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이야기를 찍은 거리의 패션 사진가 이루리 (작가∙북극곰 편집장) 빌 커닝햄은 아침 일찍부터 어둠이 내릴 때까지 자전거를 타고 뉴욕의 이곳저곳을 누빕니다. 파란 재킷에 밝은 갈색 바지를 입고, 검은 스니커즈를 신고 카메라를 둘러멘 그의 눈은 반짝반짝 빛이 납니다. 거리를 누비며 사람들에게서 아름다움을 찾아냅니다. 나풀거리는 주름치마에서 즐거움을 발견하고, 재즈 연주자들의 옷에서 재즈의 아름다움을 목격합니다. 빌은 스웨터를 입은 강아지의 패션도 놓치지 않습니다. 〈개성을 담는 거리의 예술가〉는 패션 사진작가 빌 커닝햄에 관한 그림책입니다. 〈뉴욕타임스〉의 패션 사진작가로 활동했던 그는 2016년 6 사진이 담을 수 없는 일상의 아름다움 이루리 (작가∙북극곰 편집장) 서른 즈음에 출판사의 의뢰를 받아 이주노동자에 관한 르포를 쓰게 되었습니다. 경기도 의정부 녹양동성당 지하에 있던, 아일랜드에서 온 패트릭 신부와 한국인 안젤리카 자매를 비롯한 여러 봉사자들이 운영하는 이주노동자 상담소에서 취재를 시작했습니다.르포를 쓰기 전에는 우리 주변에 그렇게 많은 외국인들이 살고 있는 줄 몰랐습니다. 필리핀에서 온 선교사 아이린, 인도에서 온 러키, 아프리카에서 온 조세팟 등 수많은 외국인이 저마다 다른 이유로 한국에 와서 우리와 어울려 살고 있었습니다.〈우리의 모든 날들〉의 주인공 에메 아저씨는 일곱 살에 암탉 로지에겐 아직 두 번의 기적이 남았네 이루리 (작가∙북극곰 편집장) 여기 너무도 태평한 암탉 로지가 있습니다. 로지는 어디론가 가고 있습니다. 발걸음이 매우 가볍습니다. 로지는 눈을 반은 감고 반은 떴습니다. 게슴츠레한 눈입니다. 마음이 아주 편안하고 느긋한 모양입니다. 좋은 곳으로 가는가 봅니다.그런데 문제가 있습니다. 로지의 뒤를 누군가 쫓고 있습니다. 여우입니다. 여우는 벌써 혀를 날름거리며 입맛을 다시고 있습니다. 물론 로지가 알아채지 못하도록 잘 숨었습니다. 이런 무시무시한 상황을 모른 채 로지는 아주 느긋하게 걸어갑니다.로지가 마당을 가로질러 걸어갈 때입니다. 뒤따라오던 여우가 폴짝 뛰어 샘과 데이브는 그냥 땅을 파는 게 좋아서 이루리 (작가∙북극곰 편집장) 월요일에 샘과 데이브는 강아지와 함께 땅을 파기 시작했습니다. 한참을 파던 샘이 데이브에게 물었습니다. “언제까지 파야 해?” “어마어마하게 멋진 것을 찾아낼 때까지 파야 해. 그게 우리의 사명이야.” 하지만 자기들 키보다 두 배쯤이나 깊이 파도 어마어마하게 멋진 것을 찾지는 못했습니다.독자의 눈에는 어마어마하게 큰 다이아몬드가 보입니다. 강아지도 다이아몬드가 어디 있는지 알고 있습니다. 다이아몬드도 냄새가 나는 모양입니다. 만약 샘과 데이브가 방향을 바꿔서 오른쪽으로 조금만 더 판다면 다이아몬드를 갖게 될 것입니다. 안타깝게도 그 작은 몸으로 살아가는 모든 이에게 이루리 (작가∙북극곰 편집장)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산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요. 특히 전염병이 만연한 시기에 사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요. 우리 주위에는 코로나19 때문에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가게 문을 닫은 사람도 많습니다. 코로나19에 감염되고, 목숨을 잃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집에 돌아가지 못하거나 집 밖으로 나가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어쩌면 지금은 어떤 말로도 위로할 수 없을지 모릅니다.