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3월 대선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민주당) 후보는 1614만7738표를 얻었다. 0.73%포인트 차이(24만여 표)로 졌다. 1987년 민주화 이후 역대 최소 표 차이다. 이재명 후보는 민주당계 최다 득표라는 기록도 세웠다. 선거에서는 졌지만, 이재명 후보와 민주당의 저변이 만만치 않다는 의미다.
윤석열 정부 동안 야당의 환경도 나쁘지 않았다. 윤석열 대통령은 정권 초부터 이례적인 지지율 하락을 겪었다. 〈시사IN〉이 이명박 정부 때부터 정례 실시한 신뢰도 조사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탄핵 직전 박근혜 전 대통령보다 낮은 신뢰도 수치를 기록했다(〈시사IN〉 제837호 ‘윤석열도 이재명도 신뢰 확장 실패’ 기사 참조). 윤석열 정부에 대한 심판론이 높은 편이다.
그런데 민주당의 사정이 좋지만도 않다. 정권 심판론만큼의 지지율을 흡수하지 못하고 있다. 총선 직전 해인 2019년과 2023년 12월 양당의 지지율을 비교해보자. 〈한국갤럽〉에 따르면 2019년 12월 민주당 40%,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21%다. 2023년 12월 민주당 34%, 국민의힘 35%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2019년 지지율 격차가 2020년 압승으로 이어졌던 민주당 상황과 견줘보면, 2023년 말 풍경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시사IN〉은 2024 총선 유권자 표심 분석의 세 번째 순서로 ‘누가 민주당에서 이탈해 있나’를 다뤘다. 183개 질문으로 이뤄진 웹조사를 통해 유권자 지형을 세분화해 교차 분석했다. 웹조사 문항 설계와 분석에는 여론조사 기관 한국리서치 이동한 여론본부 차장과 이소연 연구원, 여론조사 연구기관 한국사람연구원 정한울 원장(정치학 박사), 국승민 미시간 주립대학 교수(정치학과)가 함께했다. 조사는 지난해 12월7일부터 12월12일까지 실시했다. 새해 벽두 정치권을 발칵 뒤집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 피습(1월2일) 사건이 벌어지기 전이다.
이번 조사에서는 2022년 대선에서 이재명 민주당 후보를 찍고 2024년 총선에서도 민주당 지지 의사를 밝힌 이들을 ‘잔류 민주(21%)’라 명명했다. 반대로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에게 표를 던졌지만 현재로서는 총선에서 민주당 지지 의사가 없는(국민의힘·정의당·기타 정당 지지 및 모름 포함) 이들을 ‘이탈 민주(18%)’라 부른다. 비교를 위해,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를 찍지 않았고 총선에서도 민주당 지지 의사가 없는 ‘비토 민주(43%)’와 전체 평균도 함께 살폈다.
〈시사IN〉과 한국리서치가 공동 기획한 ‘2024 총선 유권자 표심 분석’은 이번 시리즈를 끝으로 마무리한다. 먼저 무당층의 표심을 분석했고 이어 거대 양당(국민의힘·민주당)을 지지했다가 떠난 유권자층을 차례로 살폈다. 특히 이번 기사는 ‘누가 국민의힘에서 떨어져 나갔나(〈시사IN〉 제851호 커버스토리)’와 짝이 되는 기사다. 전체 시리즈 기사를 함께 읽으면 총선을 좀 더 풍부하게 이해할 수 있다.
선거를 지지층 결집으로만 이기기는 쉽지 않다. 투표율이 높은 선거일수록 그렇다. 더 많은 사람이 투표장에 나올수록 외연이 확장된다. 2022년 대선 투표율은 77.1%였다. 박빙 승부(0.73%포인트 차이) 끝에 민주당이 졌다.
당시 이재명 민주당 후보에게 투표했다는 이들 스스로가 진단한 이념 성향을 살펴보자. ‘진보’ 일색이 아니다(〈그림 1〉). 자신을 진보라고 응답한 층이 잔류 민주에서는 66%이지만, 이탈 민주는 40%다. 이탈 민주에서는 자신을 ‘중도’라 답한 이가 가장 많았다(45%). 진보와 일부 중도의 연합이 2022년 대선에서 ‘민주당 이재명’에게 투표했다.
이들을 묶은 핵심 고리는 보수 레거시(legacy·유산)에 대한 부정적 태도다. 잔류 민주건 이탈 민주건 국민의힘에 대한 호감도가 낮다. 호감이라고 응답한 이들이 각각 1%, 4%에 불과했다. 국민의힘 계열 정당이 배출한 대통령에 대한 감정온도(0도:매우 부정적~100도:매우 긍정적 감정)도 좋지 않다. 보수정당의 아이콘인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감정온도도 낮은 편이다. 잔류 민주 31.1도, 이탈 민주 38.8도다. 비토 민주(66.5도), 전체 평균(49.3도)과 대비된다.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감정온도도 잔류 민주(19.1도), 이탈 민주(28.2도)가 비슷한 편이다.
