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팝 속에서 움튼 ‘팝’의 새로운 정의 [K콘텐츠의 순간들] 김윤하 (대중음악 평론가) 케이팝이 팝다워졌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 이 이야기에 시동을 걸기 위해서는 ‘팝(pop)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부터 들어가야 할지도 모르겠다. 한정된 지면을 고려해 이 글만을 위한 ‘팝’을 빠르고 쉽게 재정의해본다. 적어도 2023년 케이팝에서 자주 언급되는 ‘팝’은 ‘빌보드 차트를 중심으로 영미권에서 유행하는 음악’의 의미에 가깝다. 주말마다 노트 뒷장에 ‘아메리칸 톱 40’을 역순으로 받아 적던 사람들부터 ‘느낌 있는 요즘 팝 플레이리스트’를 찾아다니는 사람까지 아우르는 사이, 추상적이지만 선명하게 떠오르는 그 음악. 그게 한 곡으로 끝일까? ‘통수돌’ 된 ‘중소돌’ 나경희 기자 시작은 미미했다. 지난해 11월, 4인조 걸그룹 ‘피프티 피프티(FIFTY FIFTY)’가 데뷔했다. 국내에서는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해외 반응이 뜨거웠다. 노래 ‘큐피드(Cupid)’로 데뷔 134일 만에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 ‘핫 100’에 진입한 게 신호탄이었다. 데뷔 이후 가장 최단 시간에 ‘핫 100’ 차트에 든 케이팝 그룹, 가장 높은 순위(8주 차 17위)까지 올라간 케이팝 걸그룹 단독 곡이라는 새로운 기록을 썼다. 영국에서는 오피셜 차트 ‘톱 10’에 든 첫 케이팝 걸그룹이 됐다. 6월5일에는 세계 최 ‘SM타운’ 떠난 이수만, SM과 케이팝의 미래는? 임지영 기자 “나무 한 그루가 시작이 될 것입니다.” 2023년 새해 첫날, 이수만 당시 SM엔터테인먼트(SM) 총괄프로듀서가 나무심기 운동을 제안했다. SM 소속 가수들이 등장하는 유튜브 라이브 콘서트를 앞두고 열린 ‘SM 서스테이너빌리티 포럼’에서였다. 기후위기 이슈에서 케이팝과 한류의 역할을 강조하는 엔터테인먼트 회사의 행보가 눈길을 끌었다. 이수만 총괄프로듀서는 ‘나와 SM’도 지구를 살리는 지속가능성을 실현하는 데 동참하겠다며 올해 몽골에 ‘나무를 심고 지구를 살리는’ 음악 페스티벌을 열자고 제안했다.불과 한 달 뒤 ‘나무심기’는 이수 취향이라는 건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지는 게 아냐 [음란서생] 배순탁 (음악평론가) 취미라고 쓰지 않고 취향이라고 쓰면 왠지 조금 다르게 느껴진다. 추측하건대 취미는 구체적인 무언가를 가리킨다. 반면 취향은 좀 추상적이다. 음악으로 예를 들어볼까. 나에게는 취미가 하나 있다. LP라고도 부르는 바이닐(Vinyl)을 수집하는 것이다.하지만 이걸 취향이라고 칭하지는 않는다. 내 취향은 글쎄, 내 취향에 맞는 음악 듣기가 아닐까 싶다. 내 취향에 맞는 책을 읽거나 취향 저격 게임을 하는 것 역시 내 취향이다. 말장난하려는 게 아니다. 취향은 표현하기 참 난감한 단어다. 사전을 펼쳐본다.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방향. 메타버스 탑승할 시간, 이번 정류장은 제페토 김다은 기자 ‘제페토’라는 단어를 들으면 무엇이 떠오르나? 〈피노키오〉 동화책을 읽어준 초등학생 학부모라면, 피노키오를 만든 목수 할아버지를 연상한다. 그 할아버지 이름이 제페토다. 10대라면 ‘메타버스’ 열풍과 함께 주목받는 아바타 플랫폼을 떠올릴 가능성이 높다. 