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휴가 때 정말이지, 오랜만에 극장을 찾았다. 류승완 감독의 〈모가디슈〉를 봤다. 코로나19가 유행한 이후, 극장에서 처음으로 본 영화다.
1991년 소말리아에 내전이 일어난다. 당시 한국은 유엔 가입을 위해 아프리카에서 ‘총력 외교’를 펼칠 때였다. 영화는 내전 현장에서 남·북한 대사관 직원, 가족들이 힘을 합해 탈출을 시도하는 모습을 담았다. 영화는 모로코에서 촬영했다. 제작진이 ‘이 정도 규모의 촬영을 통제할 수 있구나’ 하는 데 놀라웠고, 소말리아 내전에서 남·북한 사람이 겪는 에피소드를 해외 관객은 어떻게 느낄까 궁금했다.
영화 속 이야기가 더 궁금해 당시 실화를 담은 〈중앙일보〉 1991년 1월24일자 기사를 찾아보았다. 항공편으로 탈출하기 위해 한국 대사관 일행이 모가디슈 국제공항을 찾았다. 대합실에서 북한 공관원 일행 14명을 만났고, 이들은 한국 공관으로 향했다. 함께 밤을 지새우고 이탈리아 대사관 측에 구조를 요청했다. 이들은 태극기를 꽂은 승용차 6대에 나누어 타고 이탈리아 대사관으로 갔다.
기사는 이렇게 전한다. “차량들이 이탈리아 정부군이 배치된 대사관 후문 쪽으로 접근할 즈음 70∼80m 전방에서 집중 포격이 쏟아졌다. 앞서가던 몇 대는 차를 급히 꺾어 총격을 용케 피했으나 중간에서 뒤따라오며 운전을 하던 북한 공관 통신기사 한상렬씨(36)가 왼쪽 가슴에 총 한 발을 맞았다. 한씨는 총 맞은 가슴을 한 손으로 움켜쥐고 1분여 동안 초인적인 의지와 사명감으로 운전을 계속해 3m를 더 가 안전지대인 대사관 후문에 도착시켜 더 이상의 희생자가 발생하지 않았다.” 영화 〈모가디슈〉를 본 독자라면, 이 기사에서 탈출신이 연상되리라.
〈모가디슈〉를 본 며칠 뒤,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의 수도 카불을 장악했다는 뉴스를 접했다. 공항에 몰려든 사람들. 외신은 이륙하는 비행기 바퀴에 매달린 카불 시민 3명이 추락했다고 보도했다.
영화 속 혼돈이 겹쳐 보인다. 아프가니스탄에 한국 부대와 병원이 파견되었는데, 그 기관을 도왔던 현지인들도 신변의 위협을 받고 있다고 한다. 2021년 카불에서 고통을 겪고 있는 이들이, 1991년 모가디슈의 남·북한 일행처럼 안전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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