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식당 종업원 사건, 갈수록 갸우뚱
  • 김은지 기자
  • 호수 461
  • 승인 2016.07.18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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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해외식당 종업원 집단 탈북을 둘러싼 논란이 계속된다. 애초 이들의 신변을 공개한 정부가 뒤늦게 ‘신변 보호’를 내세우며 외부 접촉을 철저히 막고 있다. 민변은 탈북자 초기 조사 단계에서의 기본권 보장을 주장한다.

<뉴욕 타임스> 최상훈 기자가 물었다. “왜 국정원이나 정부에서는 약간 좀 속된 말로, 기를 쓰고 (접촉을) 막는지 궁금하다. 탈북자 13명이 오는 과정에서 ‘정말 본인 의사로 왔는지’ 등을 숨기기 위해서라고 보나?” “이 사건이 정치적으로 이용될 가능성은 있다. 총선 직전 탈북자 신원을 이례적으로 공개했다. 의심은 간다. 다만 이것이 사건의 본질은 아니다. 탈북자 인권 침해가 본질이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김용민 사무차장이 대답했다.

7월7일 서울 프레스센터 서울외신기자클럽이 주최한 기자회견장. AFP, NHK, <월스트리트 저널> <파이낸셜 타임스> <리베라시옹> 등 외신 기자 20여 명의 질문이 끊이지 않았다. 지난 4월 남한으로 온 해외 북한식당 종업원 13명에 대한 외신의 관심은 뜨거웠다. 이날 대한변호사협회(대한변협) 인권위원 황필규 변호사와 국제 앰네스티 한국지부 김희진 사무국장이 관련 내용을 발표하고 외신 기자들의 질문에 응했다. 질문은 주로 김 변호사에게 집중됐다.

김용민 변호사의 말이다. “이 사건은 한 가지 질문에서 시작됐다. 자발적으로 들어온 사람을 왜 구금하느냐다. 민변은 이들이 납치되었다거나 속아서 입국했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우선 당사자의 의사를 확인해 진상을 밝히고, 그에 따라 필요한 권리를 보장해줘야 한다.”

<div align=right><font color=blue>ⓒ통일부 제공</font></div>지난 4월7일 국내에 들어왔던 집단 탈북자들이 어디론가 이동하고 있다. 촬영 장소와 날짜는 미상이다.

그가 이렇게 말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통일부는 지난 4월8일 해외식당에서 일하는 종업원 13명이 탈북했다고 발표했다. ‘한국 드라마를 보며 남한에 대한 동경이 생겨 자유의 나라로 온 20~30대 여성 종업원 12명과 남성 매니저 1명’이라는 내용이었다. 통상 북한에 남겨진 가족에 대한 신변 문제 등으로 탈북자 관련 사실을 공표하지 않는 관례를 깼다. 이날은 국회의원 선거를 닷새 남겨둔 시점이었다.

북한은 “국정원이 조작한 집단적 유인 납치행위”라고 반발했다. 4월18일에는 종업원 부모들도 유엔인권이사회 의장과 유엔인권최고대표에 서한을 보냈다. 같은 날 함께 일했던 다른 북한 종업원들이 평양에서 CNN과 인터뷰하면서 ‘납치’라고 주장했다.

당장 이들의 탈북을 두고 논란이 일었다. 통일부는 “허무맹랑한 소리다. 13명은 모두 자유의사로 입국했다”라고 거듭 밝혔다. 이들 중 한 명이 탈북에 항의하며 단식하다 숨졌다는 글이 SNS 등에 퍼졌다. 통일부는 “모두 건강하게 잘 지내며 남한 생활에 적응하기 위해 영어 공부 등을 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정부는 집단 탈북을 대대적으로 알릴 때와는 다르게 이들의 ‘신변 안전’을 이유로 비공개 조치를 유지했다. 하지만 이 같은 해명을 내놓은 통일부 관계자조차 집단 탈북 당사자를 만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북한 식당 종업원 13명은 현재 국정원이 운영하는 북한이탈주민보호센터(옛 중앙합동신문센터)에 있다. 외부와의 접촉은 차단된 상태다. 이곳을 거친 뒤 불거졌던 간첩 조작 사건이 논란을 키우는 데 한몫했다. 2013년과 2014년 잇달아 발표한 국정원발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 사건(유우성 사건)’과 ‘홍강철 사건’이다. 두 사람 모두 지금의 북한이탈주민보호센터 조사 과정에서 나온 진술을 주요 근거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하지만 법원에서 모두 무죄판결이 났다.

