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싱글 ‘이지 온 미’를 발표한 싱어송라이터 아델. ⓒ소니 뮤직 엔터테인먼트 코리아 제공

아델이 돌아왔다. 10월15일 공개된 아델의 새 싱글 ‘이지 온 미(Easy On Me)’는 뜨거운 반응 속에 벌써부터 기록 수립을 알렸다. ‘이지 온 미’로 아델은 스포티파이 기존 기록을 깼고, 유튜브 조회수는 단 이틀 만에 6000만 회 이상을 찍었다. 과연, 국경마저 뛰어넘는 메가 스타다운 행보다.

현재의 흐름에 비춰볼 때 ‘이지 온 미’는 뭐로 보나 예외적인 싱글이다. 아니, 아델이라는 뮤지션 자체의 존재감이 쭉 그래왔다. 빌보드가 지적했듯이 근 몇 년 새 빌보드 차트의 가장 큰 추이는 ‘느린 템포 히트곡’의 꾸준한 감소다. 확실히 그렇다. 나는 매주 빌보드 차트를 빠짐없이 준비해야 하는 직업을 갖고 있다. 바로 MBC 라디오 〈배철수의 음악캠프〉에서 빌보드 차트를 꾸준히 소개하기 때문이다. 돌이켜봐도 가슴 아픈 발라드 형태의 곡조가 히트한 경우는 지난 몇 년간 매우 드물었다. 대부분이 댄스 팝 아니면 힙합이었다.

게다가 아델은 곡이나 음반을 발표하는 주기가 늦은 편에 속하는 뮤지션이다. 예정대로라면 이 곡이 실릴 4집 〈30〉은 무려 6년 만의 신보가 된다. 발매 기간이 갈수록 짧아지고, 심지어 리믹스를 통해 끊임없이 노래를 쏟아내면서 ‘항시 접속 상태’를 유지하는 경향을 고려하면 가히 현대 대중음악의 반역자라고 할 수 있을 수준이다.

한마디로 아델은 전통을 수호하는 뮤지션이다. 커리어를 통틀어 그는 단 한 번도 과격한 실험을 하거나 음악의 방향성을 낯설게 가져간 적이 없다. 그저 꾸준히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발라드-솔(soul)’ 형식을 고집했다. 요컨대 그의 음악이 겨냥하는 목표는 현재인 동시에 과거다. 우리는 그에게서 대중음악 역사에 위대한 발자취를 새긴 거인들의 그림자를 본다. 그러면서도 아델은 단지 올드팬만이 아닌 거의 전 세대를 아우르는 보편성을 발휘한다.

신곡 ‘이지 온 미’ 역시 마찬가지다. 이 노래에는 별다를 게 없다. 그저 아델이 기왕에 해왔던 것을 되풀이했을 뿐이라고 정의해도 무방하다. 인터뷰에 따르면 레퍼런스가 되어준 거인은 마빈 게이였다. 그중에서도 대표작이라 할 〈와츠 고잉 온(What’s Going On)〉이 지대한 영향을 줬다고 한다.

이해해주렴, 내 인생의 우여곡절을

꼭 짚고 넘어가야 할 포인트가 있다. 1960~1970년대 솔을 지향하면서도 아델은 그와는 결이 다른 음악을 들려준다는 거다. 적시하면 아델의 음악은 솔임에도 농도가 그리 진하지 않다. 어쩌면 팝이다. 하지만 이게 바로 그가 엄청난 스타덤에 오를 수 있었던 비결임을 부인할 수 없다. 그는 팝이 무엇인지를 본능적으로 이해하고 있는 싱어송라이터다.

‘이지 온 미’는 해석하면 ‘이해해주렴’ 정도 된다. 신보를 완성하기까지 아델의 인생에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이혼을 경험했고, 암으로 아버지를 잃었다. ‘이지 온 미’는 그 와중에 상처받았을 아들에게 이해해달라는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이지 온 미’가 아델의 최고작은 아닐 것이다. 나는 지금 당장 이 곡보다 좋은 아델의 노래를 여럿 댈 수 있다. 그럼에도 (확언할 수는 없지만) 곡의 완성도와는 거의 무관하게 ‘이지 온 미’와 4집은 대성공을 거둘 것이다. 확실히 그렇다. 대중음악의 역사를 살펴보면 음악을 넘어 하나의 현상으로 시대를 풍미한 경우를 종종 만난다. 그러면서도 아델은 시대를 역주행하는 방식으로 단독자 지위에 우뚝 선다. 이거 참 흥미로운 역설이다.

기자명 배순탁 (음악평론가)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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