무엇보다 이들은 ‘구조적 차별’에 대한 인식이 비슷하다(〈그림 2〉). 한국 사회의 다양한 집단에 대한 차별이 심각하냐고 물어봤다. 비수도권, 장애인, 다문화 가정, 여성에 대한 차별 인식이 잔류 민주와 이탈 민주에서 거의 차이가 없다.
한국 사회에서 장애인에 대한 차별이 여전히 심각하다고 생각한다면 2022년 이재명 민주당 후보를 찍었을 가능성이 높다(잔류 민주 76%, 이탈 민주 72%). 반대로 더 이상 한국 사회에 장애인에 대한 차별이 심각하지 않다고 보거나, 보통 수준이라고 여긴다면 이재명 후보를 찍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비토 민주 49%).
또한 이들은 윤석열 정부에 비판적이다(〈그림 3〉). 윤석열 정부 심판론에 적극 동의한다. 잔류 민주 95%, 이탈 민주 84%가 그렇다고 답했다. 연말 연초 정국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김건희 여사 관련 이슈에 대해서도 인식이 크게 다르지 않다. ‘김건희 여사가 국정 운영에 영향을 미친다’고 보는 이들이 다수다. 잔류 민주 91%, 이탈 민주 88%가 동의한다고 답했다.
‘김건희 특검법’ 필요성에 대해 잔류 민주(93%), 이탈 민주(89%) 대부분이 동의한다.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대해서도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소수다. 잔류 민주 7%, 이탈 민주 9%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에 대한 감정온도도 낮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감정온도는 잔류 민주 8.3도, 이탈 민주 15.8도다. 김건희 여사에 대한 감정온도는 더 낮다. 잔류 민주 4.0도, 이탈 민주 9.2도다.
이탈 민주 66%, ‘민주당은 실망감을 준다’
갈리는 지점은 현재 민주당 상황에 대한 평가다(〈그림 4〉). 이탈 민주의 비호감은 국민의힘만을 향해 있지 않다. 한때 이재명 후보를 찍었고, 지금도 보수정당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호감이 낮지만, 민주당에 대한 평가 또한 박하다.
하나씩 짚어보자. 이탈 민주의 민주당에 대한 호감도(42%)는 잔류 민주(87%)의 절반 이하다. ‘민주당은 실망감을 준다’라는 문장에 대해 이탈 민주 66%가 그렇다고 답했다. 잔류 민주는 31%만 동의했다. 국립국어원에 따르면, 실망감은 ‘희망이나 명망을 잃은 느낌’이다. 한때 기대를 품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이후 ‘방탄 논란’을 겪었다. 2022년 12월 노웅래 의원을 시작으로 2023년 이재명·윤관석·이성만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부결됐다. 비회기 중 다시 구속영장이 청구된 윤관석 의원은 구속됐다.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으로 송영길 전 대표도 구속됐다. 김남국 의원은 ‘코인 논란’으로 탈당했다. 연이은 악재에 대한 민주당의 대응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강성 지지층에 대한 인식도 잔류 민주와 이탈 민주 사이 차이가 있었다. 일부 강성 지지자는 민주당 주류 의견과 다른 목소리를 내는 의원 등을 향해 단체행동을 해 비판을 샀다. ‘민주당은 강성 지지층의 영향력이 크다’라는 말에 대해 이탈 민주는 57%가 그렇다, 31%가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잔류 민주 57%는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정반대 인식이다.
이탈 민주는 민주당의 ‘실력’에도 의구심을 가진다. 이번 웹조사에서 ‘우리나라 주요 사안 중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세 가지를 꼽아달라’고 했다. 잔류 민주(24%), 이탈 민주(29%) 할 것 없이 1순위로 저출산·고령화 정책을 꼽았다.
그런 다음 각자가 꼽은 1순위 정책을 ‘지지나 호감과 상관없이 잘 실현할 정당’을 골라달라고 했다. 잔류 민주는 민주당에 대한 충성도를 드러냈다. 77%가 민주당을 골랐다. 압도적이다. 이탈 민주의 선택은 달랐다. ‘없다’가 1위(36%)였다. 민주당은 2위(28%)로 뽑았다. 3위는 ‘모르겠다(20%)’이다.
그래서 이탈 민주(42%)는 민주당 심판론에 대해 비토 민주(74%)만큼은 아니지만 평균(48%)에 가깝게 동의한다. 잔류 민주가 단호하게 ‘야당 심판론에 공감하지 않는다(84%)’라고 응답한 것과 대비된다.
