점에서 ‘분산 가능한 위험(diversifiable risk)’이다. 반면 시장위험은 투자를 하는 한 회피할 수 없는 ‘분산 불가능한 위험(non-diversifiable risk)’이 된다. 앞의 그림에서 뭉뚱그려 위험(곡선)이라 불렀던 것은 사실 ‘총위험(total risk)’으로 이는 비체계적 위험과 체계적 위험의 합을 말한다.

그림으로 다시 돌아가 보자. 가로축과 평행하게 그려진 점선은 포트폴리오에 종목을 아무리 추가해도 더 이상 줄일 수 없는 위험, 즉 체계적 위험을 나타낸다. 설령 코스피200 지수처럼 아무리 잘 분산된 포트폴리오에 투자한다 하더라도 회피할 수 없으니 이 정도의 위험은 투자를 하기 위해서 투자자 스스로 감당해야만 한다는 뜻이다. 총위험(곡선)에서 체계적 위험(점선)을 뺀 부분, 즉 종목이 더해질수록 줄어드는 부분은 비체계적 위험을 가리킨다. 이 부분은 예를 들어 코스피200 지수에 투자함으로써 완전히 없애버릴 수 있다(그림의 오른쪽으로 갈수록 비체계적 위험은 계속 줄어 결국 어느 지점부터는 0이 된다).

이 구분은 중요하다. 체계적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투자를 하도록 유도하기 위해서는 그 위험에 합당한 수익률만큼을 보상으로 제공해 주어야 한다. 그러나 비체계적 위험의 경우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투자자 스스로 굳이 그런 위험을 감수하며 투자하겠다면, 그 대가를 시장이 수익률로 보상해줄 필요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제출할 필요 없는 숙제를 굳이 열심히 만들어낸다고 해서 과제 점수를 더 받을 수는 없다. 다시 말해 수익률은 비체계적 위험과는 무관하다. 이렇게 위험의 종류를 구분했으니, ‘수익률은 위험에 대한 보상’이라는 문장을 좀 더 정확히 써봐야겠다. “수익률은 ‘체계적 위험’에 대한 보상으로 주어진다.”

2018년 3월 한국거래소에서 KRX300선물·ETF 상장 기념식이 열렸다. KRX300 지수는 코스닥 시장의 활성화를 위해 코스닥 종목 비중을 높여 개발한 통합지수다. ⓒ연합뉴스

포트폴리오 이론의 교훈

집중투자는, 다시 말하자면 충분히 분산되지 않아 어느 정도의 비체계적 위험을 포함하고 있는 투자전략을 말한다. 그리고 없앨 수 있는 비체계적 위험을 감수한다고 해서 보상이 주어지는 것은 아니니, 집중투자는 분산투자보다 비효율적인 투자전략이 된다. 여기서 비효율적이라는 말은 수익률이 위험에 비해 낮은 수준이어서 최적의 투자가 될 수 없다는 뜻이다. 이를 바탕으로 포트폴리오 이론은 놀라운 결론을 이끌어낸다. 시장에 존재하는 모든 금융자산들에 골고루 투자된 까닭에 비체계적 위험이 완전히 분산되어 없어진 시장 포트폴리오(market portfolio)에 투자하는 것이 수익률-위험 측면에서 최적의 투자전략이 된다는 것이다. 시장 포트폴리오에 투자하고 남은 금액은 위험이 없는 자산(무위험자산, 예컨대 미국 국채)에 묻어두거나 안전하게 예금해두면 된다. 다시 말해 시장 포트폴리오와 무위험자산, 단 두 가지 자산에만 투자해야 최적의 ‘수익률-위험’ 조합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두 자산 분리 정리’(Two-Fund Separation Theorem)로 불리기도 한다.

이 같은 결론이 시장효율성과 관련해 갖는 함의는 무척 흥미롭다. 두 자산 분리의 한 축인 시장 포트폴리오는 대개 코스피지수나 S&P500 지수 등에 투자하는 ‘인덱스펀드’를 말한다. 따라서 두 자산 분리 정리는 위험자산에 투자하고 싶은 경우 시장에 나와 있는 수많은 종목들의 일부에 집중하는 개별적 투자(액티브 투자)보다 주가지수처럼 잘 분산된 포트폴리오에 투자하는 전략(패시브 투자)이 더 낫다는 의미가 된다. 당신의 위험회피 정도가 남들보다 더 심하건 말건 상관없이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 등 몇 개 주식에 집중투자하는 것보다 코스피지수같이 잘 분산된 포트폴리오에 투자하는 게 최선이 될 것이라는 말이다. 패시브 펀드의 성과가 역사적으로 얼마나 눈부셨는지는 이전에 이미 소개한 적이 있다(〈시사IN〉 제685호 ‘동학개미 수익률은 확신 편향이 만든 허상’ 기사 참조). 포트폴리오 이론은 많은 경제학자들과 투자의 대가들이 액티브 투자보다 패시브 투자가 수익률-위험 최적화에 더 유리하다고 주장하는 대표적인 이론적 근거가 된다.

