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IN 신선영

“노동조합을 만들면서 이 자리에 서게 될 것을 짐작했습니다. 혹은 필요했습니다. 타투가 의료 행위라는 판단이 상식적인지, 세계인의 보편적 눈높이에 맞는 판단인지에 대한 존엄한 판결을 받을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타투유니온(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타투유니온지회) 김도윤 지회장(41)이 5월28일 서울북부지방법원에서 열리는 1심 재판 출석에 앞서 직접 작성한 ‘최후진술’을 들고 취재진 앞에 섰다. 타투이스트(tattooist, 문신사)로 ‘법정 싸움’을 이제 막 시작하는 그의 목소리는 단호하고 차분했다.

‘도이’라는 이름으로 15년째 활동하는 김 지회장은 브래드 피트, 스티븐 연, 한예슬 등 유명인의 타투이스트로 잘 알려져 있다(〈시사IN〉 제652호 ‘타투이스트들이 노조 만든 이유’ 참조). 국내 가이드라인이 전무한 상황에서도 해외의 위생 및 감염 지침을 따랐던 그는 안전한 작업자로 인정받아왔다. 그런 그가 법정에 서게 된 건 2019년 12월 자신에게 시술받은 A 연예인의 유튜브 영상을 본 누군가가 그를 경찰에 신고해 ‘의료법 위반’으로 기소됐기 때문이다. 결국 김 지회장은 올해 2월 약식재판에서 500만원 벌금을 선고받았다. 기다렸다는 듯 김 지회장과 변호인은 곧바로 정식 재판을 신청했다. 귀책사유가 없는 상황에서 법리를 다툴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게다가 2020년 9월, 한국처럼 타투를 의료 행위로 보는 국가인 일본의 최고재판소가 “타투 시술은 의료 행위가 아니다”라고 결론을 내린 판결도 계기가 됐다.

1992년 대법원의 판례에 따라 여전히 타투 시술을 의료 행위로 보는 한국은 이제 전 세계에서 ‘비의료인의 타투 시술은 불법’인 유일한 나라가 됐다. 미용 목적을 포함해 타투를 경험한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는 등 과거와는 달리 일종의 문화로 타투를 소비하고 있지만, 여전히 법과 제도는 따라오지 못하는 실정이다.

출범한 지 1년3개월을 넘긴 타투유니온의 가장 시급한 과제도 ‘타투의 일반 직업화’, 즉 ‘비의료인의 타투 시술 합법화’이다. 이를 위해 지난해 11월에는 현행법에 대한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하기도 했다. 입법과 지자체 법률 개정뿐만 아니라 감염관리 기준 제작 및 교육 등에도 앞장서서 활동하고 있다.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스튜디오에서 만난 김 지회장은 “일본 판결처럼 저희는 종이가 아닌 사람의 피부에 그림을 그리는 예술인이에요. 의료인이 할 수 없는 영역인 거죠. 저를 찾는 많은 젊은 타투이스트들이 떳떳하게 세금을 내고 싶어 합니다. 해외에서 더 인정받는 그들을 잘 관리하는 쪽으로 국가의 역할이 바뀌어야 한다고 봐요”라고 설명했다. 넓은 유리창으로 둘러싸인 작업공간에 앉은 그는 작은 소망도 밝혔다. “합법화되면 블라인드 없이 창문을 열어놓고 작업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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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신선영 기자 다른기사 보기 ssy@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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