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롭에서 투헬까지, 이별에도 예의가 필요하다 [경기장의 안과 밖] 배진경 (<온사이드> 편집장) 유종의 미. 최근 유럽 축구계에서 눈에 띄는 흐름이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소속 리버풀 FC는 1월26일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위르겐 클롭 감독이 시즌 후 떠나고 싶다는 의사를 구단에 알렸다. 이번 시즌이 끝나면 클롭 감독은 리버풀의 감독직에서 물러난다”라고 발표했다. 성적 부진 탓은 아니었다. 당시 리버풀은 리그 1위를 달리고 있었고 리그컵 결승에도 진출한 상태였다. 계약기간도 아직 2년이 더 남았다. 클롭 감독이 자진해서 물러난 이유는 따로 있었다. 번아웃을 겪고 있었기 때문이다.독일 분데스리가 도르트문트에서 두각을 나타낸 스위스 사회를 ‘쇼크’에 빠뜨린 교육 이슈 세 가지 [평범한 이웃, 유럽] 취리히·김진경 (자유기고가) 한국만큼 교육이 뜨거운 이슈인 나라가 또 없을 것 같지만, 사실 교육은 어느 나라에서나 주된 관심사다. 관심이 표출되는 방식이 다를 뿐이다. 한국에서 길을 가다 학원 간판을 마주치지 않기란 불가능하다. 대중교통도 온갖 학원과 강사들의 광고로 도배되어 있다. 학원 간판이나 광고를 볼 일이 거의 없는 스위스에도 사교육이 존재한다. 특히 인문계 중고교에 해당하는 김나지움(Gymnasium) 진학 대비 사교육 열기는 해가 갈수록 심해진다.공교육은 공교육대로 여러 문제가 산적해 있다. 인구는 늘어나는데 학교 건물을 제때 짓지 못해 취리히 초 자살 앞에 선 이를 구하는 법 [새로 나온 책] 시사IN 편집국 마지막 끈을 놓기 전에로리 오코너 지음, 정지호 옮김, 심심 펴냄“생존의 전투에서 패배한 사람의 고통을 이해하는 데 이 책이 도움이 되기를.”자살은 전 세계적으로 사망 원인 상위 20위에 속한다. 15~29세의 사망 원인으로는 2위다. 자살 사고의 4분의 3 이상이 중·하위 소득 국가에서 일어나고 전체 자살의 60%가 아시아에서 발생한다. 거의 모든 국가에서 여성보다 남성이 자살로 더 많이 사망하는데, 최근 몇 년 동안 청년 여성의 자살률이 증가 추세다. 각종 통계에서 불평등이 읽힌다. 25년 넘게 자살을 연구해온 심리학자가 왜 그 코끼리와 함께 살아가는 법 [새로 나온 책] 시사IN 편집국 나의 아프고 아름다운 코끼리바바라 포어자머 지음, 박은결 옮김, 웅진지식하우스 펴냄“침대에서 몸을 일으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기에는 코끼리가 너무 무겁다.” 2008년 오바마 대통령이 당선되던 날과 2011년 아이를 출산하고 얼마 지나지 않은 날, 저자는 정신병동에 있었다. 독일의 촉망받는 정치 기자로 만족스러운 삶을 영위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안에서는 피를 흘리고 있었다고 고백한다. ‘코끼리’는 30여 년간 그가 앓던 우울증에 대한 은유적 표현이다. 우울증을 극복하고 싶어서 안간힘을 썼는데, 오랜 방황 끝에 그가 내놓은 글은 26년 차 소아과 의사의 ‘작심 고언’ 김연희 기자 소아청소년과 위기를 취재한다고 했을 때 의료계 전문가 여럿에게 “김정은 선생을 만나보라”는 얘기를 들었다. 아이들과 소아청소년과에 대한 애정이 크고 이를 실천으로 옮기는 의사라는 것이 추천 이유였다. 김정은씨는 26년 차 소아청소년과 전문의이다. 충주 건국대병원에서 조교수로 근무했고, 서울 중구보건소에서도 일했다. 한때 본인 이름을 딴 소아과를 개원한 적도 있다. 지금은 경기도 시흥시 신천동 인근의 공익적 민간병원인 신천연합병원 소아청소년과 과장으로 환자들을 보고 있다. 1차-2차-3차 병원, 그리고 의대 교수·개원의·봉직의까지 한 모두가 피를 말리는 ‘소아과 전쟁’ 김연희 기자 4월23일 일요일 아침 7시30분. 