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코로나 병동을 처음 방문했을 때 나는 완전히 다른 세계에 들어온 느낌을 받았다. 마치 달나라에 도착한 우주인이 된 것 같았다. 그동안 병원 다큐멘터리 촬영을 많이 해본 나로서는 코로나 병동이라고 크게 다를 것이라고는 짐작하지 않았다. 그러나 코로나 병동은 상상을 초월하는 곳이었다.
방호복 때문일지도 모른다. 코로나 병동에서 일하는 의료진과 관계자들은 모두 서너 겹의 방호복을 갖춰 입고 눈 주위를 커다란 고글로 덮었다. 병동 안에서는 누가 누군지 알아볼 수조차 없었다.
병동 안에서의 행위도 보통 병실과 완전히 달랐다. 모든 행위가 굉장히 신중하게 이루어져야 했다. 이런 어렵고 힘든 상황에서 즐겁게 웃으며 일하는 의료진은 가히 경이로웠다. 육체적 혹은 정신적인 힘 이외의 다른 힘이 그들에게 존재하는 것 같았다.
여러 달에 걸쳐 이뤄진 촬영이 마무리될 무렵, 의료진에게 ‘힘들지 않아요?’라고 질문을 던졌다. 당연히 ‘힘들고 지친다’는 답을 기대했다. 그들은 뜻밖의 답변을 돌려주었다. “이런 특별한 역병을 치료하는 과정을 통해 환자분들을 ‘어떻게 하면 더 잘 보호할 수 있을까’ 생각하게 되었다.” 이 특별한 병동에서 일하는 그들의 자부심을 느낄 수 있었다.
나는 ‘5인 이상 집합금지’ 같은 조항에 불만이었는데, 코로나 병동의 의료진을 보고 나면 불평을 늘어놓을 수 없었다. 그저 그들에게 “고맙고 또 고맙다”.
옛날 한국 사진을 보여주는 사이트가 있다. 일제강점기나 한국전쟁, 1960~1970년대 무렵의 풍경을 찍은 사진들을 볼 수 있다. 당시에는 선교사나 기자들이 무심코 찍었을 이 사진들이 지금은 기록을 넘어 역사가 되었다. 코로나 병동을 기록한 나의 이 사진들도 지금은 별 볼 일 없을지 모르겠으나 10년 혹은 20년 뒤엔 후손들이 보며 ‘이런 의료진 덕분에 코로나19를 겪어낼 수 있었구나’라고 느낄 수 있으면 좋겠다.
사진을 찍는 일은 내 생활이다. 어떤 사람들은 이런 위험한 일을 왜 하느냐고 하지만 나는 자원해서 코로나 병동에 들어갔다. 만약 세브란스병원 측에서 돈을 주며 부탁했다 하더라도 내가 바라지 않았다면 병동 사진을 찍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을 이겨내는 그 현장에 함께할 수 있어서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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