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병 재난의 비용 이들에게 더 무거웠다 김연희 기자 코로나19는 이제 익숙함을 넘어 지겹기까지 한 이름이다. 지난 3년간 감염의 위협은 공기처럼 사회를 메웠고 각종 방역 지침은 모두의 삶을 옥죄었다. 겨우 마스크를 벗고 식당이든 상점이든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게 된 2023년. 이제 팬데믹의 시간은 되돌아보고 싶지 않은 과거이다. 3년간 지긋지긋하게 겪어왔으니 그다지 새로울 것도 없는 이슈다.그런데 여기 이런 삶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가? 보육원 같은 사회복지시설에서 생활하며 코로나19 유행 시기를 보낸 어린이와 청소년들의 삶 말이다. 감염 예방을 위해 방역 당국에서 내려온 대응 노년내과 의사가 말하는 느리게 나이 드는 법 김연희 기자 여기 아찔한 숫자가 있다. 현재 한국의 노인 돌봄은 50~60대가 거동이 불편해진 80대 이상 부모뻘 세대를 보살피고 간병하는 형태이다. 2022년 기준, 60대 인구(약 720만명)가 80대 이상 인구(약 220만명)보다 월등히 많지만 돌봄 인력을 구하고 돌봄 비용을 부담하는 일은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다. 앞으로 60년 뒤 지금 20대가 80대에 접어드는 2082년으로 가면 정말로 문제가 심각해진다. 약 670만명인 20대 대부분이 80세 이상까지 생존할 텐데 그때 가서 돌봄을 제공할 핵심 연령층인 0~9세 인구는 절반 수준(36 책을 도둑맞자 서점 문이 열렸다 [기자의 추천 책] 김연희 기자 에이제이(A. J.) 피크리의 인생은 가망이 없어 보였다. 그는 앨리스섬에 있는 유일한 서점이자, 문학도서를 주로 취급하는 아일랜드 서점의 주인이다. 영문학 전공자인 에이제이가 섬에 서점을 차린 건 아내 니콜 때문이다. 대학에서 만난 니콜은, 까칠하고 괴팍하며 소설 중에서도 단편을 최고로 치는 에이제이에게 연인이자 친구이자 동업자였다. 앨리스섬은 니콜의 고향이었다.소설이 시작되는 시점에 니콜은 이 세상 사람이 아니다. 그는 1년 반 전에 자동차 사고로 사망했다. 홀로 서른아홉 살이 된 에이제이의 유일한 낙은 책 〈태멀레인〉을 맞은편 “정치가의 말이 실패할 때, 민주주의는 실패한다” 김연희 기자 책은 이렇게 시작한다. ‘권위주의자의 실패는 힘을 잘못 사용한 것에서 비롯된다.’ 그리고 대조되는 문장으로 이어진다. ‘민주주의자의 실패는 말을 잘못 사용하는 것에서 비롯된다.’ 왜? ‘민주주의는 말의 힘과 설득의 방법이 우선인 체제’이고 ‘시민의 적극적 동의’를 기반으로 삼는 체제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책은 확고하게 정의 내린다. ‘정치가는 말하는 사람’이다. ‘말밖에 가진 게 없지만, 말로 변화를 일궈가는 사람’이다.박상훈 정치발전소 학교장(정치학 박사)은 부단히 시민들과의 접점을 모색해온 정치학자이다. 선거나 인물, 전망 등 밤하늘에 보이는 달, 그곳에 다누리가 있다 김연희 기자 지난 연말, 지구 밖에서 소식 하나가 전해졌다. 약 38만㎞를 날아온 낭보였다. 지난해 12월27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한국 최초 달 탐사선 다누리가 달 궤도 진입에 최종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1월3일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은 다누리가 달 상공 약 300㎞ 지점에서 찍은 사진을 공개했다. 월면 너머로 떠오르는 지구가 찍힌 이 사진은 마치 다누리가 우리 행성에 보내는 새해 인사처럼 보인다.지난해 8월5일 지구를 출발한 다누리는 4개월 반 동안 594만㎞를 비행해 달에 도착했다. 