메타버스의 메타(meta)는 그리스어로, ‘넘어서(beyond)’ 혹은 ‘이후(after)’를 뜻하는 접두사다. 메타버스(metaverse)는 현실세계(universe)를 넘어선 ‘더 높은 차원의’, ‘초월의’ 세계를 뜻한다.2018년에 출시된 네이버Z의 증강현실 아바타 서비스인 제 BTS - ‘우리를 사랑해줘, 너희를 사랑할게’ 이상원 기자 여전히 많은 이들에게 ‘방탄소년단(BTS) 현상’은 낯설다. 한국 대중문화가 먼저 세계를 휩쓴 뒤 그 인기가 국내로 도리어 ‘역수입’된 것이다. 한국인에겐 쉽게 익숙해지기 힘든 사건이다. 전 세계를 통틀어봐도 비영어권 국가 ‘출신’의 대중문화가 서구권 주류 유행의 한 자리를 차지한 경우는 손에 꼽을 정도다.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BTS 현상의 본질은 서구권, 특히 미국에서의 인기다. 가장 손쉽게 확인할 수 있는 길은 빌보드차트(빌보드 핫 100) 기록이다. 이 차트는 매주 음원 판매, 스트리밍, 라디오방송 기록 등을 종합해 백예린의 음악 세계를 즐길 시간이다 미묘 (<아이돌로지> 편집장) 12월 백예린의 새 앨범이 나온다. 그의 음악에 대한 기대감 다음으로 지난 연말이 떠올랐다. 〈아워 러브 이즈 그레이트(Our love is great)〉 미니앨범과 뒤이은 〈에브리 레터 아이 센트 유(Every letter I sent you)〉 앨범, 그리고 그 상업적 성공에 대한 흥분이 음악 팬들 사이에 넘쳐나고 있었다. 어떤 이는 끝끝내 ‘아이돌 기획사 출신’이 ‘그 이상’을 성취해냈다는 유의 환호를 삼가지 못하기도 했다. 앨범 전체가 영어 가사로 돼 있다든지, 전형적인 발라드나 R&B와는 거리가 먼 음악이라든지, 그가 이전 ‘긁는’ 창법의 성진 그 목소리의 힘 김윤하 (대중음악 평론가) 아이돌이자 록밴드 데이식스의 리더 성진은 아이돌 하면 흔히 떠올리는 ‘예쁘장한’ 이미지와 한참이나 거리가 멀다. 그의 일거수일투족은 남쪽 사람 특유의 선 굵은 이목구비에서 시작해 서울에 온 지 10년 됐지만 아직 고치지 못한 걸쭉한 경상도 사투리로 완성된다.목소리도 그렇다. 드럼 도운을 제외한 모든 멤버가 돌아가며 보컬을 담당하는 팀에서 성진의 파트는 언제나 테스토스테론 한 스푼이 결정적으로 필요한 순간이다. 메인 보컬답게 선이 굵고 허스키한 그의 목소리는 풋풋한 청춘을 그리는 멤버들의 맑고 촉촉한 미성이 만드는 느슨한 포물선의 한 ‘현아=패왕색’은 이제 그만! 김윤하 (대중음악 평론가) 여성의 섹시함은 종종 공포를 수반한다. 영화를 예로 들어보자. 슈퍼히어로물에 등장하는 악당 가운데 여성 캐릭터는 대부분 어둡고 화려한 외양의 섹시한 모습으로 그려진다. 공포영화에서 초반부터 성적 매력을 뽐내는 여성은 십중팔구 가장 먼저 죽음을 맞는다. 이러한 클리셰에 대한 인문학적이고 심리적인 분석은 이미 다수 존재하므로 이곳에서까지 말을 보탤 필요는 없을 것이다. 다만 확실한 건 하나. 성적 매력은 그것이 적극적으로 겉으로 드러날 때 특히 그 주체가 여성일 때 훨씬 위협적으로 받아들여진다는 사실이다.이쯤에서 케이팝으로 눈을 돌려보 정세운, 기타 치며 나만의 속도로 김윤하 (대중음악 평론가) 누구나 ‘타고난’ 사람에 대해 찬양을 늘어놓지만, 동시에 누구나 타고난 대로 못 살게 만드는 게 이 세상이다. 개중에 타고난 인간들이 모여 타고난 대로 부수고 휘젓는다는 예술계도 크게 다를 건 없다. 타고난 대로 쓰고, 그리고, 노래하는 이들은 어느새 무리의 가장자리로 밀려난다.정세운은 그렇게 무자비한 세계에서 자신의 빛과 색, 속도를 시작부터 유지하고 있는 무척 드문 인물이다. 