신도시 지역의 한 아동병원. 약 40평 규모 대기실에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어림해서 세보아도 대기실에 들어찬 사람이 120명은 족히 넘었다. 주말 아침부터 소아청소년과(소아과) ‘오픈런’을 한 보호자들과 아이들이다. 접수대 앞으로는 S자 모양의 긴 줄이 늘어섰다. 전날 입원을 기다리다가 결국 자리가 나지 않아 새벽 5시에 다시 왔다는 4세 여아의 엄마는 대기 순번 36번을 받았다. 아기띠를 두른 채 두 시간 동안 꼬박 서서 발을 구르던 한 아빠가 한숨 쉬듯 한마디를 내뱉었다. “전쟁이다.”과장이 번아웃의 종말 [새로 나온 책] 시사IN 편집국 번아웃의 종말조나단 말레식 지음, 송섬별 옮김, 메디치미디어 펴냄“번아웃에 관한 나쁜 조언들은 제도와 체계를 신이 내린 만고불변의 진리처럼 상정한다.”번아웃에 대한 무수한 자료를 봤지만 무엇 하나 도움 되지 않았다. ‘주인 의식을 가지고 삶의 개척자가 되라’는 식의 흔한 조언은 번아웃의 책임이 노동자에게 있다는 말과 다르지 않았다. 이 같은 각종 해법은 ‘번아웃 문화’를 유지하는 데 일조한다. 저자는 우리가 “뒤틀린 방식으로 번아웃 문화를 사랑한다”라고 말한다. ‘타서 없어지는’ 걸 원하는 것이 나 자신일지도 모른다는 지적은 서늘하 당신의 번아웃은 우리 시대의 상태다 [기자의 추천 책] 김영화 기자 다소 도발적인 한국어 제목과 달리 원제는 ‘Can’t Even’, 의역하자면 더 이상 어떤 것도 할 수 없다는 뜻이다. 미국 저널리스트인 저자가 2019년 쓴 칼럼이 책의 시작이었다. ‘밀레니얼은 어떻게 번아웃 세대가 되었는가.’ 흔하디흔한, 그래서 진부하기 짝이 없는 세대론으로 지나칠 수도 있었다. 그런데 이 칼럼이 온라인에서 ‘터졌다’. 700만 넘는 조회수를 기록했고, 번아웃을 호소하는 수천 개 응답 메일이 작가에게 쏟아졌다. 무엇이 달랐을까?1981년생 저자는 밀레니얼의 현실을 ‘번아웃’으로 설명한다. ‘열정을 좇는 직업을 ‘참사의 나라’에 사는 시인의 노래 [새로 나온 책] 시사IN 편집국 회복기허은실 지음, 문학동네 펴냄“이제 우리는 서로의 눈빛에 책임이 있어요.”무너지지도, 불에 타지도, 침몰한 것도 아닌데 156명이 서울 한복판에서 밤사이 사라졌다. “다녀올게, 인사하고/ (중략) / 돌아옵니다 피동태로/ 다녀옵니다 구조되지 못한 죽음으로(‘합동분향소’ 일부).” 이번 시집에 묶은 시는 세상의 슬픔 위에 낱낱이 포개진다. 5·18 민주화운동을, 세월호 참사를, 제주 4·3을, 노동자의 죽음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까지 시인은 눈길을 거두지 않는다. 회복은 똑바로 보는 것에서 시작하는 일임을, 행간마다 주장한다. ‘참 그들은 왜 일본 제국을 믿었을까 [새로 나온 책] 시사IN 편집국 너희는 죽으면 야스쿠니에 간다박광홍 지음, 오월의봄 펴냄“그래서 결국 전쟁을 해버렸겠지요.”히로토 아키라. 1943년 12월 법학과에 다니던 중 해군병과 예비학생으로 참전했다. 기시 우이치. 상업학교에 다니던 1943년 여름 해군비행예과 연습생으로 지원했다. 고타니 히로히코. 소학교를 졸업하고 공장에서 일하던 중 1943년 해군항공기지 노동자로 배정됐다. 지은이 박광홍씨는 2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던 군인을 인터뷰하면서 ‘왜?’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나간다. 그들은 왜 죽음을 각오하면서까지 일본 제국을 믿었을까. “그러니까 정말 거 경기도교육청, 2022 교직원 마음건강 증진사업 운영 ADVERTORIAL 경기도교육청(교육감 임태희)이 28일부터 11월 말까지 교직원 스트레스 진단과 관리를 통해 심리와 정서 안정을 돕는 ‘2022 교직원 마음건강 증진사업’을 운영한다. 