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이명박 정부에서도 국정원 특수활동비가 청와대에 상납된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1월16일 김진모 전 민정2비서관과 1월17일 김백준 전 총무기획관이 국정원 특수활동비를 수수한 혐의로 각각 구속됐다. 두 사람은 특수활동비가 거쳐간 ‘정류장’에 해당한다. 검찰은 최종 ‘목적지’를 추적 중이다. 검찰은 또 이명박 전 대통령의 서울 내곡동 사저 구입에도 특수활동비가 쓰였는지 살펴보고 있다. 검찰 수사가 속도를 내면 이 전 대통령의 소환조사도 그만큼 당겨질 전망이다.

검찰은 앞서 박근혜 정부에서도 국정원 특수활동비가 청와대에 상납된 것을 확인했다. 1월4일 검찰은 박근혜 전 대통령을 추가 기소했는데, 재임 중 국정원으로부터 35억원을 받은 혐의다. 검찰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은 취임 직후 안봉근 전 비서관을 통해 남재준 전 국정원장에게 돈을 요구해 총 6억원을 받았다. 남 전 원장의 후임인 이병기 전 국정원장은 총 8억원을 청와대에 보냈다. 이병호 전 국정원장도 총 21억원을 상납했다(아래 인포그래픽 참조).

연간 120억원에 이르는 청와대 공식 특수활동비는 원래 총무비서관 산하 재정팀장이 엄격하게 관리한다. 그래서 박 전 대통령은 상납된 특수활동비를 문고리 3인방 가운데 한 명인 이재만 전 총무비서관에게 맡겼다. 이 전 비서관은 이 돈을 총무비서관실 내 자신만이 사용하는 금고에 보관했다. 그는 박 전 대통령의 지시를 받고 이영선 전 경호관, 윤전추 전 행정관, 최순실씨 등에게 전달했다. 이영선 전 경호관은 차명 휴대전화 구입과 요금 지불, 삼성동 사저 관리에 썼다. 또 박 전 대통령의 주사 비용이나 기치료 비용 등 사적인 용도에 약 3억6500만원이 쓰인 것으로 검찰은 파악했다. 최순실씨와 고영태씨가 운영한 박 전 대통령 전용 의상실에도 국정원 특수활동비가 쓰인 것으로 드러났다. 고영태씨는 〈시사IN〉과 통화에서 “최순실씨가 A4 용지보다 조금 작은 서류 봉투에 돈을 담아 테이프로 봉해 그것을 다시 한번 쇼핑백에 넣어서 의상실로 가져오는 것을 자주 봤다”라고 말했다. 노승일 전 K스포츠재단 부장도 전화 통화에서 “2014년 3월께 의상실 안 샘플실에서 최순실씨의 지시로 서류 작업을 할 때, 의상실 직원들에게 수고했다며 ‘위에서 보너스가 나왔다’며 서류 봉투에 들어 있는 현금을 주는 걸 봤다”라고 말했다.

이른바 문고리 3인방도 활동비 명목으로 상납된 국정원 특수활동비 가운데 일부를 받아 썼다. 이재만·안봉근·정호성 전 비서관은 공식 월급 외에 임기 초반 매월 각각 300만원을, 상납금이 증액된 뒤에 매월 각각 500만원을 받다가, 임기 1년을 남긴 시점부터 매월 각각 800만원을 받기도 했다. 3인방은 휴가비 1000만원, 명절비 명목으로 2000만원도 따로 받았다.

“최순실씨가 돈다발을 ‘관봉’으로 가져와”

검찰은 이 같은 돈 분배 과정에 최순실씨가 관여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이 압수한 최순실씨의 메모에는 ‘BH(청와대)’ ‘J(정호성)’ ‘Lee(이재만)’ ‘An(안봉근)’이라는 이니셜과 함께 여러 숫자가 적혀 있다. 최순실씨 소유 회사인 더블루케이 설립 자금 5000만원이 현금으로 지급됐다는 증언도 나왔다. 고영태씨는 “당시 최순실씨가 설립 자금을 5만원권 ‘관봉(官封)’으로 가져왔다. 일반 은행에서 지급하는 띠지로 묶인 게 아니라 십자형으로 묶인 돈이었기 때문에 특이해서 기억한다. 모두 신권이었다”라고 말했다. 검찰 관계자도 “더블루케이 등 최순실씨가 세운 회사가 여러 곳인데 설립 자금 대부분이 현금이었다. 거의 다 현금으로 조달된 점을 파악했다”라고 말했다.

박근혜 정부 청와대뿐 아니라 이명박 정부 청와대에도 상납한 의혹이 불거진 국정원 특수활동비는 기밀 유지가 요구되는 정보나 사건 수사 등 활동에 사용하도록 배정된 국가 예산이다.

기자명 신한슬 기자 다른기사 보기 hs51@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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