놀랍도록 순조로운 항행이었다. 한 천문학자는 반쯤 농 건강보험 개혁하겠다는 윤석열 정부, 무엇을 놓치고 있나 김연희 기자 장면 1. 국무회의2022년 12월13일 국무회의는 여러모로 눈여겨볼 지점이 있다. 5월 정권 출범 이후 ‘자유’라는 모호한 방향성만 되풀이하던 윤석열 정부가 이 시기를 기점으로 본격적인 ‘정책 드라이브’에 시동을 걸었다. 이틀 후인 12월15일 국민과의 대화 형식으로 진행된 제1차 국정과제 점검회의에서는 노동·연금·교육 등 정권 초부터 예고했던 ‘3대 개혁’을 필두로 여러 국정 개혁이 어젠다로 전면에 부상했다.정책 행보를 걷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12월13일 국무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공격적으로 던진 의제는 건강보험 개혁이었다. 다누리, 드디어 달에 도착했다 [기자들의 시선] 김연희 기자 이 주의 도착밤하늘에 달이 보이는가. 그렇다면 당신은 다누리도 바라보고 있는 셈이다. 한국 첫 달 탐사선 다누리가 2022년 12월27일 목표했던 달궤도에 최종 진입했다. 같은 해 8월5일 지구를 떠난 다누리는 145일 동안 594만㎞를 비행해 달에 도착했다. 지구와 달 사이 거리는 약 38만㎞이지만 다누리는 태양과 지구, 달의 중력을 이용해 연료 소모를 줄이는 ‘탄도형 달 전이(BLT)’ 방식을 택해 먼 길을 돌아갔다. 12월17일 예정대로 달 중력에 포획된 다누리는 달 상공 약 100㎞에서 두 시간마다 달을 한 바퀴 도는 현재 코로나의 내리막길에서 떠오르는 얼굴들 [프리스타일] 김연희 기자 취재 당시에는 강렬하지 않았지만 오래 기억에 남는 사람들이 있다. A 요양원의 B 시설장이 그랬다. 올해 3월 코로나19 집단감염이 퍼진 요양시설에 왕진을 나가는 의료팀을 동행 취재했다. A 요양원은 의료팀을 따라 방문했던 요양시설 중에서 가장 성심껏 어르신들을 돌본다는 인상을 받았던 곳이다.B 시설장은 의료팀을 맞이하기 위해 요양원 앞마당까지 나와 있었다. 헐렁한 바람막이 점퍼를 걸치고 있던 것 같다. 마스크 뒤로 약간은 얼빠진 듯한 표정이 눈에 들어왔다. 그는 첫 확진자가 생긴 이래로 하루 24시간을 비상 태세로 지내고 있었다. 희생 피하기 어려운 ‘위드 코로나’ 다리 앞에 선 중국 김연희 기자 중국이 드디어 코로나의 강을 건너는 걸까. 2022년 전 세계는 부단히 일상을 되찾아갔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풀리고, 국경이 열렸다. 중국만은 예외였다. 감염자 한 명도 허용할 수 없다는 기조 아래 극단적인 고강도 방역 정책을 3년째 고수해왔다. 다른 나라들이 ‘위드 코로나’의 영토로 넘어갔다면 중국은 홀로 강 건너편의 ‘제로 코로나’ 대륙에 남아 있었다. 12월 들어, 철통같던 중국의 코로나19 대응 태세에 전향적 변화가 찾아왔다. 베이징, 상하이, 톈진 등 지방정부에서 방역 수위를 낮췄다는 뉴스가 속속 전해졌다. 12월7일에는 “우리는 ‘닥터 파우치’를 믿습니다” 김연희 기자 2020년 3월20일 백악관 기자회견은 ‘닥터 파우치’를 언급할 때 자주 등장하는 일화이다.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은 말라리아 치료제인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이 코로나19에도 효과가 있다며 근거 없는 찬사를 퍼트리고 다녔다. 그날 브리핑에서도 트럼프 전 대통령은 “(말라리아 약이) 게임체인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날 앤서니 파우치(82) 미국 국립알레르기감염병연구소 소장은 대통령을 바로 옆에 두고 이렇게 발언했다. “제 답은 그렇지 않다는 겁니다. 말라리아 약은 (코로나19 치료제로) 제대로 된 임상시험을 하지 않았습니다.”