<div align=right><font color=blue>ⓒ시사IN 이명익</font></div>7월7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민변 주최로 ‘북한 해외식당 기획탈북 의혹 사건 외신 기자회견’이 열렸다.

탈북자 13명이 머무는 북한이탈주민보호센터는 탈북자가 국내에 들어와 처음 가는 곳이다. 국정원이 이곳에서 신원 등을 조사한다. 그런 다음 보통 남한 정착을 위한 교육훈련 기관인 북한이탈주민정착지원사무소(하나원)로 보내진다.

이들은 지난 4월 입국해 여전히 북한이탈주민보호센터에 머무는 중이다. 조사가 끝났지만, ‘국가안보에 현저한 영향을 줄 우려가 있는 사람에 대해서는 국정원장의 결정에 따라 계속 있을 수 있다’는 법조항을 근거로 국정원은 이들을 하나원에 보내지 않고 북한이탈주민보호센터에 수용하고 있다.

“자유의사로 입국했다면 변호인 접견 허용해야”

2014년 10월 국회 정보위에서 펴낸 <북한이탈주민보호센터 운영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연구>에 따르면, 탈북자는 이곳에서 ‘개인마다 다르지만 대개 1주일 정도 외부와 완전히 차단된 채 독방에 수용돼 국정원 직원 1명과 대면해 지속적으로 조사를 받고, 이후 퇴소할 때까지 다른 입국자들과 함께 대기실에서 외부와 격리된 채 약 2~3개월간 지내야 하며 최장 6개월까지 지내게 된다.’

이 같은 인권 문제가 불거지자 국정원은 2014년 7월 법률전문가 등을 인권보호관으로 임명한다는 개선안 등을 내놓았다. 국정원 한 관계자는 “독방은 전염병이나 신분 보안 때문에 스스로 요청한 사람에 한해서만 사용하게 하고, 그 밖에는 모두 함께 생활하게 한다”라고 말했다. 또 인권보호관에 대해서는 이 관계자는 “공신력 있는 대한변호사협회 추천을 받아 판사 출신 외부 변호사를 임명하고, 보장된 임기 동안 독립적으로 활동하게 한다. 숙소 곳곳에 건의함을 마련해놓고 오직 인권보호관만 열어볼 수 있게 해놓았다”라고 말했다. 이번에 국정원 직원 외에 집단 탈북자들을 만난 이는 대한변협 추천으로 지난해 인권보호관으로 선임된 박영식 변호사가 유일하다.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 사건’을 맡았던 천낙붕·장경욱·양승봉·김용민 변호사와 민변 통일위원장 채희준 변호사 등이 집단 탈북 문제에 관여하고 있다. 지난 5월16일 민변 변호사 10명은 경기도 시흥에 위치한 북한이탈주민보호센터를 찾았다. 나흘 전 국정원에 접견신청 이메일을 보내고, 접견신청서 접수증을 받았다. 탈북자들에게 전달할 선물도 준비했다. 이들은, 북한이탈주민보호센터에 있으면서도 변호인을 만나 조언을 받을 수 있다는 내용을 담은 편지와 일상을 기록할 일기장, 휴식시간에 읽을 신영복 산문집 <처음처럼>, 윤동주 시선집 <윤동주를 쓰다> 등을 사람 수만큼 사들고 그곳을 찾았다.

