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어떤 조직은 성장하나.’ 일을 잘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한 번쯤 해봤을 고민이다. 2024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저자들의 경제사 책을 읽다 엉뚱하게도 이 질문이 떠올랐다. ‘조직’의 자리에 ‘국가’를 넣어도 손색이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왜 어떤 국가는 성장하나.’ 그러니까 왜 어떤 국가는 잘살고, 어떤 국가는 못살까. 불평등 요인 찾기는 경제학자들의 오랜 과제다.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 또한 이에 천착한 연구 결과를 쉽게 풀어쓴 대중서다. 저자들은 핵심 변수로 제도, 즉 정치라는 가설을 내세운다.

가장 직관적 사례를 제시하며 자신들의 주장을 입증한다. 담벼락 하나로 미국과 멕시코로 나뉜 노갈레스시의 경제력은 큰 차이가 난다. 38선으로 갈린 남북한의 늦은 밤 인공위성 사진은 흡사 남한이 섬처럼 보일 정도다. 번쩍이는 남한과 대비되는 북한은 칠흑처럼 어둡다.

출발은 똑같았는데 제도에 따라 성패가 나뉘었다. 한 나라의 번영과 빈곤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제도라는 사실을 다양한 사례로 보여준다. 역사책을 읽는 것처럼 시대와 대륙을 넘나드는 이야기로 독자를 끌고 가는 저자들의 글쓰기 실력에 감탄하다 보면, 어느새 그들의 주장에 동의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사유재산을 인정하고 법치주의를 확립한 ‘포용적 경제 제도’를 마련한 나라가 잘살게 되었다. 혁신의 인센티브가 생겨서다. 반면 소수에게 권력이 집중된 ‘착취적 경제 제도’는 어떻게 해서든 한계에 부딪힌다. 구성원 전체가 함께 성장해야 할 동력이 떨어진 탓이다.

그러다 문득, 이게 국가에만 속하는 얘기인가, 하는 의문이 꼬리를 문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보자. 왜 어떤 국가는 성장하나, 왜 어떤 조직은 성장하나, 왜 어떤 조직원은 성장하나···. 질문을 이어가다 보면, 묻게 된다. 지금 당신이 속한 조직은 포용적인가, 착취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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