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17일 조희대 대법원장이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를 나서고 있다. ⓒ시사IN 이명익
9월17일 조희대 대법원장이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를 나서고 있다. ⓒ시사IN 이명익

내란의 시간이 지나고 특별검사(특검)의 시간이 왔다. ‘내란·김건희·채상병 특검’이 풀가동 중이다. 수사와 기소 주체만 바뀌었을 뿐인데, 숨겨졌던 진실이 드러나고 있다. 검찰이 면죄부를 주었던 사람들의 죄가 밝혀지고 있다.

‘공익의 대표자’인 검찰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국민의 신뢰를 잃을 때마다, 시민들은 검찰에 맡긴 수사 및 기소 권한을 빼앗아 별도의 임시 조직인 특별검사에게 맡기는 법안을 만들었다. 2014년 6월부터는 개별 법안 제정 없이도 특별검사제도가 가동될 수 있는 상설 특검제도도 두고 있다.

헌법 제1조 2항에 따르면,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수사와 기소권은 검찰의 전유물이 아니다. 원래 시민의 것이기에, 검찰에 맡긴 권한을 빼앗아 별도의 임시 조직인 특별검사에게 맡기는 제도는 당연히 합헌이다.

그렇다면 사법권은 어떠한가? 사법권 또한 법원의 전유물이 아니라 시민의 것이기에 법원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국민의 신뢰를 잃었을 때 그 권한을 빼앗아 별도의 임시 조직인 특별재판부에 맡기는 것이 가능할까?

억울한 누명을 쓰고 감옥에 갔다가 재심을 통해 무죄를 받은 피고인에게 보상해주는 형사보상 제도는 늑장 보상이 문제가 되었다. 2018년 형사보상법이 개정되어 법원의 형사보상 결정 기한을 6개월로 못 박았다.

그러나 법원은 이 법을 지키지 않고 있다. 늑장 보상으로 인한 피해가 네 명 중 한 명꼴이다. 법원의 결정을 기다리다 고령의 청구인이 사망하기도 했다. 15개월을 기다려 보상받은 청구인들이 정당한 사유 없는 지연은 위법하다고 주장해 국가배상 소송을 제기했지만, 법원은 ‘6개월은 훈시규정일 뿐’이라는 이유로 기각했다.

법원에서 근무한 사회복무요원이 근무 여건 개선을 위한 의견서를 제출했다는 이유로 불이익을 받았다. 자체 감찰 결과 이 사실이 확인되었고, 피해 사회복무요원은 전역 후 본인이 입은 손해를 배상해달라고 국가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법원은 ‘사회복무요원에 대한 지휘·감독의 직무수행 과정에서 불법행위를 저질렀다는 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라며 기각했다.

소년보호사건의 피해자가 가해 비행소년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가해자의 인적 사항을 특정하지 못해 소송 진행이 멈추었다. 피해자 측은 가정법원에 비행소년의 인적 사항(주민등록번호·주소 등)을 공개해달라고 요청했지만, 가정법원장은 이를 거부했다. 피해자 측은 가정법원장을 상대로 정보공개 불허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법원은 ‘소년법 규정에 정보공개법의 적용을 배제할 수 있는 특별한 규정이 있다’는 이유로 청구를 기각했다.

사법부의 ‘셀프 판단’ 제한하는 제도 없어

앞에 설명한 세 사건은 공통점이 있다. 바로 법원 소속 법관, 법원 공무원의 잘못을 사법부가 스스로 판단한다는 점이다. 현행 법률상 법관의 이해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제척·기피·회피 제도가 운용되고 있다. 그러나 앞선 사례에서 보듯 사법부의 ‘셀프 판단’을 제한하는 제도는 존재하지 않는다.

법관은 양심에 따라 판단하므로 문제 될 것 없다고 사법부 구성원들은 주장하겠지만, 셀프 판단을 바라보는 시민들은 이런 의문을 품게 된다. 사법부는 ‘제 식구 감싸기’에서 진정 자유로울 수 있을까?

최근 내란범 재판을 위한 특별재판부 설치가 사회적 이슈로 등장했다. 통상 ‘일수’로 계산한 구속기간을 내란범 윤석열에게만 ‘시간’으로 계산해 구속취소 결정을 내린 사법부에 대해 시민들이 불신한 결과다. 다만 특정 사안에서 특별재판부 설치는 위헌성 시비를 가져올 수 있다. 사법부의 권한을 제한하는 특별재판부 설치는, 사법부의 셀프 판단, 즉 제 식구 감싸기가 우려되는 사건부터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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