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원 상당의 명품 클러치백은 ‘사회적 예의’일 뿐 뇌물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주장이 화제다. 대통령 부인 시절 김건희씨에게 명품 가방을 선물한 사실이 드러나자,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은 “여당 대표의 배우자로서 대통령 부인에게 사회적 예의 차원에서 선물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뇌물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해명이다.형법상 뇌물죄로는, 공무원 등이 직무에 관하여 뇌물을 수수·요구·약속한 때 성립하는 형법 제129조 제1항 수뢰죄가 있다. 또 공무원 등에게 직무와 관련해 뇌물을 주거나 뇌물을 줄 것을 약속하거나 그러한 의사를 표시하는 행위
2015년 2월 헌법재판소가 간통죄를 위헌결정하면서 상간 소송이 많아졌다. 과거 간통죄가 있었을 때는 배우자와 간음한 상대방을 형사상 처벌할 수 있었으나, 현재는 상간 소송을 청구하는 방식으로 대체되었다.상간 소송은 위자료 소송의 일종으로 상대방의 불법행위 등으로 발생한 정신적 고통을 금전 보상한다. 쉽게 말하면, 내 배우자와 바람 핀 상대방에게 ‘부부 공동생활을 침해’한 불법을 저질렀으니 내 정신적 고통을 돈으로 환산해서 지급하라는 소송이다.원고(소송을 시작한 사람)가 상간 소송에서 이기는 것은 쉽지 않다. 상대방이 내 배우자와
A는 고등학생 아들을 둔 어머니였다. 아들이 친구와 장난치며 놀다가 다쳤다고 했다. 폭행이나 싸움으로 볼 상황은 아니었다. 가해 학생의 부모는 A에게 거듭 사과했고 병원비 부담도 약속했다.그런데 아들의 치료가 길어질수록 가해 학생 부모의 태도가 조금씩 달라졌다. 연락이 잘 안 되고 병원비 보상도 온전히 이뤄지지 않았다. A는 가해 학생 부모에게 책임을 묻고 싶었다.A는 나를 찾아오기 전에 ‘학폭’ 전문 변호사라는 사람에게 먼저 상담받았다고 했다. 그는 대뜸 이렇게 말하더란다. “사건을 빨리 학폭 사건으로 전환해야 합니다.” 그러면서
지난 9월26일 검찰청 폐지를 골자로 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1년 후 검찰청은 사라지고 공소 기능을 전담하는 공소청과 수사를 담당하는 중대범죄수사청이 출범한다. 수사·기소 분리 원칙에 따라 수사권을 박탈당한 검찰청(공소청)은 경찰 등 수사기관에 보완수사를 요구할 권리만 가지게 되는데, 공소 기능의 원활한 수행을 위해 보완수사권을 남겨둘 것인지에 대해 논란이 한창이다.10월27일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은 “경찰이 제1 방어선이라면 검찰의 보완수사는 범죄로부터 국민을 보호하는 제2 저지선 내지
지난 7월 국방부는 12·3 비상계엄 당시 위법·부당한 명령을 따르지 않은 장병을 찾아 포상하겠다고 밝혔다. 국군의 날인 10월1일 계엄군 헬기의 비행 승인을 거부해 특전사 병력의 국회 진입을 지연시킨 김문상 대령, ‘국회의원 끌어내라’ ‘시민들 강제진압 하라’는 지시를 수행하지 않은 조성현 대령, 김형기 중령 등 군인 11명을 실제 포상하기도 했다. 이재명 정부가 출범한 지 4개월여 동안 가장 잘한 일을 꼽으라면, 나는 이러한 포상 조치를 말하고 싶다. 우리 사회에 꼭 필요했던 하나의 중요한 메시지가 되었다고 믿기 때문이다.공직사
대법원은 민법 제764조(명예훼손의 경우의 특칙) 조항의 ‘명예’에 대해 “사람의 품성, 덕행, 명예, 신용 등 세상으로부터 받는 객관적인 평가를 말한다”라고 판시한 바 있다. 명예는 세상의 잣대에 따른 평가가 내포되어 있다. 명예는 품성이나 행동에 따른 사회적 평가이기에 가변적이라고 보아야 마땅하다.사회적 평가로부터 자유로운 개인은 없다. 공인이라면 더욱 그렇다. 형법 제307조 제1항은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라고 규정한다. 진실을 이야
10월3일 개천절 도심 곳곳에서 극우단체를 중심으로 한 반중 집회가 열렸다. 집회에 참여한 사람들은 “차이나 아웃, 짱깨 꺼져라”를 외치면서 행진했다. 집회 명분은 ‘중국 무비자 입국 규탄’이었지만, 지난 4월17일 서울 건대입구역 양꼬치거리에서부터 시작된 반중 시위의 연장선이었다.반중 시위는 자유대학 등 윤석열 탄핵 무효나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우익단체들이 주도한다. 이들은 ‘중국인’이 많은 곳을 시위 장소로 골라 혐오 구호를 외치거나 혐중 가사가 담긴 노래를 부르며 행진한다. 지난 9월에도 중국인 관광객이 많은 서울 명동에서 반중
