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제이(A. J.) 피크리의 인생은 가망이 없어 보였다. 그는 앨리스섬에 있는 유일한 서점이자, 문학도서를 주로 취급하는 아일랜드 서점의 주인이다. 영문학 전공자인 에이제이가 섬에 서점을 차린 건 아내 니콜 때문이다. 대학에서 만난 니콜은, 까칠하고 괴팍하며 소설 중에서도 단편을 최고로 치는 에이제이에게 연인이자 친구이자 동업자였다. 앨리스섬은 니콜의 고향이었다.
소설이 시작되는 시점에 니콜은 이 세상 사람이 아니다. 그는 1년 반 전에 자동차 사고로 사망했다. 홀로 서른아홉 살이 된 에이제이의 유일한 낙은 책 〈태멀레인〉을 맞은편에 두고 와인을 퍼마시다 곯아떨어지는 것이다. 그러면 꿈결처럼 등장한 니콜은 “아주 독실한 알코올중독자”가 되었다고 핀잔을 주며 에이제이를 침실까지 부축하고 그의 이마에 입을 맞춘다. 그날 밤도 마찬가지였다. 눈을 떠보니 〈태멀레인〉이 사라졌다는 것 빼고는.
〈태멀레인〉은 1827년 출간된 에드거 앨런 포의 시집이다. 에이제이에 따르면 이 시집은 “형편없는 쓰레기”이지만 단 50부밖에 찍지 않은 희귀 판본으로 경매에서는 40만 달러를 호가했다. 니콜이 떠난 후, 아일랜드 서점의 매출은 점점 기울었다. 사정이 나아지지 않으면 〈태멀레인〉을 팔아 그 수익금으로 먹고산다는 것이 에이제이의 계획이었다.
인생에 남은 유일한 희망이었던 〈태멀레인〉을 도둑맞으면서 에이제이가 고집스럽게 쥐고 있던 세계에 불청객이 하나둘 끼어든다. 예기치 않게 벌어진 틈새로 경관 램비에이스가 고개를 내밀고, ‘아이가 책을 좋아하는 사람으로 자라기를 바란다’는 쪽지와 함께 두 살배기 아기 마야가 찾아오고, 출판사 영업사원 어밀리아가 우당탕탕 책 더미를 무너트리며 아일랜드 서점의 문을 연다. 물론 그때마다 에이제이는 질색팔색 진저리를 치지만 책과 서점은 결코 그를 고립된 섬으로 남겨두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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