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1월 당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서울대학교 호암교수회관 게스트하우스 로즈홀에서 열린 ‘국민의힘 서울캠퍼스 총회’에 참석해 청년들에게 인사말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2021년 11월 당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서울대학교 호암교수회관 게스트하우스 로즈홀에서 열린 ‘국민의힘 서울캠퍼스 총회’에 참석해 청년들에게 인사말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2016년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승리'를 가져다준 정책은 뭘까? 미국에서는 반이민 정책이 주로 꼽힌다. 반이민 정책만큼 중요 정책이 있는데, 많은 이들이 잘 기억하지 못한다. 미국의 대표 복지정책인 ‘소셜 시큐리티(Social Security·노령연금)’와 ‘메디케어(Medicare·노령 건강보험)’ 예산을 절대 삭감하지 않겠다고 한 것이다. 트럼프 이전의 공화당 주류는 두 정책 예산을 삭감하거나 전면 폐지하길 원했다. 트럼프는 이와 반대되는 길을 걸었다.

트럼프가 택한 “사회적 이슈에선 보수적이고, 복지 이슈에선 중도적인” 노선이 중요한 이유는 이것이다. 그를 열광적으로 지지할 핵심 지지층을 형성했다. 흥미로운 점은 트럼프가 부상하기 이전부터 “사회적 이슈에선 보수적이고, 복지 이슈에선 중도적인” 유권자 그룹은 이미 존재했다. 미국의 여론조사 기관인 퓨리서치 센터가 2014년 미국 유권자를 8개 그룹으로 나누는 작업을 했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회의주의자들(Hard-Pressed Skeptics)”도 이 중 하나다. 오바마를 지지했던 이 그룹이 트럼프로 넘어가면서 미국 정치는 천지개벽을 경험한다.

이번에 〈시사IN〉이 ‘2024 총선 유권자 지형 분석’을 실시한 이유도 마찬가지다. 정책과 가치를 중심으로 유권자들이 어떻게 나뉘는지 이해하고, 총선을 조망하며, 한국 정치의 미래를 가늠해보기 위해서이다. 오바마에서 트럼프로 이동해 미국 정치를 바꾼 “경제적으로 어려운 회의주의자들”인 백인 노동자층처럼, 한국에서는 어떤 그룹이 총선의 승패를 좌우할지 이해하려 하는 시도다.

그러기 위해서 먼저 각 당의 핵심 지지자보다는 흔히 중도라 불리는 스윙보터부터 살폈다. 사람들이 잘 모르는 트럼프에 대한 또 다른 사실이 있다. 2016년 많은 미국 유권자가 트럼프를 힐러리보다 중도적이라고 봤다. 트럼프의 중도적 이미지가 그가 당선되는 데 일정 정도 기여했다. 한국의 총선도 마찬가지다. 스윙보터를 잡는 당이 승리할 것이다.

유권자 그룹 분류를 위해, 이번 웹조사 183개 문항 중 총 22개를 활용했다. 경제와 복지, 민주주의와 독재 관련 역사 인식, 젠더와 차별금지법, 미국·북한·일본·중국과 관련한 대외 정책, 그리고 정치권에 대한 실망감 같은 다양한 분야의 질문을 포함했다. 22개 질문에 대한 응답을 기반으로, 공통적으로 응답한 유권자를 묶고 분류하는 통계적 방법론을 이용해 총 6개 그룹을 도출했다.

이와 같은 방법으로 도출된 총 6개 그룹은 다음과 같다. ‘코어 진보’ ‘코어 보수’ ‘스윙 중도보수’ ‘스윙 여성’ ‘2030 남성’ ‘정치 무관심층’으로 분류했다. 각 그룹의 대표적 특징으로 이름을 붙였다. 이 중 코어 진보, 코어 보수를 제외한 4개 그룹은 스윙보터 성향이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민주당)을 일관되게 지지하지 않는다. 정치에 관심이 깊은 코어 진보(21%)와 코어 보수(19%)를 다 합쳐도 40%에 불과하다.

이번 기사의 관심은 그 외 네 그룹(‘스윙 중도보수’ ‘스윙 여성’ ‘2030 남성’ ‘정치 무관심층’)이다. 흔히 무당파라 통칭되지만, 한덩어리로만 볼 수 없는 지점이 있다. 국민의힘과 민주당 모두 과반 이상의 지지를 받기 위해서는 나머지 4개 그룹에서 지지를 얻어야 한다. 이 네 그룹을 크기 순서대로 살펴보자.

■ ‘스윙 중도보수’ 그룹(23%)

가장 큰 스윙보터 집단이다. ‘스윙 중도보수’라는 이름은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에 더 호의적일 것이라는 인상을 줄 수 있지만, 현실은 정반대다. 이 그룹의 59%는 윤석열 정부 심판론에 동의한다. 2022년 대선 당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와 이재명 민주당 후보를 뽑았다는 비중이 비슷하다. 그런데 이 그룹 내에서는 현재 민주당을 지지하는 비율이 국민의힘보다 8%포인트 더 높다.