고등학교에 재학 중이던 2013년 SBS 〈K팝스타 시즌 3〉에 출연해 ‘엄마 잠깐만요’ ‘익스큐즈 미(Excuse Me)’ ‘21세기 카멜레온’ 같은 자 태양 같은 아이 ‘유나’의 에너지 김윤하 (대중음악 평론가) 영화나 애니메이션을 보다 보면 자주 등장하는 효과가 있다. 스토리 전개상 중요한 인물이 처음 등장하거나 결정적인 장면에 나타나는 영웅을 묘사할 때 보이는 의문의 빛. 보통 웅장한 음악이나 슬로모션과 함께하는 이 커다랗고 찬란한 빛을 우린 흔히 후광이라 부른다. 그리고 놀랍게도 이 빛은 종종 현실에도 등장한다.올해 초 JYP엔터테인먼트가 트와이스 이후 3년4개월 만에 선보인 5인조 신인 걸그룹 ‘있지(ITZY)’의 데뷔 무대를 본 사람 가운데 적지 않은 이가 그 빛을 목격했으리라 믿는다. 있지는 다섯 멤버의 각기 다른 개성으로 201 ‘아이돌 밴드’라는 편견을 버려 배순탁 (음악평론가∙〈배철수의 음악캠프〉작가) 뭐로 보나 나무랄 데가 없는 음반이다. 멜로디는 깔끔하면서도 설득력 있고, 곡마다 다양한 편곡을 일궈낸 것은 물론 이를 감싸는 사운드는 꽉 찬 공간감으로 듣는 즐거움을 배가한다. 오히려 나무랄 지점은 우리가 가진 편견이라 할 것이다. ‘아이돌 밴드’라는 간판만 보면 반사적으로 낮게 평가하는 우리의 편견 말이다. 데이식스(Day6)를 처음부터 주목한 건 아니었다. 즉, 나도 그 편견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평단의 극찬을 받는 경우는 대개 둘로 나뉜다. 고뇌에 가득 찬 표정을 짓고 있는 인디 뮤지션· 밴드이거나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양현석 제국은 왜 몰락했나? 고재열 기자 “뮤지션이라기보다는 장사꾼에 가깝다. 조금 미화해서 표현하면 ‘음악을 사랑하는 장사꾼’이라 할 수 있겠다. 장사꾼이기 때문에 음악을 파는 것이 아니라, 음악을 좋아하기 때문에 장사꾼이 되었다고 보면 맞다.” 양현석 전 YG엔터테인먼트(이하 YG) 대표 프로듀서가 15년 전 인터뷰에서 ‘서태지와 아이들’ 시절의 자신은 잊으라며 기자에게 했던 말이다. 외국인 투자자에게 ‘성접대’를 한 의혹에 이어, 소속 가수의 마약 투여 의혹을 제보한 연예인 지망생에 대한 진술 번복 강요 논란에 잇달아 휩싸인 양 전 대표에게서 이제 대중은 음악을... 유쾌하면서도 까칠한 깍쟁이 유빈 미묘 (〈아이돌로지〉 편집장) 가무잡잡하고 윤기 있는 얼굴. 종종 길게 늘어뜨린 금발. 많은 이에게 그의 첫인상은 건강하고 활동적인 느낌이었을 것이다. 원더걸스에서 맡은 역할도 래퍼이자 드러머. 그가 무뚝뚝하게 쪼아대는 듯한 목소리로 내뱉는 랩에는 조금 엉뚱한 구절이 들어갔다. “어때 88 나이도 딱 맞아 모두 다 맞아” “언제나 어디서나 날 따라다니는 이 스포‘트’라이‘트’” 같은 것들이다. 노골적인 라임과 리듬에 귀를 의심케 하는 가사. 팬들이 작사가를 원망하게 하기도 하지만 어쩔 수 없이 흥이 일어나는 대목들이다. 유빈은 의기양양하게 이 구절들을 소화... 핫펠트(예은), 기꺼이 음악 하는 여자 김윤하 (대중음악 평론가) ‘음악 하는 여자는 징그럽다’는 노래가 공공연히 존재하는 세상에서 핫펠트(예은)는 ‘음악 하는 여자’를 택했다. 욕심 같아서는 ‘기꺼이’라는 부사도 넣고 싶다. 그냥 음악 하는 여자도 아닌 ‘음악 하는 여자 아이돌’이니 말이다. ‘음악 하는 예은’의 이름은 핫펠트(HA:TFELT). 