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IN 이정현

〈시사IN〉 제720호 커버스토리의 주제는 기본소득입니다. 앞으로 수개월 동안 뜨거운 정치적 논쟁을 일으킬 이슈로 보입니다. 무엇보다 여권의 대선주자 가운데 가장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는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대표 정책이니까요.

기본소득은 굉장히 급진적인 정책으로 느껴집니다. 실제로 그렇습니다. 기본소득의 원(原) 주창자들은 ‘노동의 자유’가 아니라 ‘노동으로부터의 자유’를 옹호합니다. 여기서 ‘노동’은 누군가에게 일정한 대가를 받는 조건으로 고용되어 수행하는 ‘활동’이죠. 지금의 세상이 인간을 평가하는 가장 중요한 잣대는 ‘노동을 하고 있는가(=고용되어 있는가)’와 ‘그 노동은 얼마나 비싸게 팔리는가(=임금수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여기서 좋은 점수를 얻지 못하면 아무리 고매하고 잘난 사람이라도 사회적으로 정당한 평가를 받지 못합니다. 그러나 모든 사회구성원이 기본적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현금 급여(기본소득)를 받게 된다면, 단지 살아남기 위해 원하지 않는 노동을 할 필요는 사라질 터입니다. ‘노동 편집증’에서 해방된 사회에서는 사람이 다른 사람을 ‘승인’하는 방식은 물론 바람직한 삶의 이미지도 크게 바뀔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기본소득이 주목할 만한 아이디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원(原) 이론과 그것을 현실화한 정책은 다를 수밖에 없고 달라야 합니다. 기본소득의 시행엔 많은 재정이 필요합니다. 최저생계비에 턱없이 미치지 못하는 1인당 월 50만원씩만 지급하려 해도 연간 300조원의 예산이 투입되어야 합니다. 지난해 국가예산(약 512조원)의 60%에 달하는 규모죠. 차형석 기자는 커버스토리를 통해 기본소득(혹은 복지 시스템)의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일정한 지점을 선택한 세 입장을 보여줍니다. 경기도 기본소득위원회 공동위원장인 강남훈 한신대 교수, 복지국가 운동의 방아쇠를 당긴 이상이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정책위원장(제주대 교수), 국민의힘 쪽인 김세연 전 의원과 오세훈 서울시장 등입니다. 강 교수가 기본소득을 확대해나갈 수 있는 점진적 길을 모색한다면, 이 교수는 기본소득론을 맹렬히 비판하며 기존 복지국가 노선의 확충을 제시합니다. ‘우파 기본소득론자’로 불리기도 하는 김 전 의원 등은 기본소득을 제공하는 대신 지금의 복지제도 가운데 상당수를 폐지하자고 제안합니다. 조금 복잡한 맥락을 가진 논쟁입니다만, 친절한 차 기자의 커버스토리 첫 기사를 먼저 읽고 나면 그리 어렵지 않게 개괄하실 수 있을 겁니다. 이 기사들이 한국의 소득보장 및 복지제도, 나아가 노동(지금 당장은 굳이 ‘노동으로부터의 자유’를 주장하고 싶지 않습니다)에 대해 다시 한번 이야기 나눌 계기가 된다면 기쁘겠습니다.

기자명 이종태 편집국장 다른기사 보기 peeke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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