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메 교수는 “팬데믹이 세대 간 복지 계약을 시험했다”라고 말했다. ⓒ시사IN 김연희

요아킴 팔메 웁살라 대학 교수(정치학과)

요아킴 팔메 웁살라 대학 교수(정치학과)는 복지국가와 사회보장제도 연구의 대가이다. 감염병 위기에서 복지 시스템의 역할과 이후 과제를 다루는 국제적 학술 논의를 할 때 주요한 자리를 차지하는 학자 중 한 사람이다. 2021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보건·복지 정책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한 심포지엄에서는 기조연설을 맡기도 했다. 9월19일 웁살라 대학 연구실에서 팬데믹 기간에 스웨덴의 복지제도가 어떻게 활용되었는지 물었다.

2020년 ‘스웨덴 모델’은 전 세계적으로 논쟁거리가 되었다. 복지국가로 유명한 스웨덴에서 대규모의 코로나19 사망자가 나왔다는 점에 많은 이들이 놀랐다.

지금 시점(2022년)에서 스웨덴의 인구당 코로나19 사망자 수를 돌아보면 유럽 평균보다 낮은 수준이다. 질문 취지에 적당한 답을 찾으려면 다른 노르딕 국가(노르웨이·핀란드·덴마크)와 비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국가들에 비해서는 스웨덴의 사망률이 더 높다. 나머지 노르딕 국가의 코로나19 사망률은 국제적인 수준에 비춰봐도 낮은 편이다. 노르딕 국가들은 모두 탄탄한 사회보장제도를 갖추고 있다. 따라서 스웨덴이 팬데믹에서 겪은 피해가 복지 시스템의 결함에서 비롯되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다른 노르딕 국가와 스웨덴을 가른 차이는, 방역을 위해 시민들에게 가해진 제한 조치들의 범위와 강도라고 생각한다.

스웨덴의 사회보장제도는 코로나19 대응에서 전반적으로 어떤 역할을 했나?

아주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 점은 스웨덴의 코로나19 대응을 조사하고 평가한 ‘코로나 위원회’의 보고서에서도 강조되었다. 팬데믹 기간, 시민들을 보호하기 위한 기존 제도들이 더욱 확대되었다.

한국에서는 코로나19 유행을 거치며 ‘아프면 쉴 수 있는 권리’에 대한 얘기가 종종 나왔다. 스웨덴은 ‘상병수당’ 제도가 정착돼 있는데 팬데믹 기간에 어떻게 쓰였나?

스웨덴에서는 몸이 아파 일하지 못하는 기간에 상병수당으로 급여의 80% 정도를 받을 수 있다. 팬데믹 기간 코로나19에 걸려 출근하지 못하고 집에 있는 사람들에게 이 상병수당 제도가 적용되었다. 본래는 휴직 첫날에 해당하는 수당은 지급되지 않았다. 상병수당이 남용되는 것을 막기 위한 장치였는데 코로나19 기간에는 신청한 첫날부터 상병수당이 지급되도록 한시적으로 제도가 변경됐다.

이는 특히 노인요양시설 종사자들에게 주요한 역할을 했다. 노인요양시설 종사자들 중에는 ‘0시간 계약’ 형태의 직원들이 많다. 이들은 한 시설에서 아주 단기간 근무한다. 그게 단 하루인 경우도 있다. 만약 몸이 아픈 첫날부터 상병수당이 지급되지 않는다면 이런 직원들은 코로나19 증세가 있더라도 돈을 벌기 위해 출근할 것이다. 상병수당은 기본적으로 아픈 노동자의 소득을 보장하는 제도이지만 팬데믹 동안 감염자가 집에 머물며 바이러스를 퍼트리지 않게 하는 효과도 있었다.

스웨덴에서는 자녀가 아플 경우 부모가 ‘자녀돌봄휴가(VAB)’를 쓸 수 있다. ⓒ시사IN 김연희

출근하지 못한 직원의 일은 누가 대신하나?

코로나19 기간 인력 공백이 계속 문제가 되었다. 특히 병원이나 요양시설에서는 코로나19에 걸려 출근하지 못한 동료의 자리를 메우기 위해 남은 의료진이나 직원들에게 큰 부담이 가해졌다.

‘자녀돌봄휴가(VAB)’ 제도가 있다고 들었다. 코로나19에 걸려서 아이가 학교에 가지 못하면 부모도 출근하지 않는다고 하던데.

그 제도는 1970년대부터 운영되었다. 50년 가까이 그 시스템을 유지하고 있었던 셈이다. 스웨덴에서는 코로나19 이전부터 아이가 기침을 하거나 감기나 독감 증세를 보이면 학교에 보내지 않았다. 아이가 등교하지 않는 동안 부모도 집에 머물면서 아이를 돌본다. 그 기간에는 자녀돌봄휴가를 통해서 정부로부터 임금이 보장된다(원 임금의 80% 수준). 이 제도는 원래도 스웨덴 사회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했는데 팬데믹을 겪는 동안 그 이점이 더욱 커졌다.

선뜻 머리에 그려지지 않는다. 그런 제도가 어떻게 가능한가?

다른 나라에서 온 사람들에게 이 질문을 여러 번 받았다. 아이를 낳고 키우는 일에는 마찰의 여지가 가득하다. 예를 들어 부모는 직장생활을 위해서 아이가 조금 몸이 좋지 않을 때도 어린이집에 보내기를 원할 수 있다. 하지만 어린이집 교사에게는 달갑지 않은 일이다. 그 사이에서 마찰이 생긴다. 직장과 육아, 가정 사이에서 삶을 조율하는 방식에 적응해야 한다. 스웨덴 가정이라면 오전에 아내가 근무하는 동안 남편이 육아를 하고, 오후에 남편이 일하는 동안 아내가 아이를 돌보는 식으로 할 수 있다.

당신은 ‘세대 간 복지 계약(The generational welfare contract)’이라는 개념에 대해 연구해왔다. 코로나19는 연령별로 사망률이 크게 차이 나는 감염병이다. 팬데믹 기간 ‘세대 간 복지 계약’이 작동했다고 보나?

복지국가를 크게 ‘아동친화적’ ‘노동친화적’ ‘노인친화적’ 모형으로 나눠볼 수 있다. 세대 간 복지 계약은 아동·노동·노인을 위한 시스템을 균형적으로 갖추려는 시도이다. 나는 팬데믹이 세대 간 복지 계약의 ‘스트레스 테스트(한계 시험)’ 구실을 했다고 본다. 스웨덴의 경우를 물어본다면 아동을 위해 학교 문을 닫지 않은 정책은 균형 잡혔지만 노인들을 보호하는 데에는 실패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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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웁살라·김연희 기자 다른기사 보기 uni@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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