〈괜찮을 거야〉의 표지에는 버스 유리창을 통해 한 어린이가 보입니다. 발갛게 상기된 얼굴과 초점 없는 눈동자를 보니 뭔가 생각에 자연은 인간의 거? 인간은 자연의 거! 이루리 (작가∙북극곰 편집장) 옛날에 모든 걸 다 가졌다고 믿는 사람이 있었어요. 그의 이름은 파우스토였어요. 어느 날 그는 자신이 가진 걸 살펴보기로 했어요. 파우스토가 꽃에게 말했어요.“넌 내 거야.”“맞아요. 난 당신 꽃이에요.”파우스토는 만족하며 발걸음을 옮겼어요 (〈바다야, 너도 내 거야〉 중에서).그다음, 파우스토는 양을 찾아가 “넌 내 거”라고 우겼지요. 양은 아마 그럴 거라고 대답합니다. 꽃이 그랬던 것처럼요. 뭔가 이상하지 않나요? 정말 이 세상 모든 꽃과 양과 호수와 산과 바다가 파우스토의 것일까요? 그럴 리는 없지 않을까요? 왜 꽃과 양은 순 어쩌면 우리는 이미 행복하다 이루리 (작가∙북극곰 편집장) 어린 시절 저는 어머니를 따라 교회에 다녔습니다. 부활절, 추수감사절 그리고 크리스마스 같은 특별한 날에는 예배 시간에 장기자랑이나 공연을 했습니다. 어린이들은 연극을 하고, 어른들은 기타나 풍금을 연주하고, 중창단이나 합창단이 노래를 하기도 했습니다. 언제나 공연의 맨 마지막 순서이자 하이라이트는 할머니 듀오였습니다.그들은 바로 저의 외할머니와 친구분이었습니다. 사실 두 사람은 식순에 이름이 없었습니다. 공연이 막바지에 이르면 누군가 두 분의 이름을 불렀고, 두 할머니는 부끄러워하며 단상에 올랐습니다. 이윽고 찬송가를 부르기 시작 모두 똑같이 살 필요는 없잖아 이루리 (작가∙북극곰 편집장) 우리 교육이 정말 사람을 위한다면 경제 논리를 내세워 폐교하기보다 단 한 명의 학생을 위해서라도 학교를 지킬 겁니다. 더불어 학교가 가르치고 싶은 걸 가르치려 하기보다 학생이 바라는 걸 배울 수 있도록 도와줄 겁니다.현실은 누구나 대입을 준비하고 취직을 하라고 강요합니다. 대학 진학과 취업이 고정관념이 되고 모든 사람의 삶이 되었습니다. 학력과 직업과 성별로 사람을 차별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모두 불행합니다.이제 우리가 배운 것을 의심하고 진짜 행복을 찾으면 좋겠습니다. 우리가 정말 원하는 것이 아니라면, 진학도 취업도 결혼도 행복 두근두근 새해를 맞는 이란 꼬마의 간절함 이루리 (작가∙북극곰 편집장) 〈나비의 날갯짓〉은 20세기 이란의 이야기입니다. 지난 시절, 가난했지만 행복했던 우리의 옛 추억을 떠올리게 합니다. 어쩌면 이란에서도 우리나라에서도 설날은 그리 대단한 날이 아닐지 모릅니다.새해를 맞는 마음은 누구나 두근두근합니다. 새로 태어나는 일은 여전히 경이롭고 아름다우며, 새로 태어난 이들에게 하루하루는 새로운 모험입니다. 간절히 소망하고 기다리고 도전하며 꿈을 이루어갑니다. 지금도 어린이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간절한 소망과 기다림, 소박한 행복이 있습니다.이야기는 속표지에서 시작됩니다. 속표지 제목 아래 작은 그림이 있 깜깜한 밤 이 가족은 왜 길을 나섰나 이루리 (작가∙북극곰 편집장) 지난 한가위, 날이 환한 시간인데도 보름달은 아주 예쁘게 빛났습니다. 떠오르는 달을 보며 소원을 빌었습니다. 그런데 아무래도 소원을 다시 빌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날 제가 어떤 소원을 빌었는지 도무지 기억이 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설마 제가 세계평화와 지구환경을 위해 기도했을까요? 그건 아닌 것 같습니다. 아마도 아주 개인적인 소원이었던 것 같은데 생각이 나질 않습니다.깊은 밤, 아이들의 방입니다. 두 아이가 저마다 침대에 누워 곤히 잠들어 있습니다. 