내란의 시간이 지나고 특별검사(특검)의 시간이 왔다. ‘내란·김건희·채상병 특검’이 풀가동 중이다. 수사와 기소 주체만 바뀌었을 뿐인데, 숨겨졌던 진실이 드러나고 있다. 검찰이 면죄부를 주었던 사람들의 죄가 밝혀지고 있다.‘공익의 대표자’인 검찰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국민의 신뢰를 잃을 때마다, 시민들은 검찰에 맡긴 수사 및 기소 권한을 빼앗아 별도의 임시 조직인 특별검사에게 맡기는 법안을 만들었다. 2014년 6월부터는 개별 법안 제정 없이도 특별검사제도가 가동될 수 있는 상설 특검제도도 두고 있다.헌법 제1조 2항에 따르면,
언론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 논의가 다시 불거졌다. 3년 전 더불어민주당의 ‘언론중재법’ 개정 시도에 이어 두 번째다. 이번에는 비언론 매체까지 아우를 수 있는 ‘정보통신망법’ 개정 논의로도 확장되었다. 여전히 논란은 뜨겁지만 3년 전과 비교하면 그 국면이 다소 달라졌음을 느낀다. 징벌적 손배제도 도입 자체에 대한 찬반보다는 그 내용을 어떻게 구성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로 무게중심이 옮겨졌다.매우 반가운 변화다. 어떤 유형의 불법행위가 자주 발생할 뿐 아니라 그 해악이 중대해 일반적 배상책임 법리로는 피해 보전도 어렵고 억제 효
무죄추정 원칙이란 유죄판결이 확정되기 전까지 피의자나 피고인을 무죄로 간주하는 형사법의 기본 원칙이다. ‘형사피고인은 유죄의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는 무죄로 추정된다(헌법 제27조 제4항)’라며 헌법에 보장된 권리다.하지만 이는 형사절차상 형사법 기본 원칙과 권리일 뿐 형사절차를 벗어난 세상만사의 제일 중요한 원칙은 아니다. 즉, 무죄추정 원칙이 죄지은 자 또는 죄지었다고 의심받는 자의 사회적 방패막이나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이런 이유로 형사절차가 아닌 민사재판에서는 관련 형사사건 유무죄가 결정되지 않은 상황에서도 재판 결론이 나기
배우자가 사망한 뒤에 재혼 사실을 숨기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재혼 사실이 알려지면 전 배우자와 유족 관계가 끊겨 유족연금이 박탈되기 때문이다. 유족연금을 받는 대가로 혼인할 자유를 침해받는 것이다.김영희씨(가명)는 남편 A씨가 사망하자, 국민연금공단에서 매달 약 30만원씩 유족연금을 받았다. 김씨는 그 후 약 10년이 흘러 다른 남성 B씨를 만났고, B씨와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채 사실혼 관계를 유지했다. 김씨가 B씨와 재혼하면, 더 이상 A씨 유족이 아니므로 유족연금이 박탈된다. 김영희씨는 B씨와 혼인신고를 할 수 없었다.문제는
12·3 내란 사태 이후 43일 만에 체포되었던 윤석열은 52일 만에 법원의 구속취소 결정 및 검찰의 즉시항고 포기로 석방되었다. 지난 7월10일 재구속되어 현재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이다. 윤석열 변호인들은 적정한 의료 처우가 제공되지 않아 건강권을 침해받고 있다며 인권침해 주장을 이어가고 있다. 수용자 윤석열의 인권침해 주장이라는 생경한 장면을 바라보며, 윤석열 정부 법무부가 수용자들의 인권침해 국가배상 소송 1심에서 패소한 후 항소이유서를 통해 주장했던 내용이 떠올랐다.“법리적 측면뿐만 아니라 법 감정적인 측면에서 볼 때, 수용
장관께서는 7월29일 국무회의에서 ‘중대재해 대책의 근본적인 패러다임 전환’을 선언하며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노동자를 보호 객체에서 예방 주체로 세워야 합니다. 노동자들의 알 권리, 참여할 권리, 피할 권리를 보장하겠습니다.”놀랍고 반가운 발언이었습니다. 안전한 일터를 만들기 위한 시민운동, 연구, 소송을 해왔던 저와 제 동지들의 오랜 생각과 같았기 때문입니다. 맞습니다. 현장 노동자가 산재 예방 활동의 핵심 주체가 되어야 합니다. 일터의 위험을 가장 잘 알고 그 위험에 가장 민감할 수밖에 없는 그들이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는