이러한 실망감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정책과 가치 성향을 보면 중도보수에 가깝다. 복지와 경제, 민주주의-독재, 젠더 이슈에서 모두 코어 진보보다는 코어 보수에 가깝게 응답했다. 세금과 복지정책에 대해 물어봤더니, 세금도 인하하고 복지도 축소하자고 응답한 비율이 24%다. 코어 진보의 응답(7%)보다는 코어 보수의 응답(37%)에 가까웠다. 민주주의와 독재 관련 역사 이슈에 대해서도 ‘2030 남성’과 ‘스윙 여성’은 모두 진보적인 응답을 했다. 이에 비해 스윙 중도보수는 중도에서 중도보수 성향을 띠었다.

이 그룹에서 감정온도가 가장 높은 정치인은 유승민 전 의원(40.4도)이다. 윤석열 대통령(36.5도)보다 높다.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감정온도도 코어 보수(61.5도) 다음으로 높은 41.8도였다. 중도보수로 평가되는 정치인에 대한 평가가 상대적으로 높다. 즉, 중도보수 정치인을 선호하지만, 정부·여당에 대한 실망감 때문에 현재는 선뜻 국민의힘을 지지하지 못하고 있다. 아니나 다를까 ‘국민의힘에 실망감을 느낀다’고 응답한 비율이 이 그룹 내에서는 73%다. 그렇다고 민주당을 좋아하지도 않는다. 이 그룹의 69%가 민주당에 실망감을 느끼고 있다.

양당에 대한 실망감 때문에 투표 의향이 낮으리라 넘겨짚을 수 있는데, 그렇지도 않다. 스윙 중도보수의 84%는 투표 의향을 보인다. 코어 진보(90%)와 코어 보수(92%) 다음으로 높다. 이 그룹의 정치적 관심과 투표 의향을 고려하면, 스윙 중도보수가 정부 심판론으로 확 기운다면 국민의힘이 총선에서 승리할 가능성은 낮아질 것이다.

■ ‘2030 남성’ 그룹(20%)

젠더와 대외 정책에서는 보수적 성향을 보이지만, 복지와 경제 그리고 민주주의와 독재 관련 역사 인식에서는 중도 진보 내지 진보 성향을 띤다. 이 그룹의 이름을 2030 남성이라 붙였지만, 비슷한 성향을 지닌 다른 세대와 성별도 포함되고 있다. 다만, 나머지 5개 그룹에 비해 2030 남성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다.

이 그룹이 코어 보수와 구분되는 지점은 4개 이슈 영역에서 진보와 보수가 골고루 있다는 점이다. 민주주의와 독재 관련 이슈에서 강한 진보 성향을 보인다는 게 가장 눈에 띈다. ‘5·18 민주화운동 당시 군부의 시민 학살에 대항해 광주 시민들이 무장한 것은 정당했다’는 진술에 대해 84%가 동의했다. 같은 질문에 코어 보수는 40%만 동의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이 정당했냐’는 질문에도 84%가 동의했다. 코어 진보(99%) 다음으로 높은 응답이다. 코어 보수(16%)와는 거리가 있다.

2030 남성 그룹의 또 다른 차별점은 젠더와 차별금지법 이슈에서 가장 보수적 입장을 취한다는 점이다. 코어 보수보다도 더 보수적이다. ‘페미니즘은 성평등보다 여성우월주의를 주장한다’는 의견에 71%가 동의했다. 코어 보수는 56%만 동의했다. ‘경찰 채용 시 여성할당제를 두는 것’에도 이 그룹의 71%가 반대했다. 이 또한 코어 보수의 62%보다 높은 수치다.

2023년 12월12일 경남 김해시에서 열린 고 김오랑 중령 44주기 추모제에서 유승민 전 의원이 추도사를 하고 있다. 이번 조사에서 유 전 의원은 ‘스윙 중도보수’ 그룹에서 높은 호감을 얻었다.ⓒ연합뉴스
2023년 12월12일 경남 김해시에서 열린 고 김오랑 중령 44주기 추모제에서 유승민 전 의원이 추도사를 하고 있다. 이번 조사에서 유 전 의원은 ‘스윙 중도보수’ 그룹에서 높은 호감을 얻었다.ⓒ연합뉴스

진보와 보수의 성격을 모두 띠는 것 같은 그룹이지만,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에 대한 태도는 싸늘하다. 2030 남성 그룹의 63%는 정부·여당 심판론에 동의했다. 이들은 현재 국민의힘이 당내 다양한 목소리를 담지 못하고 있다고 본다(76%). 그렇기에 국민의힘에 실망감을 느끼는 비율은 82%다. 앞서 언급한 ‘스윙 중도보수’ 그룹보다 더 강한 실망감을 표출했다. 이들의 실망감을 반영하듯, 윤석열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는 정치인들에 대한 감정온도가 친윤(친윤석열) 정치인에 비해 높다.