분산투자를 하기 위해서, 예를 들어 코스피200 지수에 투자하기 위해서 200개 종목을 모두 일일이 매수할 필요는 없다. 다양한 상장지수펀드(ETF) 상품이 출시되어 있기 때문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8월10일 현재 2002년 시장 개설 이후 19년 만에 처음으로 ETF 종목 수가 500개를 돌파했다. 이 중 절반 정도는 국내 주가지수를 추종하는 상품들이다. ETF 일평균 거래대금은 3조1700억원이 넘어 미국과 중국에 이어 세계 3위 수준이라고 한다.

워런 버핏(왼쪽)과 피터 린치 같은 전설적인 투자자들은 분산투자보다 집중투자로 성공을 거뒀다. ⓒEPA(왼쪽), 위키백과

선택과 집중이냐, 아니면 분산투자냐에 대해서 경제이론은 대개 분산투자의 손을 들어주지만 여기에 고개를 젓는 독자 또한 적지 않을 것이다. 집중투자로 큰 성공을 꾸준히 거두고 있는 투자자들에 대해 적잖이 들어보았기 때문이다. 워런 버핏과 피터 린치 같은 전설적인 투자자들은 경제이론과 반대의 길을 걸어 성공한 사람들이다. 버핏은 분산투자가 재산을 보호해주지만 재산을 불려주지는 않는다며 분산투자는 기업을 잘 모르는 투자자들이나 하는 것이라고 비꼬곤 했다.

〈워런 버핏의 주주 서한〉에서 버핏은 자신이 투자하는 회사의 최고경영자에게 다음과 같은 사항을 주문한다고 말했다. “당신이 회사 지분의 100%를 갖고 있고, 이 회사가 당신의 유일한 자산이며, 앞으로 100년 이상 이 회사를 팔거나 합병할 수 없다는 각오로 회사를 경영해주시오.” 이 부분은 그의 투자 철학을 잘 나타내주는 구절이다.

갓난아기인 아들의 손에 골프채를 쥐여주었던 타이거 우즈의 아버지는 아들이 네 살이 되던 해부터는 아예 그를 아침 9시에 골프장에 들여보내고 8시간 뒤에야 데리러 왔다고 한다. 이제 우즈보다 5년 정도 나중에 태어난 또 다른 선수의 얘기를 들어보자. 그의 어머니는 운동 코치였음에도 아들에게 어떤 특정한 운동을 권한 적이 없었다. 아빠와 엄마가 아들이 어렸을 때부터 같이 놀아준 운동 리스트에는 수영, 스쿼시, 스키, 레슬링, 야구, 탁구, 핸드볼, 테니스, 배드민턴 등이 들어 있다. 이와 같은 다양한 스포츠 경험은 훗날 그가 테니스 선수로서 전설적인 커리어를 쌓는 데 훌륭한 자양분이 되었을 것이다. 윔블던 8회, 오스트레일리아 오픈 6회, US 오픈 5회 우승 등 이미 전무후무한 대기록을 쌓은 이 선수의 이름은 로저 페더러. 만 40세인 올해에도 세계 남자 테니스 선수 랭킹(ATP) 9위에 올라 있는 막강한 현역이다. 테니스 팬이라면 특히 그의 우아한 한 손 백핸드에 감격해 몇 번이나 ‘갓(God) 페더러’를 외친 적이 있을 것이다.

분산이나 집중 중 하나가 정답이라면 투자라는 것도 그렇게 어려운 일만은 아니었을지 모른다. 당신의 아이에게라면? 칼럼을 다 쓰고 나니 밤 12시가 넘었다. 분산과 집중의 문제는, 음 글쎄다. 곱게 잠들어 있을 녀석의 볼에 일단 뽀뽀하고 나서 내일 일어나 생각해보든 말든 할 참이다. 그래도 그다지 늦는 건 아닐 테니까.

기자명 이관휘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저작권자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