하지만 문전박대당했다. 물품이라도 반입해달라는 요청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북한이탈주민보호센터 한 근무자는 “내부 규정상 ‘위해 물품’이 있을 수 있어 들여보내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민변은 반발하며 기자회견을 열었다. “국정원은 그들이 자발적으로 한국에 들어왔다고 했다. 자유의사로 입국한 게 맞다면 변호인 접견을 허용해야 한다. 누구에게든 변호인 접견이 보장되지 않을 법률적 근거는 없다.”

국정원은 민변 변호사들이 다섯 차례 더 찾아가자 당사자가 만남을 원치 않는다고 밝혔다. 이때 미국 국적자인 중국 칭화 대학 정기열 교수가 민변에 먼저 연락했다. 기사로 소식을 접했다며 자신이 북한에 가서 받은 가족의 위임장을 이메일로 보냈다. 가족을 대신해 집단 탈북자의 법률 대리인을 맡아달라는 부탁이었다.

<div align=right><font color=blue>ⓒ시사IN 조남진</font></div>지난 5월16일 민변 변호사들이 북한이탈주민보호센터를 찾아 접견 신청을 했지만 거절당했다.

민변은 이것을 어떻게 할지 검토했다. 북한에 거주하면서 남한의 소송 대리인을 내세워 대법원까지 이긴 사례가 있긴 했다. 친자 확인·유산 상속과 관련된 2013년 판례였다. 북한을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재미교포를 통해 소송 위임장을 쓰고 DNA 채취를 한 장면을 촬영해 그 효력을 법원에서 인정받았다. 정기열 교수를 통해 받은 집단 탈북 종업원 부모의 소송 위임장을 바탕으로 민변은 법원에 인신구제청구를 했다.

인신구제청구는 위법한 행정처분 등으로 부당하게 갇혀 있는 이를 구제하는 사법 절차다. 2013년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 사건’에서 당시 합동신문센터에 6개월 가까이 있던 유우성씨 동생 유가려씨가 이 절차가 계기가 되어 합동신문센터에서 나올 수 있었다. 그 이후 가려씨는 국정원의 강요로 ‘오빠가 간첩이었다’는 허위 자백을 했다고 폭로했다.

‘제2의 유우성 사건’ 될라

이번 집단 탈북자에 대한 인신구제청구 재판도 열렸다. 당사자 출석이 필요하다는 민변의 요청에 따라 서울중앙지법 형사32단독 이영제 판사는 이들을 소환했다. 하지만 이들은 법정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국정원은 탈북자들이 출석을 원하지 않으며 재판정에 나올 경우 신변 노출 위험이 있다고 주장했다. 민변은 비공개로 재판을 진행하면 신변을 보호할 수 있다고 맞서다 재판이 끝나버렸다.

유우성 사건의 무죄판결을 이끌어낸 장경욱 변호사는 “이들의 집단 탈북에 대한 의혹이 있으면, 만나서 풀면 된다. 신원 보호 문제가 있으면 비공개로 만나는 등 다양한 방법이 있는데 국정원은 집요하게 막는다. 이러니 ‘뭔가 있나?’ 하는 의심이 커질 수밖에 없다. 우리 쪽에서는 ‘제2의 유우성 사건’ 아니냐는 생각이 자꾸 들고 저쪽에서도 그걸 두려워하는 게 아닐까 싶다”라고 말했다. 대한변협의 한 변호사 또한 “원래 북한이탈주민보호센터에서의 조사가 끝날 즈음에 대한변협 사무총장이 탈북자를 대상으로 특강을 가는데, 그조차도 이들에게는 안 했다”라고 말했다.  

세계적인 인권문제를 다루는 유엔인권최고대표사무소도 이 문제를 조사하고 있다. 이들은 정부에 집단 탈북자 면담을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 통일부의 관계자는 “이러한 접견 요청에 대해 충분히 설명했지만, 당사자들이 원치 않아서 면담이 어렵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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