윤석열 정부에 대한 실망감이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에 대한 지지로 곧바로 이어질 것 같지만, 속내는 더 복잡하다. 이준석 전 대표에 대한 감정온도는 27.9도로 이재명 민주당 대표(35.4도)나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29.4)보다도 낮다. 그럼에도 ‘이준석 신당’이 창당될 경우 핵심 지지 세력이 될 가능성이 큰 그룹이다. 전체 6개 그룹 중 ‘이준석 신당을 지지할 의향’을 가장 높게 밝혔다(25%). 양당에 대한 실망감 때문에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아닌 다른 정당을 지지하겠다고 응답한 비율도 42%다. 스윙 중도보수와 함께 가장 높은 수치를 보였다. 민주당과 국민의힘 그리고 각종 신당의 행보를 살피며, 선거 마지막까지 선택을 고심할 가능성이 높은 그룹이다.

■ ‘스윙 여성’ 그룹(15%)

여성 비중이 다른 그룹에 비해 가장 높다. 이 그룹의 68%가 여성이다. 연령대는 고르다. 정책과 가치 지향에서 중도적 성향이 가장 강하다. 경제와 복지에서는 중도보수, 민주주의에선 중도 진보, 젠더에선 중도, 대외 정책에선 중도 진보적 성향을 보인다. ‘재산에 부과하는 보유세를 내리거나 폐지해야 한다’는 견해가 이 그룹의 34%다. 스윙 중도보수 그룹의 35%와 비슷하다. ‘복지 수준을 축소하고 세금도 인하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20%가 동의하는데, 스윙 중도보수의 24%보다 약간 낮은 수준이다. 민주주의와 독재 관련 이슈에서는 2030 남성 그룹과 유사한 반면, 대외 정책에서는 스윙 중도보수와 결을 같이한다.

여성이 대다수인 그룹이라 젠더 이슈에서 진보적일 것이라 예상할 수 있다. 그러나 젠더 이슈에서는 중도 성향이 강했다. 다른 스윙보터 그룹인 2030 남성 그룹이나 스윙 중도보수 그룹에 비해서 진보적이지만, 코어 진보 그룹과는 거리가 멀다. ‘페미니즘이 성평등보다 여성우월주의를 주장한다’는 의견에 동의가 반대보다 3%포인트 많았다. 코어 진보는 반대가 동의보다 25%포인트 많은 것과 차이가 난다. ‘여성가족부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에도 이 그룹에서 폐지 동의가 폐지 반대보다 7%포인트 높다. 여성가족부 폐지 동의가 압도적인 2030 남성 그룹이나 코어 보수보다는 정도가 덜하다 해도, 폐지 반대가 압도적인 코어 진보와도 다른 성향을 띤다.

‘지지하는 정당이 없다’고 말한 비율은 이 그룹에서 가장 많았다. 58%에 달한다. 향후 절대 지지하지 않을 정당에 국민의힘을 고른 비율은 32%다. 이는 2030 남성 그룹의 37%보다는 적고 스윙 중도보수 그룹의 29%보다는 높다. 스윙 여성 그룹에서 ‘투표 의향이 없다’고 밝힌 비율은 10%로, 스윙보터 그룹으로 분류된 네 그룹 중에서 가장 낮았다.

■ 정치 무관심층(3%)

이들은 투표장으로 갈 가능성이 가장 낮다. 대부분의 여론조사 응답에 모르겠다고 응답했다. 이 그룹의 82%는 ‘정치에 관심 없다’고 답했고, 투표 의향은 33%로 매우 낮다.

 

■이렇게 조사했다

조사 일시: 2023년 12월7~12일
조사 기관: ㈜한국리서치
모집단: 전국의 만 18세 이상 남녀
표집틀: 한국리서치 마스터샘플(2023년 11월 기준 전국 89만여 명)
표집 방법: 지역별·성별·연령별 기준 비례할당 추출
표본 크기: 2000명
표본오차: 무작위 추출을 전제할 경우, 95% 신뢰수준에서 최대 허용 표집오차는 ±2.2%p
조사 방법: 웹조사(휴대전화 문자와 이메일을 통해 url 발송)
가중치 부여 방식: 지역별·성별·연령별 가중치 부여(셀가중, 2023년 11월 행정안전부 발표 주민등록 인구 기준)
응답률: 6.8%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기자명 국승민 (미시간 주립대학 정치학과 교수)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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