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서울대에서 청소 노동자가 휴게실에서 사망한 안타까운 사건이 있었다. 사건을 통해 알려진 근무 환경을 보고 나는 깜짝 놀랐다. 엘리베이터도 없는 건물에서 매일 100L 쓰레기봉투를 혼자 들고 다니는 과중한 업무도 문제였지만, 필기시험을 치른 후 점수를 공개하고, 회의에 정장을 입고 수첩을 지참하라는 등 업무와 관계없는 지시가 많았기 때문이다. 서울대, 청소, 시험은 서로 전혀 상관없어 보이지만, 육체노동을 얕잡아 보는 편견이 시험으로 드러난 게 아닐까?

〈저 청소일 하는데요?〉는 청소 일을 하는 20대 김예지 작가의 이야기다. 학창 시절 김예지 작가의 꿈은 디자이너였다. 그래서 대학까지 졸업했지만 원하는 직장에는 줄줄이 낙방했다. 영화라면 주인공이 불굴의 의지로 꿈에 그리던 직장에 들어가거나, 우연한 기회에 유명 일러스트레이터가 됐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취업을 준비할 때도 사람은 살아야 하고, 그러려면 계속 돈이 든다. 작가는 마침 청소 일을 하고 있던 엄마의 제안을 받고 엄마와 함께 일하게 된다.

“무슨 일 하세요?” 물어보면

작가는 보통 청소 노동자하고는 조금 다르다. 엄마와 함께 본인이 청소업체 대표로 일하는 자영업자다. 그렇지만 20대에 대학을 졸업하고 청소 일을 하는 사람이 흔하지는 않다. 사람들은 겉으로는 직업에 귀천이 없다고 하지만, 마음속으로는 직업에 따라 레벨을 매겨놓는다. 작가는 청소를 하면서 계속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게 된다.

청소 일은 만만치 않다. 봄에는 꽃가루가, 여름에는 폭염이, 가을에는 낙엽이, 겨울에는 추위가 괴롭힌다. 한국의 강추위는 세제와 걸레까지 얼려버린다. 남들은 단풍 구경하며 낭만을 만끽할 때 작가는 끊임없이 낙엽을 쓸어야 한다. 아파도 쉴 수가 없다. 대신해 줄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보다 더 힘든 것은 사람들의 시선이다. ‘젊은 여자가 왜 이런 일을 하지?’라는 눈빛을 그녀는 매일같이 마주했다. 가끔은 바로 그 시선으로 자기 자신을 바라보며 패배자라며 눈물을 흘릴 때도 있었다. 누가 “무슨 일 하세요?”라고 물어보면 말이 탁 막혔다. 남의 시선을 이겨내지 못한 채 견뎌내면서 심리 상담도 받았다.

이상한 일이다. 작가는 자기 생계를 스스로 책임지는 어엿하고 훌륭한 어른이다. 청소로 버는 수입도 꽤 괜찮다. 그러나 세상은 아직도 남과 조금만 달라도 순순히 용납하지 않는다. 작가에게도 청소가 꿈에 그리던 일은 아니다. 그녀는 여전히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로 일하고 있다. 그러나 청소 일 덕분에 꿈을 포기하지 않고 살고 있기도 하다. 생계를 책임지는 고마운 일인데도, 마음 한편은 그로 인해 좀먹고 있었다. 이 책은 독립출판 후 뜨거운 반응을 얻어 정식 출판되었다. 모순되게도 이 뜨거운 반응은 청소 노동을 낯설게 여기는 세상 사람들의 인식을 드러낸다. 더 이상 이와 같은 책이 나올 필요가 없는 세상을 바라며 이 책을 소개한다.

기자명 박성표 (작가)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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