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고 폭탄’ ‘소송 폭탄’ 맞은 쌍용차 노동자
  • 고제규 기자
  • 호수 174
  • 승인 2011.01.18 2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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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업 후 쌍용차 노동자 2646명이 명예퇴직하거나 정리해고되었다. 이게 끝이 아니다. 회사·보험사·경찰 등은 이들 ‘공장 밖 노동자’들에게 손배소를 제기했다. 생활고에 지친 5명은 자살로 삶을 마감했다.
복도로 난 창문 아래 문틈에 작은 카메라가 설치되어 있었다. 지름 10㎝가 안 되는 컴퓨터 화상 통화용 카메라였다. 경기도 안양시 공도읍 진사리 ㅇ아파트 1307호. 벨을 누르고 문을 두드렸지만 안에서는 인기척이 없었다. 휴대전화도 유선전화도 끊겨 있었다.

쌍용자동차를 14년 다닌 계영대씨는 파업이 끝난 지 1년4개월이 지났지만 지금도 집에서 나 홀로 옥쇄 파업 중이다. 자신의 집을 침탈할 외부인을 감시하기 위해 CCTV 노릇을 하는 화상 카메라를 설치하고, 발코니에는 천체망원경을 두었다. 가족과도 연락을 끊었다. 아파트 경비원은 “가끔 나와서 택배로 배달된 물건을 찾아간다. 많이 올 때는 택배 10개가 한꺼번에 온 적도 있다”라고 말했다. 경비실에 있는 택배 배달 현황을 보니, 12월29일 그는 뭔가를 주문했다. 쌍용차 공채 2기로 동생을 쌍용차에 추천한 형 계영휘씨는 “햇반·생수·통조림 등 2년간 버틸 음식과 노트북을 여섯 대나 샀더라. 경찰과 함께 문을 따고 들어가려 했지만, 무단침입이라고 반발해 방법이 없었다”라고 말했다.

   
ⓒ<노동과 세계> 제공
2009년 8월, 쌍용자동차 파업 당시 경찰 특수부대가 노조원들이 점거 중인 도장공장으로 진입하고 있다.
2009년 여름, 형제는 옥쇄 파업을 함께했다. 형은 마지막까지 남았고, 동생은 69일 만에 공장을 빠져나왔다. 형은 정리해고를 당했고, 동생은 희망퇴직을 했다. 형 영휘씨는 “말이 희망퇴직이지 절망 퇴직이나 똑같았다”라고 말했다. 동생 영대씨는 파업 뒤 정신병원을 두 차례 들락거렸다. 그 사이 이혼을 겪는 등 가정도 파탄났다. 영대씨 가족들은 “아파트 전세 계약이 만료되는 오는 9월까지 동생을 지켜보는 수밖에 없다”라고 한숨을 쉬었다.

쌍용자동차 파업 후유증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12월14일 황 아무개씨가 서른여덟 짧은 생을 스스로 마감했다. 장애인(1급) 특별채용으로 쌍용차에 다닌 황씨는 희망퇴직 뒤 공인중개사 시험을 준비해 합격했다. 황씨 동생은 “형은 성실했다. 퇴직한 지 1년 만에 공인중개사 시험에 붙었다. 그러나 재취업이 힘들어지면서 우울증을 앓았다”라고 말했다. 12월15일 쌍용자동차 정문에서 치러진 황씨의 노제 때 노조 정책부장이었던 이 아무개씨는 누구보다 섧게 울었다. 파업 중이던 2009년 7월 그의 부인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총 180억 손해배상 소송 제기당해

정리해고자 등으로 구성된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에 따르면, 지금까지 직원이나 가족 등 사망자는 10여 명이다. 이 가운데 5명이 자살했다. 이재학씨 등 파업노동자 3명은 파업이 끝난 뒤 자살을 시도했다. 쌍용차지부는 자살 등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이들이 더 생길지도 모른다고 염려하고 있다. ‘손배 폭탄’까지 겹쳤기 때문이다. 현재 거액의 손해배상 소송이 동시다발로 진행되고 있다. 회사는 노조 간부와 대의원 140명을 상대로 50억원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앞서 퇴직금 50%, 임금 50% 등을 가압류했다. 경찰도 파업 참가자 103명을 상대로 20억원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경찰 역시 본안 소송에 앞서 퇴직금 1000만원, 임금 1000만원, 부동산 1000만원씩을 가압류했다.

설상가상 최근에는 메리츠화재가 141명을 상대로 110억원짜리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쌍용차지부 이창근 기획실장은 “회사와 경찰의 소송은 예상했지만, 집주인한테 메리츠화재의 전세금 가압류 통지서를 받고서도 이게 뭔가 했다”라고 말했다. 이씨는 전세금 7000만원을 메리츠화재에 가압류당했다.

