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민음사 펴냄

세상을 살아가면서 방향을 잃거나 답을 구하고 싶을 때, 내 삶의 푯대가 되어주는 세 권의 책이 있다. 그것은 〈성경〉 〈삼국지〉 그리고 피터 드러커의 책이다. 그 중에서도 초등학교 4학년 때 할아버지가 주신 1권짜리로 읽기 시작해 두루 구해 읽었던 삼국지에서 지혜를 많이 얻었다. 매일 매일 Q.T(Quiet Time)로 만나는 성경과 더불어 삶에 지치고 지혜에 목마를 때마다 다시 찾아 읽는 책이다.

정무위원회 활동을 하면서 지난 9월에 발의한, 자산 기준으로 일정 규모 이상 대규모 집단의 순환출자금지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개정안’은 삼국지의 적벽대전에서 얻은 지혜에 기초한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 우리나라 대기업 집단이 상호지급보증과 순환출자로 선단식 경영을 하다 연쇄 부도에 내몰린 것은 바로 유비의 군사인 방통(龐統)의 고육책(苦肉策)에 속아 조조가 수공(水攻)의 비책으로 도모한 연환계(連環計)가 오나라의 화공(火攻)에게 속수무책이었던 상황과 다를 바 없었다.

적벽대전을 그렇게 여러 번 읽었건만 왜 거기에 숨은 뜻을 미리 깨치지 못했던가? 하는 회한에서 나는 자산 기준으로 일정 규모 이상의 대규모 집단의 순환출자금지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우리나라의 대기업 집단도 이제는 그 규모로 보나 사업 내용으로 보나 관련 법률에 따라 금지된 상호출자의 변형에 지나지 않는 순환출자까지 해가며 위험을 한곳에 모을 필요도 없고, 또 그렇게 해서도 안 된다고 본다.

요즘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의 언행을 보며 떠올리는 말이 있다.‘모사재인성사재천(謀事在人成事在天)’이라는 구절을 낳은 오장원 전투에서, 위나라의 군사 사마중달이 했다는 ‘식소사번(食少事煩)’이라는 말을 곱씹게 된다.

 
경제인들을 만나 “애로 사항이 있으면 직접 전화하세요” 라고 말하는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의 말이나, 누가 보아도 청와대 기능을, 좀더 솔직하게는 대통령의 임무를 대폭 강화한 정부조직 개편안을 보며 머리에 떠오른 말이 바로 ‘식소사번’이다.

오장원에서 제갈공명과 대치한 가운데, 제대로 먹지도 않고 잠도 줄여가며 친히 매사를 살핀다는 제갈공명의 근황을 전해들은 위나라 군사 사마중달의 판단은 이러했다. ‘식소사번이라. 아, 제갈공명이 곧 죽겠구나.’비록 죽은 제갈공명에게 쫓긴 사마중달이지만 그의 판단은 옳았다. 오장원에서 제갈공명은 죽었고, 사마중달은 살아남아 새 나라를 세운다.

지혜에 목마를 때 늘 시원한 물을 아낌없이 주는 삼국지! 뿐만 아니라 언제 읽어도 재미있는 삼국지. 그래서 나는 오늘도 내 삶의 푯대인 삼국지를 또다시 찾아 읽는다.  

기자명 이계안 (국회의원)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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