이 사업은 교직원 일상이나 직무 관련 스트레스로 탈진(번아웃) 등 심리적 어려움을 살펴 치유와 회복을 돕는 것으로, 2020년 도교육청 직원 대상 시범 사업으로 시작해 올해 학교까지 확대했다. 도교육청은 올해 경기도교육청 소속 교직원 17만여 명을 대상으로 희망자에 한 해 온라인 심리 검사를 진행하고 그 결과에 따라 전문가 상담을 개인별로 신청해 최대 8회까지 무료로 ‘중단’ 선언한 BTS, 착륙일까 또 다른 이륙일까 김영화 기자 ‘케이팝 업계 관계자들이 주의해야 할 영어단어 목록’ 같은 게 만들어진다면 아마도 ‘hiatus(중단)’가 먼저 추가되지 않을까. 6월14일 방탄소년단(BTS)의 단체 활동 중단 소식이 알려지면서 전 세계 팬들을 충격에 빠트렸기 때문이다. 이날 공식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찐 방탄회식’ 영상에서 멤버들은 “가사를 억지로 쥐어짜내고 있다(슈가)” “기조의 변화가 확실히 필요한 시점(제이홉)”이라며 개인 활동에 전념할 뜻을 내비쳤다. 데뷔 9주년을 기념하며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는 자리였다. 이 맥락이 활동 중단을 뜻하는 hiatus로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 모두에게 필요한 순간 임지영 기자 막 도착한 손하빈 밑미 대표(39)가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5층까지 한달음에 올라온 참이었다. 그가 서울 성수동의 ‘석양 맛집’인 밑미홈 건물 옥상에 섰다. ‘나를 만나다(meet me)’라는 의미를 가진 ‘자아성장 큐레이션 플랫폼’ 밑미가 운영하는 공간이다. 설립한 지 2년, 매달 이용자 500~600여 명이 밑미가 제공하는 ‘리추얼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여기서 리추얼은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뜻한다. 손 대표는 5분이라도 멈춰서 자신을 생각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런 시간을 가지면 아무리 바빠도 자신을 잊지 엄마 아빠도 지칠 때가 있다 [새로 나온 책] 시사IN 편집국 부모 번아웃모이라 미콜라이자크·이자벨 로스캄 지음, 김미정 옮김, 심심 펴냄“우리 때는 상상도 못할 일이야.”21세기의 부모 되기는 과거와 완전히 다르다. 애착 이론과 교육학 지식으로 무장한 육아서는 좋은 부모 되는 법을 배우라고 한다. 그걸 습득하거나 그러지 못해 자책하는 일로 많은 시간을 보낸다. 부모 번아웃이 존재한다는 주장은 1980년대부터 제기되었다. 고유한 네 가지 양상이 있다. 신체적·감정적 탈진, 아이와 정서적 거리 두기, 포화(부모 역할에 싫증 남) 및 즐거움 상실, 과거의 자신이나 자신이 되고자 했던 모습과 완전히 젋은 기자들의 ‘말기 퇴사병’을 낫게 하려면 [미디어 리터러시] 김달아(⟨기자협회보⟩ 기자) 마지막으로 얼굴을 마주한 게 지난해 여름이었다. 코로나19 상황이 잠잠해지면 보자더니 해를 넘겼다. 바이라인(기사에 표기하는 기자 이름)에서만 보던 친구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기사 잘 봤어. 새해 됐으니 얼굴 보자!” 예상치 못한 답변이 날아왔다. “요새 번아웃이라서. 회복 좀 하고 약속 잡아도 될까?”나와 같은 해에 다른 언론사에 입사한 그는 누구보다 열정적인 기자였다. 지난해 만났을 때만 해도 “지금 하는 일에 만족한다”라면서 앞으로의 계획을 이야기했다. 이제 그는 지쳐 보였다. “그동안 일이 너무 많았어. 