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분홍빛 케이크를 둘러싼 사람들이 한목소리로 외쳤다. “애진아 생일 축하해.”
이태원 참사 희생자 고 신애진씨(1998년생)의 생일을 하루 앞둔 10월18일 서울 성동구의 한 공유 공간에서 정성이 담긴 생일 모임이 열렸다. 올해로 세 번째다.
그녀가 떠난 후 첫해 생일은 친구들끼리 모여 자신들만이 아는 애진씨의 비밀을 공유했다. 두 번째 해에는 사진전이 열렸다. 방을 재현한 공간에는 애진씨의 모습이 담긴 사진을, 다른 한편에는 엄마 김남희씨가 그린 그림을 전시했다. 엄마는 견딜 수 없는 밤에, 아이와의 기억을 단 하나도 잊지 않고 싶어서, 함께했던 모든 순간을 그렸다. 그 그림들을 모아 〈아로새기다. 너에게 가는 길〉이라는 책을 펴냈다. ‘아로새기다’는 ‘마음속에 또렷이 기억하여 두다’라는 뜻으로 애진씨가 좋아했던 단어다.


올해는 아버지 신정섭씨가 쓴 일기를 엮어 낸 책 〈특별한 날은 특별히 아프다〉를 소개했다. 매일 아침에 일기를 쓰는 것은 딸이 있는 세상으로 건너가는 일이다. 그 세상에서 아빠는 코인노래방에서 ‘비밀의 화원’을 부르던 딸의 목소리를, 밤늦게 퇴근해 돌아온 집에서도 노트북을 켜고 일하던 딸의 또랑또랑한 눈빛을, 아빠를 따라 청년 창업가들의 도전을 돕는 투자 전문가가 되고 싶어 했던 딸의 꿈을 되새겼다.
애진씨의 초등학교 ‘절친’인 김시완씨와 대학교 단짝 우현영씨는 절친한 사이가 되어, 이 책의 제목을 함께 정했다. ‘딸이 있는 곳은 햇살에도 바위에도 사랑이 깃든 세상’이길 바라는 아빠의 소망처럼, 지난해 사진전을 함께 찾았던 애진씨의 지인들은 연인이 되어 결혼 소식을 전하기도 했다.



애진씨 덕분에 맺어진 인연들은 이들의 ‘슬픈 마음을 알아주었다’. 희생자에 대한 2차 가해가 심했을 때, 우연히 찾아간 경기 용인시 느티나무도서관에는 애진씨에 대한 기사가 게시판에 걸려 있었다. 생일 모임을 함께 기획해온 정지원씨는 모든 이야기를 가만히 들어주었다. 분향소에 찾아온 노인은 말없이 안아주었다. 보라색 리본을 나눠주고, 곁에서 ‘진상규명’을 함께 외쳐주는 시민들은 이들의 생명줄이다. 이들의 공감을 동력 삼아, 어머니와 아버지는 꿈에 나타난 애진씨가 남긴 말을 매일 곱씹으며 산다.
“보고 싶지만,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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