4월 총선을 앞둔 민주당의 과제에 대한 진단은 다양하다(〈그림 5〉). 흔히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꼽힌다.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에 대한 검찰 수사가 과도하다’고 맞선다. 실제로 잔류 민주 90%가 동의한다. 이탈 민주 또한 74%가 그렇다고 생각한다. 야당의 검찰개혁 주장에 대해서도 이탈 민주는 ‘윤석열 정부를 반대하기 위한 주장’(11%)이라기보단 ‘우리 사회 개혁을 위해 필요한 주장’(77%)이라고 생각한다.
이탈 민주가 좀 더 심각하게 생각하는 보는 사안은 강성 팬덤과 같은 당내 이슈다. ‘이재명 대표는 당내 강성 팬덤과 거리를 둬야 한다’는 항목에 대해 잔류 민주 53%는 동의, 39%는 동의하지 않았다. 이탈 민주 68%는 동의, 16%는 동의하지 않았다. 두 그룹 사이 인식의 차이가 있다. 이는 당내 민주주의 사안이기도 하다. 이재명 대표에 대한 잔류 민주(69.5도)와 이탈 민주(51.3도)의 감정온도 간극도 이 대표가 메워야 할 부분이다.
좀 더 근원적인 과제는 ‘정권 심판론만큼의 지지세 끌어안기’다. 정권 심판 대상의 중심에는 윤석열 대통령이 있다. 윤 대통령과 가장 각을 세우는 정치 지도자가 정권 심판론의 기수가 된다.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가장 비판적인 정치인이 누구냐는 질문이 중요한 까닭이다.
정권 심판론의 기수는 누구?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가장 비판적인 정치인이 누구라고 생각하느냐’라는 질문의 보기로 주요 여야 정치인을 제시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 심상정 전 정의당 대표다. 이준석 전 대표를 제외한 이들은 모두 지난 대선과 경선 과정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경쟁 대열에 서 있었다.
잔류 민주(51%)와 이탈 민주(42%) 모두 이재명 대표를 1위로 꼽았다. 제1야당의 대표인 동시에 지난 대선에서 역대 최소 득표 차이로 석패한 이재명 대표가 1순위로 인식되는 건 당연할 수도 있다.
2위가 눈길을 끈다. 2022년 윤석열 대통령을 도와서 대선 승리로 이끌 이준석 전 대표다. 잔류 민주 25%, 이탈 민주 23%가 ‘윤석열 대통령에게 가장 비판적인 정치인’으로 이 전 대표를 뽑았다. 정권 심판론의 중심으로 인식되어야 할 제1야당으로서는 반갑지 않은 상황이다. 심지어 이탈 민주 23%(공동 2위)는 ‘모르겠다’고 답했다(비교를 위해 〈그림 5-4〉에 ‘잔류 국힘’과 ‘이탈 국힘’의 표심도 함께 명시했다).
지난해 12월27일 국민의힘 탈당을 선언한 이준석 전 대표는 연일 윤석열 대통령을 직격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2024년 신년사로 ‘이념 패거리 카르텔’을 언급하면 이 전 대표는 “돼지의 눈으로 세상을 보면 돼지들만 보인다”라는 식으로 곧장 맞받아친다. 그는 “권력만 노리고 달려가는 저 패거리 권력 카르텔이 자신들이 뜻하는 대로 안 되면 상대를 패거리 카르텔로 지목하고 괴롭힌다. 이 모든 걸 바로잡을 방법은 정치 세력의 교체”라고 주장한다.
지금까지 살펴봤듯, 잔류 민주와 이탈 민주는 윤석열 정부를 대하는 태도만이 아니라 사회 주요 이슈를 보는 생각에서 큰 차이가 없다. 이념 차이를 묶을 수 있는 ‘구조적 차별’에 대한 인식에 공통점이 존재한다. 그러나 이들은 2022년 대선 후 민주당의 실력과 당내 민주주의 등에 불만을 가지고 이탈했다. 민주당이 정권 심판론의 도구로 적합한지 의문을 가지는 이들이다. ‘이탈 민주’는 탄력적이다. 이탈했다는 것은 다시 돌아올 수도 있다는 뜻이다. 기표의 경험이 있어서다. 선거는 보통 같은 문제를 반복하지 않는 쪽이 이긴다.
▪️ 이렇게 조사했다
조사 일시: 2023년 12월7일~12일
조사 기관: ㈜한국리서치
모집단: 전국의 만 18세 이상 남녀
표집틀: 한국리서치 마스터샘플(2023년 11월 기준 전국 89만여 명)
표집 방법: 지역별·성별·연령별 기준 비례할당 추출
표본 크기: 2000명
표본오차: 무작위 추출을 전제할 경우, 95% 신뢰수준에서 최대 허용 표집오차는 ±2.2%포인트
조사 방법: 웹조사(휴대전화 문자와 이메일을 통해 url 발송)
가중치 부여 방식: 지역별·성별·연령별 가중치 부여(셀가중, 2023년 11월 행정안전부 발표 주민등록 인구 기준)
응답률: 6.8%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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