너무 힘들다. 집도 2022 오미크론 시나리오: 성문 밖으로 나가시겠습니까? 김연희 기자 역사의 한 장을 살고 있다는 감각이 이처럼 또렷했던 시간이 또 있었을까. ‘코로나19’는 ‘1918 스페인 독감’에 버금가는, 아니 이를 뛰어넘는 이름이 되었다. 2019년 12월 중국 우한의 수산물 시장에서 정체불명의 폐렴이 발생했다는 보고를 첫 장으로 인류가 겪어온 일들은 역사의 장면, 장면으로 새겨질 것이다. 2022년은 어떨까. 아직 백지로 남아 있는 이 장에 거대한 이야기의 결말이 쓰일 수 있을까.팬데믹 3년 차, 인류는 새로운 국면을 마주하고 있다. 전파력을 극단적으로 높인 돌연변이인 오미크론이 출현했다. 선진국에서는 부 대선 화두로 떠오른 ‘주 4일제’, 시대정신인가 시기상조인가 김영화 기자 “이렇게 뜨거운 반응이 있을 줄 몰랐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는 주 4일제 공약에 대해 〈시사IN〉에 이렇게 말했다("차악을 고민하지 말고 최선을 선택하시라" 인터뷰 기사 참조). 주 4일제는 심 후보가 ‘1호 공약’으로 내건 신노동법 7대 정책 중 단연 관심을 촉발한 사안이다(신노동법 공약은 다양한 노동 형태를 포괄하지 못하는 현행 근로기준법을 폐지하고 ‘일하는 시민의 기본법’을 만들자는 제안이다). 특히 온라인상 젊은 층의 호응이 컸다. 거기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주 4일제를 띄우면서 대선주자들의 주요 정책으로 급 숨진 상하이 외교관, 우리는 그를 구할 수 있었나 전혜원 기자 외교관이 죽었다. 이주현씨(가명). 향년 40세. 중국 상하이 총영사관 부영사. 지난 5월29일 새벽 숨진 채 발견되었다. 가족들은 상하이로 출국해 2주간 격리 뒤 장례를 치렀다.5년여 전인 2015년 9월24일, 서울 외교부 청사 건물 17층에서 직원이 투신하려다 구조된 적이 있다. 이주현씨다. 당시에는 아침에 출근한 청소 노동자가 발견해 설득했으나 이번엔 그러지 못했다. 상하이에서 이씨는 혼자 머물고 있었다.앞서 4월12일에는 중남미 코스타리카 대사관에서 일하던 30대 여성 부영사가 숨진 채 발견되었다. 언론은 두 죽음을 ‘코로 보건소장 7명이 답했다 ‘코로나 대응, 무엇이 문제였고 무엇을 바꿔야 할까?’ 김연희 기자 관련기사K방역이라는 수레바퀴 누가 굴리나상록수보건소에서 보낸 4박5일 지난해 7월 서울대 보건대학원 유명순 교수팀과 ‘경기도 공공보건의료지원단’이 공동으로 수행한 ‘코로나19 치료·방역 인력 인식’ 조사에 따르면, 보건소 직원 가운데 82%가 코로나19 업무와 관련해 ‘울분’을 경험했다. 치료·방역 인력 45%는 ‘코로나19 업무로 인해 건강이 악화됐다’고 답했다.그 이후 1년이 더 지났다. 보건소는 기존 방역 업무에 더해 코로나19 예방접종 사업까지 맡게 됐다. 지난 5월23일에는 업무 부담을 호소하던 한 보건소 간호직 공무원이 코로나19 전쟁의 최전선, 상록수보건소에서 보낸 4박5일 안산/글 김연희 기자·사진 이명익 기자·영상 최한솔 PD 관련기사보건소장 7명이 말하는 ‘번아웃’의 현장상록수보건소에서 보낸 4박5일 시민들은 매일 발표되는 신규 확진자 수로 코로나19 상황을 체감한다. 그러나 이는 빙산의 일각이다. 확진자 1명이 나오면 자가격리자는 수십 명, 검사자는 수백 명에 이르게 된다. 지난 5월 말 기준 한국의 누적 확진자 수는 약 14만명이다. 여기에 수십 혹은 수백 정도를 곱하면 비로소 방역 현장에서 감당해온 방역 업무의 강도를 가늠할 수 있다.전국 256개 보건소에서 K방역이라는 수레가 굴러간다. 이 수레는 자동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100% 수동이다. 전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