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가 하림. ⓒ시사IN 신선영
음악가 하림. ⓒ시사IN 신선영

하림씨(47) 앞에는 다양한 수식어가 붙는다. 가수, 작곡가, 문화예술 기획자, 음악을 통한 사회운동가 등. 음악이 가진 역할을 고민해온 그의 궤적을 따라가 보면 오랫동안 사회적 약자 곁에 선 그가 있다. 이주노동자 무료 진료소에서 한 달에 한 번 ‘국경 없는 음악회’를 열고, 당진에서 숨진 20대 노동자를 기리는 곡 ‘그 쇳물 쓰지 마라’로 함께 부르기 열풍을 일으키기도 했다. 안전한 일터를 꿈꾸는 후속곡 ‘우사일(우리는 모두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일을 합니다)’ 프로젝트를 통해 전태일 의료센터 건립 기금을 후원하고, ‘우사일 그림책’도 출간했다.

“세월호 참사는 당시 문화예술 프로젝트를 하던 저에게 어떤 방향을 줬어요. 예술가들이 모인 커뮤니티 ‘아틀리에 오’에서 2014년 ‘시크릿 액션’이라는 프로젝트를 하던 때였어요. 사회로부터 비밀임을 강요당해서 편하게 말할 수 없던 주제를 함께 이야기하는 좌담회을 열었죠. 그 고민을 통해 만든 작품으로 그해 10월에 전시를 했어요. 그 시기가 문화예술인으로서 제 모습을 공개적으로 밝힌 시점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어떻게 보면 용기를 내게끔 한 사건이 세월호 참사였던 거죠. 비극과 연대하고 비극을 치유하는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지난여름 무관심 속에 많은 사람들이 죽는 걸 보면서 만든 ‘열대야의 뒷모습’ 곡에 ‘비극을 되새김질 하는 나날들’이라는 가사가 있어요. 그 비극은 세월호 참사와도 연결되죠.

가볍고 재미를 주는 일에는 소질이 없지만, 자살 예방 프로젝트 노래를 만들거나 세월호, 이태원 참사 추모 공연은 저에게 별로 어려운 일이 아니었어요. 오히려 노래를 듣는 사람들의 공기가 바뀌는 걸 보면서 보람을 느꼈죠. 중대재해처벌법 제정 시기에 ‘그 쇳물 쓰지 마라’ 노래가 큰 파장을 일으키는 걸 보면서 조금 통쾌했어요. 노래가 길을 터주면, 사람들이 그곳으로 흘러가서 모인다는 걸 알게 되었죠. 이런 일을 할 때 사람들이 저에게 너는 누구 편이냐고 물어봐요. 그러면 저는 그래요. 지금 상황에 편이 어디 있느냐고, 그냥 우리가 다 힘든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거라고요.

음악은 비물질이기 때문에 내가 노래하면 그 순간 존재하고, 마음에서 에너지 작용이 일어나요. 몸이 힘들어도 요청하는 곳이 있으면 달려가는 이유예요. 내가 노래를 안 하면 그곳에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거든요. 대중예술의 속성 자체가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기도 하지만, 불편한 부분을 끄집어내 의미를 찾게 만드는 기능도 있다고 생각해요. 저는 음악이 가진 그런 역할을 수행하면서 보람을 느끼는 것 같아요. 큰 물살에 휘말리지 않으면서 목적지까지 가는 것이 중요하단 걸 알게 됐어요. 노래를 하면 할수록, 어떻게 노래해야 하나 고민하게 돼요. 유명해지거나 대중으로부터 멀어진다는 생각보다는 오히려 대중과 점점 더 가까워지는 것 같아요.”

작업실에 놓인 ‘우리는 모두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일을 합니다’ 악보. ⓒ시사IN 신선영
작업실에 놓인 ‘우리는 모두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일을 합니다’ 악보. ⓒ시사IN 신선영

 

기자명 신선영 기자 다른기사 보기 ssy@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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