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호찌민 시내에 있던 마지막 북한 식당 ‘류경식당’이 지난해 문을 닫았다. 수년간 인기를 끌던 곳이라 관심이 모였다. 한국 언론은 ‘영업 부진’을 폐업 이유로 꼽았다. 일본 〈요미우리 신문〉은 ‘베트남 당국의 임대계약 갱신 거부’ 탓이라고 추측했다. 그러나 베트남 사정에 밝은 현지 기자는 “누군가 개입했다면, 베트남 정부가 아니라 박근혜 정부일 가능성이 높다”라고 말했다.
베트남 교민 매체인 〈신짜오 베트남〉은 2016년 2월26일 ‘북한 식당 이용을 자제합시다!’라는 글을 게재했다. “(북한 식당이) 번 돈은 김정은 수령에게 보내져 핵무기를 만들게 한다”라며, “대한민국에 대한 직·간접적 군사 위협과 온갖 불법이 자행되는 검은 공간”이라고 썼다. 호찌민 시의 일부 교민들은 이 ‘기사’가 박근혜 정부의 ‘광고’라고 의심한다.
시점을 보자. 기사 게재 보름여 전인 2월10일, 박근혜 정부는 개성공단 가동 중단을 발표했다. 그 뒤 몇 주 동안 정부는 외교부, 통일부 등 여러 루트로 북한 식당 출입 자제를 권고했다. 현지 영사관은 한인들에게 따로 공문을 보냈다. 주베트남 대사관 홈페이지에는 ‘북한 식당 이용 자제 권고’라는 2016년 2월24일 게시물이 남아 있다.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 등 연이은 도발”을 이유로 들었다. 호찌민에서 사업을 하는 최덕영씨는 “이메일 공문을 받고서 북한 식당에 발길을 끊었다”라고 말했다.
북한 식당은 이명박 정부도 주목했다. 실행에 나선 것은 국정원이었다. 2012년 국정원은 베트남을 비롯해 타이·체코·이탈리아 등 재외공관 20여 곳에 ‘북한 식당 방문 자제 권고’ 공문을 보냈다. 2012년 6월22일 〈한겨레〉는 “재외공관의 국정원 직원들이 대사·총영사를 설득해 홈페이지 공지 사항을 올렸다”라고 보도했다. 논란이 일자 외교부는 재외공관 홈페이지에서 공지를 삭제했다.
〈신짜오 베트남〉의 2016년 2월26일 기사에 실린 그림도 눈에 띄었다. 2월17일 〈조선일보〉의 ‘[만물상]해외 북한 식당’에 쓰인 삽화였다. 〈조선일보〉의 기사에도 북한 식당 출입을 끊어야 한다는 주장이 담겼다. 〈시사IN〉은 〈신짜오 베트남〉 측에 기사 게재 경위를 물었으나 답을 받지 못했다. 폐허가 된 류경식당에는 ‘어서 오세요’라고 적힌 유리문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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