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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리조나는 ‘분열 정치’의 성지

워싱턴·권웅 편집위원 2011년 01월 29일 토요일 제17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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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리조나 주는 선입견과 불용의 성지다.” 기퍼즈 의원 피격 사건이 터진 직후 클래런스 더프닉 애리조나 주 피마 군 경찰청장이 기자회견에서 개탄한 말이다. 애리조나 주는 지난해 5월 미국 내 50개 주 가운데 처음 불법 이민자로 의심되는 사람에 대해 불심검문을 할 수 있게 한 법안을 통과시켜 반이민 정서의 기폭제가 된 곳이기도 하다. 바로 이 문제의 주가 기퍼즈 의원 피격 사건을 계기로 다시 전국적 이슈로 떠올랐다.

애리조나 주는 멕시코와 바로 이웃한 탓에 예나 지금이나 히스패닉 불법 이민자 문제로 골치를 썩여왔다. 2008년 한때 최고 58만명으로 불어났던 불법 이민자는 현재 50만명 수준으로 줄었지만, 여전히 애리조나 주는 멕시코와의 기나긴 국경(사진) 때문에 불법 이민자들이 미국으로 월경할 수 있는 ‘단골 코스’로 꼽힌다. 특히 지난해 3월 멕시코 국경지대에서 대농장주인 로버트 크렌즈 씨가 아침 일찍 울타리를 손보러 나갔다가 불법 이민자의 총격으로 사망하면서 애리조나 주에선 반이민 정서가 급속히 퍼졌고, 급기야 두 달 뒤에는 불법 이민자를 불심검문·단속할 수 있는 권한을 담은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 같은 반이민 정서는 가뜩이나 독설적 정치문화가 강한 애리조나를 더욱 분열시켰다는 지적이다. 이런 정치문화 탓인지 몰라도 애리조나 주 출신의 라울 그리잘바 민주당 하원의원은 NBC 시사 프로그램에 나와 “애리조나는 주정부에서 지역사회에 이르기까지 많은 분열상과 각박한 정치의 진앙이다”라고 표현했을 정도다. 그 단적인 예가 1987년 당시 공화당 소속의 에반 메캄 주지사의 분열적 행태다. 그는 주지사 선거에 당선된 뒤 흑인 마틴 루터 킹 목사를 기념하는 종전의 유급 공휴일을 폐지해 주 공무원들의 반발을 샀고, 급기야 주 전역에 걸쳐 공무원들의 항의 집회를 촉발시킨 장본인이다.

   
ⓒXinhua
애리조나 주는 이런 지독한 정치 분열상 외에도 느슨한 총기 규제로 악명 높다. 실제로 주에서는 21세 이상이면 누구나 특별 허가 없이도 총기를 가지고 다닐 수 있다. 이번에 기퍼즈 의원을 쏜 러프너는 투산 시에서 한 번 장전해 30발을 쏠 수 있는 구경 9㎜짜리 글락 반자동 권총을 버젓이 구입했고, 바로 그 총을 이번 범행에 이용했다. 블룸버그 통신 보도에 따르면 이번 총기 사건이 벌어진 뒤 애리조나 주에서는 일일 권총 판매량이 오히려 60%나 증가했으며 특히 러프너가 사용한 글락 모델이 인기를 끈 것으로 나타났는데, 애리조나 주 사정을 살펴보면 그리 이상한 일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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