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전 주짓수 도장에 들어섰던 날이 기억난다. 눈이 내렸다. 바닥에 깔린 매트는 차가웠지만 한쪽 벽면을 덮은 거울은 사람들의 몸에서 나는 열기로 뿌옜다. 매일 흰 띠를 매면서 천하무적을 꿈꿨다. ‘흰 띠를 매면서 나는 천하무적을 꿈꿨다’는 이 문장을 쓰면서도 새삼 웃음이 난다. 선수들의 경기 모습을 보고 그들의 기술을 어설프게 따라 했다. 가끔 잠들기 전 세계 선수권 대회가 열리는 나라로 가는 비행기 티켓이 얼마인지 슬그머니 검색해보기도 했다. 언젠가 그 비행기에 타고 말리라 생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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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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