생각보다 많은 일들이 법대로 되진 않는다. 쉬운 법 조항조차도 딴지가 반복되면 적용하는 처지에서는 주저하게 된다. 법보다는 이를 적용하는 사람 문제일 수 있는데, 사람보다 법을 고치는 것이 쉽다.이 과정에서 입법 낭비가 발생한다. 동일하거나 포섭되는 의미의 조항들이 중복해 신설된다. 특히 당연한 것이 법률로 신설되었을 때, 사람들은 “입법 전에는 법령의 하자가 있었기 때문에 신설 혹은 개정되었다”라고 착각하기도 한다. 법을 따르지 않는 사람이 문제인데도 현재의 법이 문제인 것처럼 오해할 수 있다.내란 수괴 혐의를 받는 윤석열에 대한
지난 7월23일 재심 재판에서 검사는 최말자씨에게 무죄를 구형했다. 재심청구를 한 날로부터 5년 만이었고, 악몽 같은 사건이 발생한 지 61년 만이었다. 1964년 최말자씨(당시 18세)는 성폭행을 시도하는 노 아무개(당시 21세)에게 저항하다가, 그의 혀를 깨물어 중상해죄로 유죄판결을 받았다. 항소 기간을 놓쳐 최종 확정되었다.경찰 단계까지는 정당방위가 인정되었지만, 검찰 단계에서부터 정당방위가 인정되지 않았다. 당시 검사는 영장 없이 최말자씨를 약 6개월간 구속하면서 자백을 요구했다. 재판부마저 혀를 깨문 것은 방어의 정도를 넘
전남 나주에서 이주노동자가 지게차에 묶인 채 조롱당하는 영상이 공개돼 논란이 되었다. 벽돌 제조 공장에서 일하는 영상 속 이주노동자는 벽돌 제품에 투명 비닐로 결박된 채 지게차에 매달려 있고, 관리자로 보이는 한국 남성은 이주노동자를 향해 “잘못했다고 해야지”라고 조롱 섞인 말을 던졌다. 영상이 공개되자 시민들은 공분했고, 이재명 대통령도 SNS를 통해 “소수자 약자에 대한 용납할 수 없는 폭력이자 명백한 인권유린”이라고 평했다.고용 허가 사업장에 대한 지도·점검 의무가 있는 고용노동부는 부랴부랴 근로감독에 나섰다. 도지사는 피해
‘괴롭힘’은 타인의 몸과 마음을 불편하게 하거나 고통스럽게 하는 행위를 뜻한다. 어느 관계에서 어떤 강도로 가해졌는가에 따라 민사상 불법이 되기도 하고 형사상 범죄가 되기도 한다.직장 내에서 벌어지는 괴롭힘은 대표적인 불법 사례다. 왜 그럴까. 대개 직장은 수직적인 위계가 작동하는 장소이자 내 가족의 생계가 달린 공간이며, 나의 자아실현과 사회적 정체성 형성에 매우 중요한 공간이다. 직장은 힘의 우위를 이용한 괴롭힘이 언제든 발생할 수 있는 곳이자, 괴롭힘 피해자를 가장 취약하게 만드는 공간이다.‘직장 내 괴롭힘’은 가장 빈번하게
형사사건을 진행하다 보면 내가 변호해야 할 의뢰인이 가해자일 때도, 피해자일 때도 있다. 변호사로서 정의의 편에 서는 것보다는 계약상 의뢰인의 편에 선다. 개인적으로 제일 난감하고 괴로울 때가 성 관련 사건 피의자 변호인이 되는 경우다.아무래도 사람인지라 본능적으로 피해자의 편에서 공감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가해자의 변호인이 되는 순간 본능보다는 계약에 따라 내 의뢰인을 위해 변호해야 한다. 종종 피해자들로부터 욕을 먹거나 손가락질을 당하기도 한다.가끔 그 손가락질이 억울할 때가 있다. 가해자를 오랜 시간 변호하다 보니 마치 세뇌
우리나라에 살면서 전과자가 될 확률은 얼마나 될까? 예상보다 높다. 벌금형 이상 전과자는 2007년 이미 1000만명을 넘어섰고, 2016년에는 전 국민의 26.1%, 2020년 통계에는 전 국민의 29.8%가 전과자라고 집계되었다. 국민의 약 30%가 전과자인 셈이다.거칠게 표현하면, 국민 세 명 중 한 명꼴로 범죄를 저지른 전과자인 셈인데, 외국인 관광객들이 감탄할 만큼 우리나라 치안은 꽤 안전한 편이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전과자가 많을까?학교에서 대자보를 뗀 대학생, 화단에 있는 꽃을 꺾은 할머니, 전기충전소 때문에 다른 아
‘불법행위로 인하여 생기는 손해 가운데 정신적 고통이나 피해에 대한 배상금.’ 위자료에 대한 사전적 정의다. 민법 제751조는 ‘재산 이외의 손해의 배상’이라는 명목으로 신체, 자유 또는 명예를 해하거나 기타 정신상 고통을 가한 자는 재산 이외의 손해에 대해서도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규정한다. 그러나 위자료 산정 방법이나 산정 시 고려해야 할 요인에 관하여 아무런 규정이 없다 보니 오로지 판사의 재량에 맡겨져 있다.남정길씨 등 6명은 1968년 5월24일 연평도 근해에서 군사분계선을 넘어 어로 작업을 하다가 북한 경비정에 나포돼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