누군가 방문을 살짝 열고 말합니다.“얘들아, 우린 약속이 있잖아?”엄마입니다.아 뒤처진 저 꼬마 낙오자? 자유인? 이루리 (작가∙북극곰 편집장) 달은 아름답습니다. 바라만 봐도 참 좋습니다. 어려운 하루를 보낸 날도 둥근 달을 보면 힘이 납니다. 달에 사는 누군가를 상상하며 꿈을 키우고, 달을 달님이라 부르며 기도하기도 했습니다. 1969년 7월20일, 마침내 우리는 달에 직접 가보았습니다. 하지만 달에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옛이야기에 나오는 토끼도,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아르테미스도 없었습니다. 달은 그냥 달이었습니다. 달은 자신의 존재만으로 우리를 키우고 다가오게 만들었습니다.이 책의 영어 제목은 〈Field trip to the Moon〉입니다. ‘field trip’ ‘밥’으로 사랑을 나눈 할머니 이루리 (작가∙북극곰 편집장) 제가 아주 어릴 때 일입니다. 우리 가족은 응골이라 불리던 산동네에 살았습니다. 우리 집은 동네에서도 꼭대기에서 세 번째 집이었습니다. 고도가 꽤 높아서 경치가 참 좋았습니다. 그런데 그 높은 곳까지 낡은 옷을 입고 세수도 하지 못한 아저씨들이 제법 자주 찾아왔습니다. 우리 집보다 더 가난한 아저씨들이었습니다. 저는 무서워서 엄마와 할머니 뒤에 숨었지만 엄마와 할머니는 그분들을 반갑게 맞았습니다. 그리고 아저씨들의 사발에 밥이랑 김치를 듬뿍 담아드렸습니다. 엄마와 할머니는 멀어져가는 아저씨들을 오래도록 지켜보았습니다. 그림책 〈할머 호랑이 머리 위에서 물구나무서기 이루리 (작가∙북극곰 편집장) 그림책 〈아무 일 없었어〉의 표지는 참 순진한 얼굴 같습니다. 아주 순진하고 커다란 호랑이 표정이 표지의 거의 전부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위로 치켜뜬 호랑이 눈동자가 아니었다면 호랑이 머리 위에 뭐가 있는지 전혀 눈치 채지 못했을 겁니다. 살며시 미소 짓는 호랑이가 바라보는 건 자신의 머리 꼭대기입니다. 호랑이 머리 꼭대기에는 두 꼬마가 있습니다. 한 꼬마는 팔베개를 하고 옆으로 누워 있습니다. 또 한 꼬마는 양반다리를 하고 앉아 피리를 불고 있습니다. 참 순진하고 평화로운 풍경입니다. 그럼 본문에서는 어떤 이야기가 이어질까요... 글 없는 그림책이 주는 자유 이루리 (작가∙북극곰 편집장) 〈여우가 내 인형을 훔쳤어〉 표지는 정말 제목 그대로입니다. 범죄자라고 보기에는 너무나 귀엽게 생긴 여우가 인형을 안고 달려가고 있습니다. 나무 뒤에 숨어서 그 모습을 보고 있는 목격자들도 보입니다. 도대체 귀여운 여우는 왜, 누구의 인형을 훔치고 있는 걸까요? 이제 앞 면지를 봅니다. 면지 그림을 보니 이야기는 어느 방 선반에서 시작됩니다. 선반에는 책들이 가지런히 꽂혀 있습니다. 책 오른쪽에는 인형들이 앉아 있습니다. 꽃을 든 토끼 인형, 고양이 인형, 곰 인형 그리고 여우 인형이 있습니다. 책장을 넘기면 속표지가 나옵니다... 두 주인공이 알려준 그림책을 보는 기쁨 이루리 (작가∙북극곰 편집장) 한 소녀가 수족관 진열대 앞에 서 있습니다. 수족관마다 알록달록 예쁜 물고기가 많습니다. 소녀가 고른 건, 작은 거북이입니다. 집에 돌아온 소녀는 거북이를 앞에 두고 거북을 그리기 시작합니다. 거북이에게 인형 친구들도 소개해줍니다. 여름이 찾아옵니다. 소녀가 반소매 옷을 입었습니다. 소녀는 거북이에게 꽃을 선물하기도 하고 춤도 춰주고 노래도 불러줍니다. 어느새 겨울이 되었습니다. 소녀는 털모자를 쓰고 패딩 점퍼를 입었습니다. 소녀는 가방도 내려놓지 않고 수족관 앞에 서 있습니다. 수족관 속 거북이에게 이야기보따리를 늘어놓고 있... 이보다 더 상상력이 뛰어난 그림책이 있을까? 