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긁는’ 창법의 성진 그 목소리의 힘
  • 김윤하 (대중음악 평론가)
  • 호수 654
  • 승인 2020.04.03 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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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IN 양한모

아이돌이자 록밴드 데이식스의 리더 성진은 아이돌 하면 흔히 떠올리는 ‘예쁘장한’ 이미지와 한참이나 거리가 멀다. 그의 일거수일투족은 남쪽 사람 특유의 선 굵은 이목구비에서 시작해 서울에 온 지 10년 됐지만 아직 고치지 못한 걸쭉한 경상도 사투리로 완성된다.

목소리도 그렇다. 드럼 도운을 제외한 모든 멤버가 돌아가며 보컬을 담당하는 팀에서 성진의 파트는 언제나 테스토스테론 한 스푼이 결정적으로 필요한 순간이다. 메인 보컬답게 선이 굵고 허스키한 그의 목소리는 풋풋한 청춘을 그리는 멤버들의 맑고 촉촉한 미성이 만드는 느슨한 포물선의 한가운데 극단적인 감정의 진폭을 덜컥 그려낸다.

그런 성진의 목소리가 타고난 게 아니라는 것은 들을 때마다 낯선 사실이다. 가요제나 오디션 등 각종 과거 영상에서 들리는 그의 목소리는 미성에 가까운, 굳이 따지자면 록보다는 오히려 팝 R&B 장르에 가깝다. 그는 10대 시절부터 실용음악학원을 다니며 전국에서 열리는 다양한 청소년 가요제의 문을 두드렸다. 고등학교 2학년 때인 2009년 참가한 ‘친친 가요제’가 그의 운명을 바꿔놓았다. 이 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하며 지금의 JYP 연습생으로 캐스팅되었기 때문이다.

여기까지만 보자면 흔히 말하는 실용음악과 출신 메인 보컬의 가요계 데뷔 스토리에 가깝다. 성진의 경우 이어지는 전개가 전혀 달랐다. 아이돌 그룹의 메인 보컬이나 솔로로 데뷔하는 것이 자연스러워 보였던 3년 차 연습생 앞에 뜻밖의 도전장이 떨어졌다. 5LIVE라는 밴드 형태의 그룹과 타악기인 젬베, 카혼 연주였다. 리듬을 다루며 노래하는 쉽지 않은 퍼포먼스에 조금씩 익숙해질 때쯤, 또 다른 과제가 다시 한번 주어졌다. 이번에는 기타였다. 기타를 메고 스탠딩 마이크 앞에서 노래하는 것이 당연해진 2015년 여름, 성진은 비로소 지금의 데이식스로 데뷔할 수 있었다.

데이식스는 대형 기획사의 이름을 등에 업은 아이돌 밴드로 데뷔했지만 방송활동을 자제한 채 홍대에 위치한 클럽이나 버스킹 등을 통해 차근차근 인지도를 쌓아갔다.

2017년 그런 그와 밴드가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는 기회이자 도전이 찾아왔다. 한 해 동안 매달 신곡을 발표하고 단독 콘서트를 여는 대장정, ‘에브리 데이식스 프로젝트(Every DAY6 Project)’였다.

베테랑 아티스트도 성공하기 쉽지 않은 이 성실한, 동시에 하드코어한 프로젝트는 밴드와 성진의 성장을 동시에 이끌었다. 탄탄한 기본기를 바탕으로 감정의 진폭을 조절하는 방법도, 특유의 ‘긁는’ 창법도 하루가 다르게 능숙해졌다. ‘예뻤어’ ‘놓아 놓아 놓아’ 같은 팀을 대표하는 록발라드 곡은 물론이고 ‘Shoot Me’ ‘어쩌다 보니’처럼 록의 장르적 문법에 충실한 곡에서도 성진의 목소리는 뜨겁게 울리고 깊게 빛났다. 짧지 않은 시간 단련된 그의 목소리가 전하는 울림의 근원은 처음도 지금도 단 하나다. 우리가 듣고 있는 이 노래가 밴드 음악이 존재한 이래 끝없이 이어져온 진심의 한 갈래라는 것, 의심할 여지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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