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17일 도착한 스톡홀름 알란다 공항에서는 ‘백신접종 증명서’도 ‘코로나19 음성 확인서’도 요구하지 않았다. 유럽연합(EU) 회원국 국적자들이 서 있는 입국심사 줄이 비유럽연합 국적자들의 줄보다 빠르게 줄어든다는 정도의 특이 사항이 있었을 뿐이다. 유럽연합 전용 입국심사 창구 앞에서 자기 순서를 기다리던 한 영국 여성이 “맞다, 브렉시트!”라고 짧은 탄식을 내뱉더니 기자 뒤로 다시 줄을 섰다. 수하물을 찾아 공항과 스톡홀름 시내를 연결하는 고속열차를 타러 가는 동안 마스크를 쓴 사람은 점점 희박해졌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된 2020년. 스웨덴은 전 세계적인 논란의 대상이 되었다. 강도 높은 봉쇄(록다운) 조치에 들어간 주변 유럽 국가들과 달리 비교적 느슨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시행하고 학교 문을 닫지 않았던 스웨덴 방식은 여러 나라의 미디어를 통해 ‘집단면역 전략’이라고 소개되었다. 별다른 방역 조치 없이 바이러스가 사회에 퍼지도록 유도해 인구 집단의 면역수준을 높여 코로나19에 대응한다는 것이다. 유행 초기 스웨덴의 코로나19 사망률이 유럽 평균을 넘어서면서, 스웨덴 모델은 ‘검증되지 않은 집단면역 실험을 택해 시민들을 죽음으로 몰아넣는다’는 비난에 휩싸였다.
특히 노인요양시설에서 다수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이는 스웨덴의 코로나19 대응을 조사하는 독립기구인 ‘코로나 위원회(Corona Kommissionen)’가 꾸려지는 계기가 되었다. 코로나 위원회는 올해 2월까지 활동하며 팬데믹 기간 고령층 보호뿐만 아니라 의료·방역·교육·경제 등 다층적인 조사를 벌인 뒤 2020년 12월, 2021년 10월 그리고 2022년 2월, 세 차례에 걸쳐 보고서를 발표했다.
스웨덴은 왜 다른 방식으로 코로나19에 대응했을까? 정작 스웨덴 사회는 자신들의 방식을 어떻게 평가할까? 2020년 스웨덴 모델은 뜨거운 감자였지만, 사실 그 이후의 이야기는 별로 전해지지 않았다. 〈시사IN〉은 ‘세계의 코로나 대응, 현장을 가다’ 기획의 한 곳으로 9월17일부터 9월24일까지 스웨덴을 찾았다.
룬드 대학 의과대학의 요나스 비오르크 교수는 역학자이다. 코로나 위원회의 방역·의료 분야 조사에 참여했다. 당초 9월22일 룬드 대학 연구실에서 만남이 예정돼 있었으나 ‘줌미팅’ 프로그램을 이용한 화상 인터뷰로 계획을 변경해야 했다. 비오르크 교수가 코로나19에 걸려 학교에 나오지 못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화면에 비친 그는 상태가 괜찮아 보였다. 격리가 언제까지냐고 묻자 “아마 다음 주 월요일쯤에는 증상이 없어지고 출근이 가능하지 않을까 예상한다”라고 말했다.
집단면역이 아니라 ‘지속가능성’
스웨덴에서 처음부터 코로나19 확진자의 자가격리는 의무가 아니었다. 따라서 정해진 격리 기간도 없다. 다만 스웨덴 공중보건청은 코로나19에 걸리거나 의심 증상이 나타날 때는 타인에게 바이러스를 옮길 위험이 있으므로 증상이 사라질 때까지 되도록 집에 머물라고 일관되게 권고해왔다. 강제성이 없는 권고일지라도 비오르크 교수의 사례에서 보듯 이는 대체로 지켜졌다.
비오르크 교수는 스웨덴이 집단면역을 추구했다는 인식은 오해라고 말했다. “스웨덴 전략의 핵심은 강제적인 지침이 아니라 권고와 권유를 중심에 둔다는 것이었다. 봉쇄처럼 강제성을 띤 극단적 방식은 단기간에는 효과를 보지만 지속 가능하지 않기 때문이다. 방역 당국은 ‘코로나 증세가 있으면 집에 머물러주세요’ ‘70세 이상 고령층은 코로나19 고위험군이니 사회활동을 줄여주세요’ 같은 권고 사항을 지속적으로 알렸고 시민들의 자발성을 기대했다. 성공한 면도, 실패한 면도 있겠지만 기본적으로는 사회적 신뢰에 기반을 둔 전략이었다.”
팬데믹 1년 차였던 2020년 유럽 평균보다 나빴던 스웨덴의 코로나19 방역 지표는 2021년을 지나 개선되었다. 2022년 시점에서 돌아보면 스웨덴의 코로나19 누적 사망률, 초과 사망자 수 등은 유럽 평균보다 낮다. 공중보건청 국가역학자로 스웨덴 방역을 이끌었던 안데르스 테그넬 박사는 2021년 11월 〈파이낸셜타임스〉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팬데믹이 시작된 지 2년이 지났고 스웨덴은 (각종 통계에서) 더 이상 도드라지지 않는다. 우리가 최고는 아니지만 최악도 아니다. (다른 나라에서 시행되었던 ‘록다운’ 등) 엄격한 조치들이 누구에게 얼마나 도움이 되었나?”
현지 취재 과정에서 만난 전문가들도 한결같이 스웨덴이 추구한 것은 집단면역이 아니라 ‘지속가능성’이라고 말했다. 물론 평가는 단일하지 않다. 요아킴 팔메 웁살라 대학 교수(정치학과)는 “공중보건청이 코로나19 백신 개발 속도를 잘못 판단했다. 팬데믹이 지금보다 장기화될 거라고 보는 바람에 엄격한 조치들을 배제해 피해를 키운 측면이 있다”라고 다소 비판적으로 바라봤다. 반면 같은 대학의 헬레나 스발레뤼드 교수(노동경제학)는 “시민들을 성숙한 존재로 대한 것은 옳은 선택이었다.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면서 방역 지침들을 권고한 것은 정책의 수용성을 높였다”라고 말했다. 코로나 위원회는 2022년 발표한 최종 보고서에서 이렇게 밝혔다. “스웨덴이 택한 자발적 조치들은 적절했고 팬데믹 기간 시민들의 자유를 지켜주었다고 위원회는 판단한다. 하지만 (2020년 봄) 1차 유행 기간에 좀 더 광범위하고 신속한 개입이 취해졌어야 한다.”
팬데믹은 보건의료 위기만이 아니라 삶의 모든 측면에 영향을 미친 거대한 사건이다. 어디에 서서 이 사건을 바라보느냐에 따라 판단은 달라진다. 교육, 고령층 보호, 사회복지. 스웨덴의 코로나19 대응에서도 특수성이 뚜렷한 분야 전문가들의 인터뷰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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