이루리 (작가∙북극곰 편집장) 유치원에 다니는 김땅콩은 상상의 나래를 펼칩니다. ‘만약에 말이야, 엄마 몰래 유치원에 안 가면….’ 김땅콩 어린이가 유치원에 가지 않는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요? 우선 선생님이 땅콩이를 찾을 겁니다. 찾다가, 찾다가 못 찾으면 엄마한테 전화를 할 겁니다. 엄마는 너무 놀라서 벌러덩 뒤로 넘어질 겁니다. 그러다 아빠한테 전화를 할 거예요. 아빠 역시 너무 놀라서 벌러덩 뒤로 넘어질 겁니다. 김땅콩 어린이의 상상은 어디까지 이어질까요? 현실로 돌아온 김땅콩은 과연 유치원에 갈까요? 아니면 엄마 몰래 유치원에 가지 않을까요? 〈우... 우리 곁에는 늘 천사가 있나니 이루리 (작가∙북극곰 편집장) 할아버지는 지금 병원에 있습니다. 내가 병원에 놀러 가면 할아버지는 옛날이야기를 들려주십니다. “얘야, 아무도 나를 건드리지 못했단다….” 할아버지의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되었습니다. “난 아침마다 큰 광장을 가로질러 학교에 갔지. 광장 한가운데에는 커다란 천사 동상이 있었단다. 난 그 동상을 한 번도 쳐다보지 않았어. 학교 가느라 너무 바빴고 가방이 무거웠거든. 어떤 날에는 하마터면 버스에 치일 뻔했단다. 그때만 해도 차가 별로 없었는데도. 학교까지 가는 길은 꽤 멀었고 길에는 움푹 파인 구덩이도 있었어. 으슥한 곳도 있었지(... 음산하고 괴이한 마성의 블랙 판타지 이루리 (작가∙북극곰 편집장) 젊은 날엔 젊음을 모릅니다. 나이를 먹는다고 해서 젊음을 아는 것은 아닙니다. 나이를 먹은 뒤에 젊은 시절을 기억한다면 세대 간 갈등이 이렇게 심할 수는 없습니다. 사람은 그냥 망각의, 축복을 받은 동물입니다. 〈몬스터 콜스〉가 잊은 줄 알았던 유년의 상처를 떠올리게 해주었습니다. 청소년기의 상처도 건드려주었습니다. 다 아문 줄 알았던 상처가 그대로 있었습니다. 현재의 상처도 돌아보게 했습니다. 괴물이 입을 열었습니다. “코너 오말리. 널 데리러 왔다.” 괴물이 벽을 밀며 말했습니다. 벽에 걸린 사진이 흔들립니다. 책과 낡은 ... 날개가 있든 없든 나는 그대로 나야 이루리 (작가∙북극곰 편집장) 어느 날 아침이었습니다. 잠에서 깨어난 나다 씨는 깜짝 놀랐습니다. 자신의 등에 날개 한 쌍이 돋아났기 때문입니다. 나다 씨는 사람입니다. 그런데 날개라니요! 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일까요? 나다 씨는 곧장 병원으로 가서 의사 선생님한테 날개를 보여주었습니다. 의사 선생님도 이런 일은 처음이라고 했습니다. 나다 씨가 병에 걸린 것도 아니어서 의사 선생님은 아무런 약도 처방해주지 않았습니다. 집으로 돌아온 나다 씨는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자고 일어나니 등에 날개가 생겼고 병원에 갔지만 의사 선생님도 어찌 된 일인지 모르... 맛있는 빨간 열매가 머리 위로 톡 이루리 (작가∙북극곰 편집장) 이지은 작가는 아주 세련된 솜씨로 글과 그림의 하모니를 완성했습니다. 마치 뮤지컬에서 사랑하는 두 주인공이 노래하며 대사를 주고받듯, 글과 그림이 노래를 주고받는 것 같습니다. 이지은 작가의 글은 쉽고 간결하면서도 그림을 불러옵니다. 글을 읽으면 그림이 궁금해지고 그림을 보면 글이 궁금해집니다. 무엇보다 군더더기 없는 글은 그림을 더 깊이 들여다보게 합니다. 흑백의 그림을 바탕으로 빨간색을 하이라이트 컬러로 이용한 것도 그림책 〈빨간 열매〉를 더욱 흥미진진하게 만들었습니다. 이야기의 주인공은 아기 곰이지만 아기 곰이 몰두하고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