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병들어요. 골병. 주 6일 근무하고, 일손이 모자라 연차휴가는 거의 쓸 수 없죠. 정해진 휴게 시간 같은 건 없어요. 제시간에 퇴근하려면 쉬지 않고 수거해야 합니다.”
서울 ㄱ구와 민간 위탁계약을 맺은 ㄴ업체 소속 김병호씨(47)는 상차원 동료 두 명과 밤 10시부터 새벽 6시까지 일반 쓰레기를 수거하고 운반하는 일을 한다. 코로나19로 쓰레기양이 늘어 오전 7시를 넘겨 퇴근하는 날도 잦아졌다. 밤새 수거한 쓰레기를 반입하기 위해 새벽 5시에 문을 여는 자원회수시설장 앞에서 대기하는 40분 남짓이 김씨와 동료들이 숨을 돌리는 유일한 시간이다.
2019년 개정된 ‘폐기물관리법(제16조의3 제2항)’에 따라 김씨가 속한 대행업체도 3인 1조 근무, 주간작업 원칙, 차량 안전장치 설치 등 안전기준을 따라야 한다. 2020년 6월부터는 이를 위반하면 처벌도 가능하게 되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법이 잘 지켜지지 않는다. 관리감독 의무를 지는 지자체가 조례를 만들어 안전조치 사항을 결정할 수 있게 한 조항 때문이다. 주 6일 연속 야간근무를 하고, 안전 멈춤 바(뒤에서 차를 멈출 수 있는 장치) 설치가 안 된 노후 차량으로 작업을 해도 김씨가 속한 업체는 처벌을 피할 수 있다. 고용노동부 조사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18년 사이 발생한 환경미화원 산재사고 사망자 13명 가운데 12명이 민간 위탁업체 소속으로 밝혀졌다.
노동강도가 세고 열악한 근무 환경에 놓여 있지만, 처우는 지자체가 직접 고용하는 환경공무관에 비해 터무니없이 낮다. 12년 전 처음 환경미화원 일을 시작한 김씨도 언젠가 지자체로부터 직접 월급 받는 날이 오길 바라고 있다. “저희도 필수인력인데 사람 취급 받아야죠. 힘든 일을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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