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7월 국방부는 12·3 비상계엄 당시 위법·부당한 명령을 따르지 않은 장병을 찾아 포상하겠다고 밝혔다. 국군의 날인 10월1일 계엄군 헬기의 비행 승인을 거부해 특전사 병력의 국회 진입을 지연시킨 김문상 대령, ‘국회의원 끌어내라’ ‘시민들 강제진압 하라’는 지시를 수행하지 않은 조성현 대령, 김형기 중령 등 군인 11명을 실제 포상하기도 했다. 이재명 정부가 출범한 지 4개월여 동안 가장 잘한 일을 꼽으라면, 나는 이러한 포상 조치를 말하고 싶다. 우리 사회에 꼭 필요했던 하나의 중요한 메시지가 되었다고 믿기 때문이다.
공직사회는 본질적으로 위계적이다. 그러한 속성은 범죄에 이용되기도 한다. 관련 범죄가 드러났을 때 그에 가담한 공무원들이 자주 내세우는 법 조항이 있는데, 형법 제20조 ‘정당행위’ 규정이다. “업무로 인한 행위는 벌하지 않는다”라고 정하고 있다.
다행히 법원은 일관되게 이러한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공무원에게는 상급자의 업무상 지시에 따라야 할 의무가 있으나, 위법한 명령은 업무상 지시가 될 수 없고, 공무원에게 그 명령에 따라야 할 의무도 없다는 논리를 유지해왔다. 또한 법원은 상급자의 지시에 따랐을 뿐 위법한 행위인 줄 ‘몰랐다’라는 항변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럼에도 현실에서는 상급자의 위법한 지시와 그에 분별없이 따르는 실무자들에 의해 일군의 공무원들이 하나의 범죄 집단으로 변모하는 경우가 왕왕 있었다. 공직사회의 위계질서 앞에서 공무원 개인의 양심과 준법 의무가 쉽게 무력화되고 만 사건들, 애초부터 그러한 양심과 의무 따위 존재하지 않는 듯 행동했던 공무원들을 우리 사회는 숱하게 겪었다. 그러한 자들에 대한 엄한 처벌과 함께, 그 반대편에 서서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로서 본분을 다하는 공무원들을 포상하는 조치가 우리 사회에는 필요했다. 그래서 이번 국방부의 포상 조치가 더없이 반가웠다.

위법한 명령 앞, 따른 자와 저항한 자
최근 법원에서는 이와 극명하게 반대되는 메시지가 될 법한 사건이 또 있었다. 12·3 내란 공범(중요임무종사) 혐의가 적용된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하며, ‘위법성 인식에 다툴 여지가 있다’고 한 것이다. 그는 계엄선포 후속 조치로서 합동수사본부에 검사 파견 검토, 구치소 수용 여력 확인, 출입국 담당자 대기 지시 등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심지어 법무부 장관의 지위에 있던 자가 12·3 비상계엄의 위법성을 몰랐을 수 있다고? 중대하고 명백한 불의에 편승했던 고위 공직자에게 교묘한 책임 회피의 길을 법원이 열어준 셈이다. 구속 자체의 당부를 떠나, 구속 기각 사유로서 이러한 판단이 적시된 것은 우리 사회에 매우 위험한 메시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12·3 내란 사태는 대한민국 공직사회의 위태로운 면과 빛나는 면을 동시에 드러냈다. 그 사태를 주도하고 가담했던 최고위 공직자들이 무너뜨릴 뻔했던 나라를 관련 지시에 저항한 다른 공직자들과 국회로 달려간 시민들이 구했다. 위법한 명령을 대하는 공직자의 처신 문제가 국가 전체의 존립을 좌우할 수도 있음을 알게 된 것이다.
이 사건에 대한 정부와 사법부의 후속 조치가 매우 중요하다. 공직사회에서 윤석열의 불법 계엄에 따른 자와 저항한 자의 처지가 선명하게 갈려야 한다. 옳은 방향으로 선명한 메시지가 계속 나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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