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 가장 안전한 공간은 책방 아닐까요?” 지난 1년, 책방지기들은 손님 없이 텅 빈 책방을 보며 푸념했습니다. 매일같이 하던 독서모임, 북클럽 등 다양한 활동을 모두 멈춘 것은 물론이고 동네에 확진자 소식이라도 나오면 자발적으로 보름에서 한 달씩 쉬었기 때문이죠. 손님이 없으니 책방들은 방역 모범 업종, 코로나19 청정지역이라는 웃지 못할 명찰을 단 셈입니다. 여기까지 1라운드, 동네책방의 완패였습니다. 그새 많은 책방이 문을 닫았고 저희 책방도 위기의 연속이었습니다.

‘독자를 오프라인에서 만날 수 없다면 온라인에서 만나면 어떨까?’ 그렇게 동네책방 서른 곳은 〈시사IN〉과 함께 코로나 시대 2라운드를 준비했습니다. 공동의 온라인 독서모임과 북토크를 골자로 한 ‘읽는 당신×북클럽’을 기획했습니다. ‘팬데믹 너머’를 주제로 합니다. 책방 처지에서도 이번 시도는 기대 반 두려움 반이었습니다. 한 번도 경험하지 않은 일인 데다 독자가 얼마나 참여할지 미지수였기 때문입니다. 독서모임을 하려면 책방마다 최소 네 명은 모여야 하는데 한 명도 모으지 못하는 악몽을 수차례 꿀 정도였습니다.

‘책을 읽지 않는 시대, 100명은 모집할 수 있을까?’ 하는 우려와 달리 전국에서 350명 넘는 독자가 북클럽에 참여했습니다. 저희 책방도 모두 10명이 참여했습니다. 멀리 울산부터 서울·인천·김포·안산·강화까지 전국 각지에서 말이죠. 그만큼 책을 사랑하고 책을 통해 연결되고 싶은 독자가 여전히 많다는 방증이겠죠? 북클럽을 시작한 지 2개월째, 줌이라는 플랫폼을 통해 서로 인사하고 각자의 생각을 나누는 모임을 벌써 세 차례나 진행했는데요(사진).

화면으로 만나는 5분 거리 단골손님

책방지기로서는 세 가지 인상적인 경험을 했습니다. 먼저 걸어서 5분 거리에 사는 동네 단골손님을 책방 공간이 아닌 컴퓨터 화면에서 만나는 낯선 경험입니다. 지금 우리 상황을 가장 확실하게 드러내는 상징 같아서 참 속상하더라고요. 독서모임과 북토크가 끝난 뒤 할 일이 컴퓨터 전원을 끄는 것뿐이라는 어색한 상황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책방에서 모임을 할 때는 준비와 손님맞이, 뒷정리 등으로 종일 정신이 없었을 텐데 말이죠. 반대로 독자 처지에서는 좀 더 편하게 책과 가까워질 수 있는 좋은 방법이겠다는 생각도 했어요. 마지막으로 온라인으로 만나지만 오히려 서로 강하게 연결돼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서른 곳의 책방과 300명이 넘는 독자와 함께하다 보니 단체 채팅방을 통해 다양한 의견이 자유롭게 오가고 같이 보면 좋을 책, 기사, 자료를 더욱 풍성하게 나눌 수 있었습니다. 특히 그간 각자 고군분투하던 책방들이 한데 모여 협업한 경험은 큰 자산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읽는 당신×북클럽’은 코로나19라는 현실에서 동네책방과 〈시사IN〉이 오랜 기간 머리를 맞댄 결실입니다. 일단 첫발을 잘 떼어 든든한 마음입니다. 350여 명의 든든한 책동무가 있으니까요. 동시에 독자를 만나는 방식뿐 아니라 책을 통해 세계를 깊이 사유하기 위한 책방지기의 역할, 북클럽의 지향에 대해서도 고민이 깊어집니다.

기자명 안병일 (강화도 ‘책방시점’ 대표)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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