원더걸스의 정규 2집 〈원더월드(Wonder World)〉(2011)에서부터 활약하기 시작했다. ‘진심 어린, 마음에서 우러나온’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 ‘Heartfelt’를 변형한 단어가 가진 뜻 그대로 예은은 핫펠트라는 이름 아래 자기 자신을... GOT7의 잭슨이 재미있는 청년일 뿐이라고? 랜디 서 (대중음악 평론가) 갓세븐(GOT7)의 잭슨은 솔직하다. 물론 방송에서 보여주는 모습이야 대중 앞에 보여도 될 만큼 다듬은 솔직함일 것이다. 그러나 그것을 감안해도 그는 대체로 솔직한 사람이다. 그는 남들이 입 밖에 내기 꺼리는 말을 잘 하는 캐릭터다. 예를 들어보자. 한동안 인터넷 커뮤니티에 ‘사장님 잡는 아이돌’이라는 제목으로 돌아다닌 짧은 클립이 있었다. 잭슨이 자기 소속 회사 JYP의 대표 박진영을 흉내 내는 모습을 담은 영상이었다. 녹음 지도를 깐깐하게 하기로 유명한 박진영을 따라 하는 모습에 소속 연예인들은 공감해서, 또 박진영은 머쓱... 미래 여는 박재범의 산전수전 공중전 김윤하 (대중음악 평론가) 아직도 박재범을 아이돌 카테고리 안에서 이야기하는 것에 대해 묘한 죄책감이 든다. 물론 근거가 없는 건 아니다. 2004년 JYP 엔터테인먼트의 시애틀 오디션에서 합격하며 연습생 생활을 시작해 2008년 2PM으로 데뷔할 때까지만 해도 박재범이 걸어온 길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동포 출신 케이팝 아이돌의 삶 그 자체였다. 만일 그 커리어가 이어졌다면 지금과는 또 다른 케이팝 역사가 쓰였을 것이다. 리더 구실은 물론이고 춤과 노래, 예능감 모든 면에서 발군의 재능을 발휘하던 박재범은 데뷔 전 온라인 개인 공간에 남긴 게시글로 ... ‘음원 사재기’ 아닌 소셜 마케팅 혁명? 고재열 기자 “공정한 경쟁과 평가는 어느 분야가 발전하는 데 초석이 됩니다. 최근 음원 순위 조작에 관한 의혹이 제기되어 의혹을 제기하는 분들과 또 의혹을 받는 분들 모두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에 우선 조사를 의뢰하고 추가 결과에 따라 검찰에도 이 문제를 의뢰할 계획입니다.” 7월18일 JYP엔터테인먼트의 대표 프로듀서인 가수 박진영씨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린 글이다. 가수 숀의 ‘웨이 백 홈’이 최근 국내 최대 음원 사이트 멜론의 실시간 차트 ‘멜론 톱100’에서 1위를 기록한 게... 이제야 ‘진짜 원더걸스의 음악’ 알 것 같은데 중림로 새우젓 (팀명) 3650일. 처음에서 끝까지 꼬박 10년이 걸렸다. 원더걸스가 자신들의 데뷔 10주년이기도 한 2월10일, 마지막 싱글 〈그려줘〉를 발표함으로써 그룹 활동에 마침표를 찍었다. 지난해 연말 시상식에서 원더걸스를 찾아볼 수 없었을 때부터였을까? JYP 사옥에서 원더걸스의 현수막이 내려간 어느 날부터였을까? 아니면 훨씬 더 예전부터일 수도 있겠다. 어쨌든 멤버들은 각자의 길을 찾아, 남거나 떠났다. 2007∼2008년의 가요계, 아니 대한민국을 원더걸스를 빼놓고 이야기하긴 어려울 것 같다. 중독성 강한 후렴구와 곡 전체에 흐르는 ‘... 대중문화 속에서 벌어지는 여성혐오 시사IN 편집국 배드 걸 굿 걸수전 J. 더글러스 지음, 이은경 옮김, 글항아리 펴냄2010년 JYP 소속 걸그룹 미쓰에이가 내놓은 노래 ‘배드 걸 굿 걸’은 “말로만 남자다운 척할 남자 말고/ 날 불안해하지 않을 남잔 없나요”라고 노래했다. 예쁘고 섹시한 건 좋지만 헤퍼 보이면 안 된다고 여기는 이중적인 남성들의 시선을 비판했다. 그리고 6년 뒤 같은 소속사의 트와이스는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