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 도서관에서 처음 빌렸던 책이다. 캠퍼스에서는 날마다 환영회 술자리가 이어졌는데 왜 제목에 ‘고독’이, 그것도 두 번이나 들어간 책을 골랐는지 모르겠다. 취미 동아리가 취업 준비 동아리에 점차 밀리던 때였다. 산악회 같은 곳은 더욱 직격탄을 맞았다. 나도 이 책을 읽고 산악회 동아리방 앞을 몇 번 서성이다 되돌아온 기억이 난다.
라인홀트 메스너는 세계 최초로 8000m급 봉우리 14개를 등정한 이탈리아 산악인이다. 8000m부터 지상 대비 산소 농도가 3분의 1 아래로 떨어지기 시작하는데, 메스너는 산소통을 메지 않고 오직 자신의 폐활량에만 의지해 모든 정상을 밟았다. 그중에서도 높이 8126m 낭가파르바트는 그에게 잊을 수 없는 애증의 봉우리다. 1970년 그는 동생 귄터와 함께 악명 높은 루팔 남벽을 통해 낭가파르바트를 등정하는 데 성공했다. 귄터는 눈사태에 휩쓸려 실종됐고, 메스너 자신도 동상으로 발가락 6개를 잃은 채 홀로 하산해야 했다.
8년 뒤 메스너는 다시 낭가파르바트를 마주한다. 포터나 셰르파 없이 알파인 스타일로 혼자 출발한 그는 세상의 모든 ‘검은 고독 흰 고독’을 감당하며 산에 오른다. 책의 첫 장에서부터 메스너는 모든 게 부질없다는 허무함과 이제 그만 하산하고 싶다는 유혹에 시달린다. 그는 고독에서만은 도망치려고 하지 않는다. “어려운 고비는 지나갔다. 고독에 대한 불안과 고독을 그리워하는 마음이 서로 화해한 것일지도 모른다. 이런 일을 통해서 자기 자신과 더욱 정다워지는 수도 있지.” 메스너는 낭가파르바트 재등정에 성공했다.
메스너는 고독을 위해 산에 올랐다. 다만 그 고독도 온전히 그만의 고독이지 책을 읽는 이의 고독은 아니기 때문에, 그가 왜 목숨을 걸어가며 산에 오르는지 온전히 이해하기는 어려울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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