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근처 공원에 길고양이들이 산다. 대부분 가까이 가면 경계하지만, 가끔 사진 찍는 것 정도는 허락해주기도 한다. 낮이면 나란히 앉아 따뜻한 햇볕을 쬐는데, 밤이 되면 어디로 가는지 보이지 않는다. 다음 날이면 어김없이 그 자리에 있다. 볼 때마다 궁금해진다. 그들은 어쩌다 길고양이가 되었을까?
〈나는 토토입니다〉는 우연히 길고양이가 된 토토의 이야기다. 토토는 아직 추운 2월, 어느 시골집에서 태어난다. 그의 엄마는 인간의 집에서 살고 먹이도 받아먹지만, 인간의 손길은 단호히 거부한다. 인간이 친 덫에 걸려 한쪽 다리를 잃었기 때문이다. 엄마는 살기 위해 인간의 도움을 받지만, 인간을 완전히 믿지도 않는다. 새끼들에게도 인간과 어울리지 말라고 단단히 주의를 준다.
반면 토토는 몹시 특이한 고양이다. 꿈틀거리는 지렁이와, 먹이인 개구리와도 대화한다. 호기심이 많고 누구와도 친구가 되고 싶어 한다. 인간도 궁금하다. 엄마와 달리 길에서 만난 아름다운 고양이는 인간과 사는 것을 낙원이라 한다. 결국 토토는 인간을 따라나서기로 결심한다.
인간과 함께하는 삶은 생각과는 아주 달랐다. 새 주인은 그를 데리고 서울로 간다. 너른 마당과 푸른 하늘, 들과 산이 있던 시골에서 살던 토토는 갑자기 조그만 원룸에 갇혀 사는 신세가 된다. 주인 말고는 집에 살아 있는 생물이라곤 없다. 외로울 때면 그는 창가에 서서 밖을 내다본다. 창문 너머로나마 친구를 사귄다.
인간과 사는 고양이는 인간의 사정에 따라야 한다. 친구였던 고양이는 주인이 이사를 하자 토토에게 작별 인사도 하지 못하고 떠난다. 토토는 잠깐 문이 열린 사이에 친구를 찾아 나서지만 복잡한 서울에서 길을 잃고 만다. 예기치 못하게 길고양이가 되어버린 토토. 굶주리며 다른 길고양이의 텃세에 쫓겨 다닌다.
사람의 마음 씻어주는 담백한 그림
거의 죽을 지경이 된 그를 폐지 줍는 할머니가 구해서 집으로 데려온다. 할머니 덕에 새 삶을 찾은 토토. 생기를 얻은 것은 그만이 아니다. 할머니 역시 토토가 든든한 삶의 버팀목이 되어준다. 때로는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곁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위안과 힘을 얻는다.
둘의 행복한 동행도 잠시, 기침을 심하게 하던 할머니는 어느 추운 날 차가운 방에서 죽는다. 다시 혼자가 된 토토는 우여곡절 끝에 기적처럼 자기가 태어난 집으로 돌아온다. 누구나 낙원을 찾아 나서고 빛을 찾아 헤매지만, 삶이란 우리가 서 있는 터전이 전부라는 메시지와 함께 이야기는 끝난다. 단순한 이야기지만 담백한 그림체로, 읽는 사람의 마음을 깨끗하게 씻어주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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