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IN〉을 읽다가 ‘읽는 당신×북클럽’ 모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평소 좋아하는 주간지이고, 북클럽에서 읽을 책들도 괜찮은 것 같아 참가를 신청했죠. 북클럽을 함께할 동네책방으로는 ‘책방놀지’를 선택했습니다. 처음 듣는 이름이지만 가까운 곳이었습니다.

줌(Zoom)으로 진행된 오리엔테이션에서 책방지기와 매니저 그리고 북클럽 회원들을 처음 만났는데 연령대가 다양해서 참 좋았습니다. 각 세대가 직면하는 고민거리와 경험들을 공유할 수 있을 테니까요. 오리엔테이션을 진행하던 중 책방지기가 어딘가에서 소리가 난다기에 누군가 싶었는데, 제가 있는 카페에서 흘러나오던 음악이 범인이더군요. 그렇게 북클럽을 통해 말로만 듣던 줌도 사용해보고 음소거 기능이 있다는 것도 알았습니다. 오리엔테이션을 마친 뒤 ‘책방놀지’에 직접 찾아가기도 했습니다. 책방 매니저가 손수(!) 리딩 트래커(Reading Tracker)와 노트를 제작했다기에 받으러 갔죠. 다소 좁지만 아늑하고 편안한 게 사랑방에 들어온 기분이었습니다.

북클럽에서 처음 읽은 책 〈공정하다는 착각〉(마이클 샌델 지음, 와이즈베리 펴냄)은 학술적이면서도 미국에 초점을 맞춘 이야기가 많아 읽기 어려워하는 분들이 꽤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책을 관통하는 메시지, “능력주의를 표방한 ‘공정’이 얼마나 모순적이며 불평등을 심화시키는가!”라는 저자의 말에 다들 공감하며 본인 혹은 주변의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줌으로 참가한 제 또래 학생이 자신의 꿈을 이야기하며 책에서 언급된 “과연 ‘하면 된다’가 맞나?”라는 문구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윗세대 분들에게 물었고, 회원들이 각자의 경험을 이야기하며 진심 어린 조언도 해주었습니다. 연령도 다르고 공간도 달랐지만 마음만은 하나로 모여 훈훈했지요.

읽고 생각하고 질문하기

두 번째 책 〈가난의 문법〉(소준철 지음, 푸른숲 펴냄)은 이전 책보다 쉬운 문체로 되어 있어 읽기 수월하리라 생각했는데 이는 너무나도 큰 착각이었습니다. 가상의 인물을 토대로 이야기가 진행됐지만 단순히 가상의 세계로만 받아들일 수 없는, 너무 처절한 한국의 노인 빈곤 문제를 다루어 저를 비롯해 여러 회원들이 읽기 힘들어했습니다. 노인 노동의 실태, 기초연금, 노동시장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 등 다양한 사회문제들을 이야기하며 당장 바꿀 수 있는 게 많지 않은 현실에 무력감을 느꼈죠. 하지만 적어도 노인들을 동정하지 않고 동등한 인격체로 바라보는 일부터 바로 실천할 수 있으며, 앞으로도 사회적으로 조금씩 개선점을 찾아갈 수 있을 것이라는 말에 모두들 공감하며 희망을 가지는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북클럽은 어느덧 마지막 책 〈힘든 시대를 위한 좋은 경제학〉(아비지트 배너지·에스테르 뒤플로 지음, 생각의힘 펴냄) 한 권만을 남겨놓고 있습니다. 극단의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결코 가볍지 않은 문제들을 던지는 이 책은 무엇이 진실이고 진짜 문제인지, 그리고 그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으며 무엇을 극복해야 하는지를 여러 챕터에 걸쳐 말하고 있습니다.

분명 어려운 시기를 마주하고 있지만, 북클럽 회원들을 비롯해 이러한 문제에 진지한 관심을 가진 사람들이 있는 것을 보면 여전히 우리 스스로에게 희망을 걸어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이 시간을 통해 완벽한 해답은 아닐지라도 합리적인 의문은 얻어가기를 바랍니다. 북클럽은 마무리되겠지만 읽고 생각하고 질문하기는 멈추지 맙시다. 모두 건투를 빕니다.

기자명 권준영 (‘읽는 당신×북클럽’ 회원, 전주 ‘책방놀지’ 소속)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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