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를 든 신부〉 오소리 지음, 이야기꽃 펴냄

우리 교육이 정말 사람을 위한다면 경제 논리를 내세워 폐교하기보다 단 한 명의 학생을 위해서라도 학교를 지킬 겁니다. 더불어 학교가 가르치고 싶은 걸 가르치려 하기보다 학생이 바라는 걸 배울 수 있도록 도와줄 겁니다.

현실은 누구나 대입을 준비하고 취직을 하라고 강요합니다. 대학 진학과 취업이 고정관념이 되고 모든 사람의 삶이 되었습니다. 학력과 직업과 성별로 사람을 차별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모두 불행합니다.

이제 우리가 배운 것을 의심하고 진짜 행복을 찾으면 좋겠습니다. 우리가 정말 원하는 것이 아니라면, 진학도 취업도 결혼도 행복한 삶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습니다.

외딴섬에 한 소녀가 살고 있습니다. 소녀는 외롭고 심심합니다. 친구들이 모두 신부와 신랑이 되어 섬을 떠났기 때문입니다. 소녀도 신부가 되기로 결심합니다. 부모는 소녀에게 아름다운 웨딩드레스와 배를 저을 수 있는 노를 줍니다.

소녀는 바닷가로 가서 신부를 찾는 사람을 만납니다. 그들은 소녀가 든 노를 보고는, 노가 하나라서 배에 태울 수 없다고 합니다. 소녀는 하는 수 없이 바다가 아닌 산으로 향합니다. 산 중턱에서 만난 사람은 기꺼이 자기 배에 타라고 합니다. 그 배에는 이미 수많은 신부가 타고 있습니다. 대부분 노가 하나도 없는 신부입니다.

왜 소녀는 신부가 되기로 결심했을까요? 이유는 단순합니다. 친구들이 모두 신부와 신랑이 되어 떠났기 때문입니다. 이 말도 안 되는 이유가 바로 그림책 〈노를 든 신부〉의 발단입니다. 남들이 하니까 나도 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이 작품의 함정이자 우리 사회의 함정입니다. 세상에는 결혼하는 사람이 결혼하지 않는 이보다 더 많습니다. 하지만 남들이 결혼한다고 해서 나도 꼭 그럴 필요는 없습니다. 평생을 함께하고 싶을 만큼 사랑하는 사람을 만난 게 아니라면 말입니다.

결혼에 대한 신랄한 풍자

 

오소리 작가는 결혼이라는 관습을 노의 개수와 배의 크기를 이용해서 아주 신랄하게 풍자합니다. 이 작품에서 신부가 지참하는 노의 개수는 한때 유행하던 열쇠 개수를 떠올리게 합니다. 자동차 열쇠, 아파트 열쇠, 상가 열쇠 등을 운운하던 이들을 기억하나요? 아름다운 결혼 약속조차 두 집안 사이의 금전 거래로 추락시키는 분위기가 여전히 퍼져 있습니다.

〈노를 든 신부〉는 유쾌한 코미디입니다. 결혼하고 싶은 소녀가 웨딩드레스를 입고 한 손에는 노를 든 채 신랑을 찾아다니는 모습을 떠올려보세요. 상상만 해도 포복절도할 이야기입니다. 무엇보다 오소리 작가는 이 코미디를 아주 정색하고 끝까지 밀어붙입니다.

저는 모든 사람이 오소리 작가처럼 살면 좋겠습니다. 그처럼 뚝심 있게 자기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고
자기가 살고 싶은 삶을 살아가면 좋겠습니다. 남이 시키는 대로 살면 행복할 수 없다고, 내가 행복해야 진짜 행복한 나라라고 이야기하는 그림책입니다.

기자명 이루리 (작가∙북극곰 편집장)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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