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당한 천재들의 오묘한 삶
  • 박성표 (작가)
  • 호수 621
  • 승인 2019.08.16 14:49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세상은 우리가 모르는 원리로 가득하다. 스마트폰을 생각해보자. 전기, 액정, 터치, 반도체, 인터넷 등에 얽힌 다양한 수학·과학·공학적 원리를 우리는 전부 다 이해할 수는 없다. 이해하지 못한다고 존재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지금도 수많은 연구소에서 천재들이 세상을 뒤엎을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야밤의 공대생 만화>는, 치열하지만 때로는 비열하고 치졸하고 황당한 천재들의 이야기를 그린 만화다. 트랜지스터를 발명한 사람부터 수학자, 천문학자, 물리학자, 그리고 컴퓨터공학에 지대한 공헌을 한 천재들의 이야기를 귀여운 그림으로 재미있게 풀었다.

<야밤의 공대생 만화>/맹기완 지음/뿌리와이파리 펴냄

이 만화에는 천재가 가득하다. 가령 존 폰 노이만을 보자. 그는 고작 아홉 살에 미적분을 완벽하게 풀었다. 15년 전에 읽은 책도 암송할 만큼 기억력이 좋았으며, 20대가 되자 한 달에 한 편씩 논문을 냈다. 초창기 컴퓨터와 계산 경기를 벌여 이겼다.

보통 사람들이 이해하기 힘든 이야기도 있다. 천재들은 비상식적이고 쓸데없는 승부욕으로 가득 차 있다. 요한 베르누이라는 수학자는 ‘최단강하곡선’에 관한 문제를 만들어 전 세계 수학자들에게 도전장을 던진다. 그는 뉴턴에게 ‘이 문제를 풀지 못할 것’이라고 도발했는데, 퇴근길에 편지를 받은 뉴턴은 다음 날 출근길에 익명의 편지로 완벽한 풀이를 보냈다. 편지를 받은 베르누이는 “발톱 자국만 봐도 사자임을 알겠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본편보다 더 재미있는 에피소드

과학자들 중에서도 사교성이 떨어지던 폴 디랙은 엄한 아버지가 집안에서 프랑스어를 쓰라고 강요하자 그냥 입을 다물어버렸다. 너무나 과묵해져서 동료 과학자들이 ‘디랙’을 과묵함의 단위로 사용할 정도였다. 어느 날에는 제자가 수식이 이해가 안 된다며 질문하자 “그건 질문이 아니라 선언이잖아?”라고 반문했다고 한다.

에르되시 팔은 ‘노마드 수학자’였다. 그는 가방 하나만 들고 세계를 유랑하며 살았다. 그는 아무 연락도 없이 다른 수학자의 집을 방문해 공동 연구를 제안하고 그 집에서 먹고 잤다. 논문 한 편을 완성하면 ‘쿨하게’ 다른 수학자의 집으로 떠났다고 한다.

이 외에도 황당하고 재미있고, 때로는 슬픈 사연이 가득하다. 영화로도 나왔던 천재 수학자 스리니바사 라마누잔은 자기가 발견한 수천 개 수학 정리를 노트 네 권에 남겼는데, 종이를 아끼려고 풀이를 적지 않았다. 덕분에 그가 정리한 원리를 알아내려고 아직도 수학자들이 머리를 싸매고 있단다.

이 책의 묘미는 ‘덤’에 있다. 본편이 끝나면 에피소드 몇 개를 보여주는데 본편보다 더 재밌다. 그림이 귀엽지만 어설픈데, 작가 맹기완이 만화가가 아니라 공대생이기 때문이다. 인터넷 연재 당시에 달렸던 댓글을 책에 실은 아이디어도 돋보인다. 과학과 공학에 대해 ‘1도 몰라도’ 즐길 수 있는 부담 없는 만화다. 다만, 천재들의 이야기만 읽다가 자괴감에 빠질 수도 있으니 주의하자.

Magazine
최신호 보기 호수별 보기

탐사보도의
후원자가 되어주세요

시사IN 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