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 체험학습 가는 날〉 존 헤어 지음, 행복한그림책 펴냄

달은 아름답습니다. 바라만 봐도 참 좋습니다. 어려운 하루를 보낸 날도 둥근 달을 보면 힘이 납니다. 달에 사는 누군가를 상상하며 꿈을 키우고, 달을 달님이라 부르며 기도하기도 했습니다. 1969년 7월20일, 마침내 우리는 달에 직접 가보았습니다. 하지만 달에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옛이야기에 나오는 토끼도,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아르테미스도 없었습니다. 달은 그냥 달이었습니다. 달은 자신의 존재만으로 우리를 키우고 다가오게 만들었습니다.

이 책의 영어 제목은 〈Field trip to the Moon〉입니다. ‘field trip’을 우리말로 ‘체험학습’으로 옮겼습니다. 신나는 ‘달나라 여행’이 또 하나의 공부인 ‘달나라 학습’으로 바뀐 것입니다. 한국 사람들이 얼마나 학교 공부에 매달리는지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저는 ‘달나라 학습’보다는 ‘달나라 여행’을 가고 싶습니다.

그림책 〈달 체험학습 가는 날〉은 표지부터 눈길을 끕니다. 우선 새까만 우주를 배경으로 샛노란 우주선이 보입니다. 우주선은 투명한 유리 통로로 우주 정거장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 투명한 유리 통로를 따라 어린이들이 우주선에 타고 있습니다. 물론 중간에는 선생님도 보입니다.

우리는 우리 인생의 주인공으로 사는 걸까

속표지로 넘어가니 어린이들을 태운 우주선은 우주정거장을 떠나 어디론가 날아가고 있습니다. 다음 페이지에는 벌써 달이 보이고, 그다음 페이지에는 이미 우주선에서 내린 어린이들이 선생님을 따라 달 위를 걷고 있습니다. 어린이들은 모두 같은 우주복을 입고 같은 헬멧을 쓰고 있어서 겉모습만 보고서는 누가 누군지 도무지 구별을 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주인공을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주인공 꼬마는 우주선에서 맨 나중에 내립니다. 게다가 자기 혼자 스케치북과 크레용을 가져옵니다. 다음 페이지를 보니 벌써 꼬마는 선생님과 친구들로부터 점점 더 멀어지고 있습니다. 이러다가는 혼자 길을 잃고 말 것입니다. 꼬마에게는 무슨 일이 벌어질까요? 꼬마는 달나라 여행을 무사히 마치고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요?

수많은 작품에서 주인공들은 어른들의 말을 듣지 않고 무리에서 벗어나는 바람에 위기를 만나고 모험을 떠납니다. 누가 왜 주인공이 되는가를 따지기 전에 먼저 생각해볼 질문이 있습니다. ‘왜 우리는 어른들이 시키는 대로 따라야 하는가?’라는 질문입니다. 하기 싫은 공부를 하고 다니기 싫은 학교에 다니고 심지어 다니기 싫은 회사에도 다니고 있습니다. 우리는 우리 인생의 주인공으로 살고 있는 걸까요?

내 인생의 주인공이 되기 위한 조건은 무엇일까요? 얼굴이 잘생겨야 할까요? 어차피 내 인생에서는 내가 제일 잘생겼습니다. 아니면 연기를 잘해야 할까요? 내가 내 연기를 못할 리도 없습니다. 그게 아니면 대사가 많아야 할까요? 내 대사 역시 모두 내 몫입니다. 그도 저도 아니면 출연하는 분량이 많아야 주인공일까요? 당연히 내 인생에는 내가 계속 출연할 수밖에 없습니다. 문제는 외모나 연기, 대사나 분량도 아닙니다. 과연 내 삶이, 내가 선택한 삶인가 하는 것입니다. 바로 자유의 문제입니다.

〈달 체험학습 가는 날〉의 주인공 꼬마는 자신의 속도대로 걷다가 무리에서 벗어납니다. 꼬마는 굳이 선생님과 친구들을 따라잡으려고 달려가지 않습니다. 누군가는 이런 꼬마를 낙오자라고 부를지 모릅니다. 저는 꼬마를 자유인이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자유로운 당신이 바로 인생의 주인공입니다.

기자명 이루리 (작가∙북극곰 편집장)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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