비 코로나19가 바꿔놓은 한국 어린이들의 기쁨과 슬픔 김연희 기자 어린이들에게 코로나19 유행은 어떤 시간이었을까? 팬데믹이 아동의 삶에 끼친 영향은 보건의료적 영역을 훌쩍 뛰어넘는다. 유행 상황에 따라 학교 문이 열리고 닫히길 반복하면서 아이들의 일상은 출렁거렸다. 등교뿐만 아니라 정서적·신체적 성장을 뒷받침하는 여러 활동이 중단되었다. 팬데믹은 아동들의 삶을 구성하는 조건이 크게 뒤바뀌는 기간이었다.‘코로나19 팬데믹과 아동 삶의 질에 관한 연구’라는 163쪽 분량의 보고서가 있다. 서울대학교 사회복지연구소(연구 책임자 유조안 교수)와 세이브더칠드런이 2021년 7~8월 설문조사를 진행해 지난 코로나19 걸렸던 사람 백신 또 맞아야 하나? 김연희 기자 동절기 코로나19 백신 추가접종이 10월27일부터 시작됐습니다. 이번 예방접종에는 오미크론 변이를 타깃으로 한 ‘개량백신(2가 백신)’이 활용됩니다. 코로나19 백신을 2~3회 맞았거나, 코로나19에 걸렸던 사람들이 이제 인구의 대다수를 차지합니다. 개개인의 입장에서 추가접종을 할지 말지는 더 까다로운 질문이 되었지요.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유행이 일상화 단계에 접어든 만큼 겨울철을 앞두고 해마다 진행되어온 ‘독감 예방접종’의 경험을 참고하라고 조언했습니다. 여러 궁금증을 모아 일문일답으로 풀어봤습니다.Q 개량백신(2가 백신)은 무 팬데믹에 헌신했지만 돌아온 것은 심각한 적자, 공공병원의 위기 김연희 기자 코로나19 대응의 첫머리부터 공공병원이 있었다. 2020년 1월20일 국내 코로나19 첫 번째 확진자는 인천의료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그 무렵 중국 우한에서 한국으로 이송된 교민들을 검사하고, 의심 환자들을 선별하는 일에는 국립중앙의료원 의료진이 투입되었다. 2020년 3월부터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지정된 의료기관 중 절대다수가 지방의료원이었다(〈그림 1〉 참조).한국은 전체 의료기관 대비 공공병원 수가 5%에 그칠 정도로 공공병원 비중이 적은 나라다. 그러나 팬데믹 기간 공공병원의 역할은 규모를 훌쩍 뛰어넘었다. 코로나19 환자 “지금이 공공병원에 주어진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르겠다” 김연희 기자 국립중앙의료원 주영수 원장은 요즘 공개적인 자리에서 마이크가 주어질 때마다 지금이 공공병원을 회복시킬 “마지막 기회”라는 말을 한다. 코로나19 유행이 누그러지며 전담병원에서 해제된 공공병원들이 경영상 어려움에 처해 있다. 당장은 병상 가동률, 외래환자 수 등이 코로나19 이전으로 회복되지 않는 것이 문제이지만 사실 공공병원은 팬데믹 내내 조금씩 조금씩 훼손되고 있었다. 공공의료에 전문성을 지닌 예방의학자로서 2020년 8월 국립중앙의료원에 합류한 주영수 원장의 지난 경험에는 이번 감염병 위기를 계기로 공공병원이 남겨야 할 것, 버 팬데믹의 끝, 이제 진짜 우리가 할 일이 남았다 [프리스타일] 김연희 기자 얼마 전 다녀온 일본 출장에서 함께 취재를 다닌 통역가 H는 20년 가까운 경력을 가진 베테랑이었다. 도쿄 시내와 교외 지역을 연결하는 전철을 타고 이동하던 길, 그동안 통역을 맡았던 취재와 방송 프로그램, 다양한 분야의 답사에 대한 얘기를 들었다. 유창한 일본어 실력에 더해 자기 일처럼 성심껏 취재를 거드는 태도를 일정 내내 접하면서 그가 ‘잘나가는’ 통역가였으리라는 사실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었다.예정돼 있던 취재를 모두 마치고 작은 뒤풀이를 겸해 우동집에서 저녁 식사를 할 때였다. 