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식스 멤버. 왼쪽부터 원필, Jae, Young K, 도운, 성진. ⓒJYP엔터테인먼트 제공

취미라고 쓰지 않고 취향이라고 쓰면 왠지 조금 다르게 느껴진다. 추측하건대 취미는 구체적인 무언가를 가리킨다. 반면 취향은 좀 추상적이다. 음악으로 예를 들어볼까. 나에게는 취미가 하나 있다. LP라고도 부르는 바이닐(Vinyl)을 수집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걸 취향이라고 칭하지는 않는다. 내 취향은 글쎄, 내 취향에 맞는 음악 듣기가 아닐까 싶다. 내 취향에 맞는 책을 읽거나 취향 저격 게임을 하는 것 역시 내 취향이다. 말장난하려는 게 아니다. 취향은 표현하기 참 난감한 단어다. 사전을 펼쳐본다.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방향. 또는 그런 경향”이라고 적혀 있다. 이에 따르면 취향은 일정한 방향성을 지닌다. 과연 그렇다. 게다가 취‘향’에서의 ‘향’은 방향을 뜻하는데 이 ‘향’과 ‘향기’할 때의 ‘향’은 왠지 그리 멀지 않아 보인다.

우리는 습관적으로 말한다. 좋은 취향을 가진 사람에게서 좋은 향기가 난다는 식의 생각을 할 때가 없지 않다. 도리어 잦다. 우리는 모두 세련된 취향을 갖고 싶어 한다. 그 취향을 통해 자신이 젊어 보이길 원하는 사람 역시 많다. 한데 이런 취향, 대체 어떻게 해야 생기는 것인가 말이다.

나는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매우 부족한 사람이다. 따라서 내가 좋은 취향을 가졌는지 개똥같은 취향을 가졌는지 확언할 수 없다. 그럼에도, 확실하게 쓸 수 있는 게 있다면 취향이라는 게 자연발생적이라는 믿음,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는 거다. 취향은 자연발생적이기도 하지만 계발해야 하는 것이기도 하다. 심지어 약간의 강제가 동반되어야 할 순간도 더러 있다.

예를 들어본다. 당신은 지금 뭘 좋아하는지 모르고 있는 상태다. 그런 와중 ‘취향느님’께서 갑자기 강림하셔서 “이게 바로 네 취향이니라” 하는 경우는 흔히 나타나는 현상이 아니다. 그런 때를 기다릴 시간에 억지로라도 뭘 하는 게 더 나을 수 있다는 얘기다. 실패할 수도 있다. 그런데 실패하면 또 어떤가. 미술 관람이 아무리 노력해도 지루하다면 음악으로 갈아타면 된다. 음악 듣기가 영 별로라면 영화로 환승하면 그뿐이다. 그러면서 찾아가는 거다.

마음에 드는 곡 몇 개는 있을 것이다

얼마 전 흥미로운 자료를 하나 봤다. ‘Z세대의 팬 비율이 특히 높은 뮤지션/밴드’라는 자료였다. 리스트를 쭉 보면서 무엇보다 먼저 든 감정은 안도였다. 내가 진행하는 〈배순탁의 비사이드〉에서 이미 소개한 경우가 3분의 2는 되었기 때문이다. 톱 5까지의 아티스트 이름을 여기 적는다. 순서대로 데이먼스 이어(Damons Year), 데이식스(Day6), 더 발룬티어스(The Volunteers), 예빛, 경제환이다. 내가 애정하는 윤지영과 루시(Lucy), 아이묭(Aimyon)은 각각 6위, 8위, 10위에 올랐다.

데이식스와 더 발룬티어스는 지면을 통해 이미 극찬한 바 있다. 위 리스트가 낯설다면 한번 도전해보길 권한다. 스트리밍 사이트에서 인기 많은 곡만 골라 들어봐도 충분하다. 마찬가지로 장담할 수 있다. 비록 억지로 하는 과정일지라도 그 안에 마음에 쏙 드는 곡 몇 개는 있을 것이다. 딱 하나만 명심하면 된다. 좋은 음악이 넘쳐나는 건 예전이나 지금이나 똑같다는 사실이다.

기자명 배순탁 (음악평론가)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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