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IN 신선영

이하나로씨를 처음으로 만난 것은 2011년 5월9일이었다. 이하나로씨는 일본 오사카에 있는 YMCA일본어학원에서 일본어를 배우고 있었다. 거기서 대화연습 봉사를 하고 있던 나는 일주일에 세 번 그를 만나 같이 대화를 나눴다.

당시 일본에서는 한국 드라마 〈겨울연가〉로 인해 한류 열풍이 뜨거웠지만 나는 아무 관심이 없었다. 한국에 대해서도 아무것도 몰랐다. 그런 나에게 그는 많은 것을 이야기해줬다. 그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도 점점 한국과 한국어에 관심을 가지게 되어 한국어 공부를 시작했다. 이하나로씨가 그해 10월 한국에 돌아간 뒤로도 우리는 스카이프(인터넷 전화 서비스)로 계속해서 일본어와 한국어를 공부했다.

다음 해 처음으로 가본 한국은 내가 생각했던 나라와 무척 달랐다. 내 생각 이상으로 한국은 ‘완전’ 선진국이었다. 일본보다 앞서가는 것도 많았다. 그때부터 나는 한국어를 더 열심히 공부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2016년 6월17일 이하나로씨가 경비행기 사고로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 나는 그가 가르쳐준 한국어를 평생 공부하면서 시간이 날 때마다 한국을 방문하겠다고 다짐했다.

2017년 7월 한국을 방문했다가 서울 대학로에 연극을 보러 갈 일이 생겼다. 마침 한국어 교과서를 살 일이 있어 극장 근처에 있는 책방을 검색해봤더니 ‘책방이음(사진)’이라는 곳이 나왔다. 페이스북을 통해 미리 메시지를 보냈더니 책방 대표님으로부터 바로 답장이 왔다. 내가 연극을 보러 가는 날에 맞춰 교과서를 준비해두겠다고 했다(이 스피드도 놀라운 일이다. 일본에서는 적어도 며칠은 걸렸을 것 같다). 책방이음을 찾아간 날 대표님은 자리에 계시지 않았다. 그래도 교과서를 샀으니 됐다는 생각으로 돌아왔는데 그 뒤 대표님이 연락을 주셨다. “잠시 자리를 비웠을 때 오셔서 뵙지 못한 아쉬움이 매우 크다”라고. 그것을 읽고 그분을 꼭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나로야, 잘 살고 있지?”

다시 한국을 찾은 뒤 만난 책방이음 대표님에게 나는 “한국어를 교과서로 공부했는데 소설에도 한번 도전해보고 싶다”라고 말했다. 그랬더니 대표님은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내 취향에 맞춰 정유정 작가의 〈7년의 밤〉을 추천해주었다.

그 뒤 책방이음은 내 아지트가 되었다. 석 달에 한 번 한국에 가서 이하나로씨의 부모님을 뵙고 책방이음에서 책을 사는 일이 내 인생의 일부가 되었다. 갈 때마다 대표님은 좋은 책을 추천해주었는데 내가 절대로 고르지 않을 것 같은 책도 많이 있었다. 하지만 의외로 그런 책들이 더 재미있었다. 덕분에 ‘나는 한국어 책이라면 뭐든지 읽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그런 나에게 코로나19는 정말 힘든 일이었다. ‘한국에 못 간다니…’ 그때 나를 도와준 것 역시 책방이음이었다. 대표님 추천으로 온라인 북클럽을 처음 체험했는데, 나는 그때부터 북클럽의 매력에 푹 빠졌다. ‘혼자서는 절대로 읽지 못할 것 같은 책을 쉽게 읽을 수 있다니, 그것도 다른 분들과 교류하면서!’ 게다가 북클럽을 하게 된 뒤로는 ‘다음에 뭘 읽으면 좋을까’ 고민할 필요도 없었다. 피하려고 하는, 피하면 안 되는 책들도 북클럽을 계속하면 잘 읽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혼자 소화하기 어려운 주제도 강의를 듣고 다른 분들의 의견을 듣다 보면 ‘아,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 하면서 새로운 시각을 얻을 수 있었다. 이번에 이렇게 멋진 북클럽을 기획해준 〈시사IN〉과 동네책방에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하나로야, 잘 살고 있지? 한국에 동네책방이 있는 한 나도 잘할 수 있을 것 같다. 지켜봐줘.”

기자명 야마기시 미나코 (북클럽 회원, 책방이음 소속)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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