어깨를 짓누르던 부담감을 잠시 내려놓고 팬데믹 3년 차인 올해 3만7000명 더 숨졌다 김연희 기자 팬데믹 3년 차에 접어든 2022년, 한국의 초과 사망자가 대폭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사망 통계를 분석한 결과 예년에 비해 약 4만명이 더 많이 숨졌다. 10월5일 국립중앙의료원이 개최한 토론회에서 김명희 정책통계지원센터 센터장은 ‘코로나19 재유행 대비:초과 사망을 예방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주제로 이 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질병관리청과 통계청의 집계를 바탕으로 코로나19 유행 기간 전체에 걸쳐 국내 초과 사망자 규모를 구체적으로 파악한, 가장 최신의 분석 자료가 공개된 것이다. ‘초과 사망’은 특정 시 [기자들의 시선] 카카오 복구 상황을 왜 정부에서? 김연희 기자 이 주의 재난문자10월17일 오전 9시1분 전 국민의 휴대전화로 “[과기정통부] 카카오톡 메시지, 카카오T, 카카오내비 주요 기능의 이용에 불편이 없습니다. 메일·검색 등 복구 중입니다. 상세 내용은 카카오톡 상단에서 확인 가능합니다”라는 안전 안내 문자가 발송되었다. 10월15일 데이터센터 화재로 이틀 넘게 서비스 장애가 발생한 카카오의 복구 상황을 정부에서 대신 알려준 것.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국민 불편을 최대한 줄이고자 행정안전부에 협조를 요청해 가장 빨리 전달되는 수단인 재난 문자를 보내게 됐다”라고 밝혔다.이 주의 천연기 [코로나 대응, 현장을 가다] “팬데믹이 세대 간 복지 계약을 시험했다” 웁살라·김연희 기자 요아킴 팔메 웁살라 대학 교수(정치학과)요아킴 팔메 웁살라 대학 교수(정치학과)는 복지국가와 사회보장제도 연구의 대가이다. 감염병 위기에서 복지 시스템의 역할과 이후 과제를 다루는 국제적 학술 논의를 할 때 주요한 자리를 차지하는 학자 중 한 사람이다. 2021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보건·복지 정책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한 심포지엄에서는 기조연설을 맡기도 했다. 9월19일 웁살라 대학 연구실에서 팬데믹 기간에 스웨덴의 복지제도가 어떻게 활용되었는지 물었다.2020년 ‘스웨덴 모델’은 전 세계적으로 논쟁거리가 되었 [코로나 대응, 현장을 가다] 스웨덴의 노인들은 어떻게 팬데믹을 지나왔을까 스톡홀름·김연희 기자 마르타 세베헬뤼 스톡홀름 대학 명예교수2020년 코로나19 유행 초 스웨덴의 노인요양시설에서는 큰 피해가 발생했다. 전체 코로나19 사망자 중 45%가 시설 입소자였다. 이러한 초기 데이터는 독자적인 방식을 택한 ‘스웨덴 모델’을 도마 위에 오르게 했다. 마르타 세베헬뤼 스톡홀름 대학 명예교수는 1980년부터 고령자 시설과 노인 돌봄, 이와 연관된 사회정책을 연구해온 사회복지 분야의 석학이다. 코로나 위원회는 2020년 12월 ‘팬데믹 기간 노인 돌봄 전략’을 평가한 1차 보고서를 발표했는데 세베헬뤼 교수는 이 보고서의 참고 자료가 [기자의 추천 책] 우리에게 달은 어떤 의미인가 김연희 기자 한국형 달 탐사선 다누리를 발사할 즈음에 관련 기사를 쓴 뒤로 가끔 다누리 특별 페이지에 들어가서 위치를 찾아본다(www.kari.re.kr/kplo). 10월2일 기준 다누리는 지금까지 170만㎞를 날았으며 앞으로 74일을 더 가야 달에 도착한다. 새카만 우주를 홀로 헤치며 달로 향하는 다누리를 떠올리면 어쩐지 내 마음도 차분해진다. 평소에는 그다지 쓸 일이 없었던 감각과 사고의 어느 부위가 간질거린다.이 책은 다누리 발사를 앞두고 출판되었다. 대중과학 양서를 꾸준히 선보이는 ‘동아시아’ 출판사에서 이런 기회를 그냥 흘려보낼 수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