쌍용자동차와 메리츠화재는 2008년 12월부터 2009년 12월까지 평택공장 부동산과 집기 비품에 대해 재산종합보험 계약을 체결했다. 회사는 2009년 5~8월 파업 때 예비군 대대 건물 화재 등을 이유로 메리츠화재에 보험금을 청구했고, 메리츠화재는 110억원을 지급했다. 보험금을 지급한 메리츠화재가 파업 당시 한상균 쌍용차 지부장, 금속노조 박유기 위원장, 민주노총을 탈퇴한 김규한 현 쌍용차 노조위원장 등 141명에게 손해배상(구상권)을 청구한 것이다. 피고 가운데는 당시 파업 현장(공장)에 들어가지도 않았던 금속노조 관계자나 공동투쟁본부에 있었던 이도 상당수 포함되어 있다. 메리츠화재 관계자는 “불법 파업 기간 중 집기 파손을 하고 화재로 손해를 내서 그 부분에 구상권을 청구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메리츠화재는 본안 소송에 앞서 부동산과 전세금 가압류 청구 소송을 먼저 냈다. 또 부동산 명의를 본인 아닌 아내 등으로 바꾼 사람에 대해서는 사해행위 취소 소송까지 냈다. 채무자가 채권자를 해함을 알면서도 재산을 은닉하거나 제3자에게 증여했으니 취소해달라고 법원에 청구한 것이다. 노조 쪽 소송을 맡은 김상은 변호사는 “소송가액의 상당 액수를 차지하는 건물 화재의 경우 최초 발화 원인이 불분명하다. 회사가 고용한 경비 용역업체 직원 등이 불을 냈는지 알 수 없는데, 발화자가 노조원이라는 전제로 책임을 광범위하게 걸었다”라고 말했다.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제공
홀숫날 아침마다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정문에서 출근 투쟁을 벌이는 해고자들.
그런데 메리츠화재는 1월4일 김규한 현 노조위원장에 대해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취하했다. 메리츠화재 관계자는 “금속노조(민주노총)를 탈퇴한 김규한 위원장은 파업과 무관해 소송을 취하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금속노조 쌍용차지부는 “메리츠화재 논리대로라면 당시 공장에 들어가지도 못했던 이들도 빠져야 한다. 무차별 소송으로 보인다”라고 반박했다.

‘먹튀 자본’ 사라지고, 노동자 책임만 남아

소송 폭탄이 언젠가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라면 ‘생활고 폭탄’은 지금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한 무급휴직자는 “시간은 회사 편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노동자들은 생활고에 시달려 지쳐간다”라고 말했다.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에 따르면, 2646명이 구조조정되었다. 희망퇴직자가 2026명, 정리해고자 159명, 무급휴직자가 461명이다. 노동부는 정리해고나 희망퇴직자 2212명 가운데 1141명이 재취업했다고 발표했다. 이창근 쌍용차지부 기획실장은 “재취업 통계에 가려진 실상을 보면, 택시기사로 취직하거나 개인 창업 등이 잡혀 있다. 6개월 정도 지급된 실업급여 외에는 피부로 와 닿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40~50대가 많아 앞날이 밝지만은 않다. 특히 무급휴직자 400여 명은 실업급여도 받지 못하고 무기한 대기 상태이다. 쌍용차 노사 합의 당시 무급휴직자는 ‘1년 후 업무 복귀’를 약속했지만 흐지부지되었다. 70여 명에 달하는 징계자들도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사실상 징계 연장이 이뤄지고 있다. 쌍용차 홍보팀 관계자는 “이들은 징계가 아니라 휴업 상태이다”라고 말했다. 황 아무개씨 노제 때 섧게 울던 이 아무개씨도 3개월마다 징계 연장 문자를 받고 있다.

무급휴직자 이재학씨는 연초부터 짐을 쌌다. 전남 나주로 막노동 일자리를 찾아나섰다. 보름간 일당 8만원을 받고 일한다. 이씨는 파업후유증으로 2009년 9월14일 자살을 기도했다. 이씨는 “앞이 보이지 않았다. 한순간 잘못된 결정을 했었다”라고 후회했다. 그의 새해 희망은 복직이다. 아내가 일을 하고, 집을 팔아 임대아파트로 옮기며 버티고 있다.

지난해 11월 인도 마힌드라&마힌드라 그룹은 쌍용자동차를 5225억원에 인수하기로 했다. 마힌드라와 쌍용차 노사는 ‘먹튀’ 악몽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고용보장과 장기 투자 등 3자 간 특별협약서도 체결했다. 그러나 고용보장 안에는 경영이 정상화되면 재고용하겠다는 ‘공장 밖 노동자’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었다. 홀숫날 아침마다 출근 투쟁을 벌이는 이창근 실장은 “쌍용차 파업은 원인은 사라지고 결과만 남은 꼴이다. ‘먹튀 자본’ 책임은 사라지고 파업을 벌인 노동자들만 모든 책임을 떠안고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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