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영 그림

지난 4·7 재보궐 선거 이후 정치권과 언론은 ‘20대 남자 현상’에 주목했다. 방송 3사가 참여한 공동예측조사위원회(KEP)의 출구조사에 따르면,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에 대한 20대 남성의 지지율이 무려 72.5%에 달했다. 60세 이상 유권자(남성 70.2%, 여성 73.3%)와 비슷한 수치다. 패배한 더불어민주당(민주당)에서는 20대 남성 유권자를 의식하며 ‘남녀평등 복무’ 같은 이야기들이 터져 나왔다.

상대적으로 덜 주목받은 숫자가 있다. 15.1%. 당시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투표를 한 20대 여성의 100명 중 15명은 거대 여야 정당을 찍지 않았다. ‘기타’로 분류된 제3정당에 표를 주었다. 성별과 연령을 함께 고려할 때, 오세훈 후보에게 가장 적은 표(40.9%)를 준 집단은 20대 여성이다. 20대 남성만큼이나 20대 여성의 투표 결과가 눈에 띈다. 같은 세대(20대)가 성별에 따라 완연히 다른 투표 성향을 보였다. 20대 남자 현상만큼이나 ‘20대 여자 현상’에도 주목해야 한다는 의미다.

〈시사IN〉은 이미 2019년에 20대 남자 현상을 분석한 바 있다(〈시사IN〉 제604호 커버스토리 ‘20대 남자 그들은 누구인가’ 참조). 208개 문항을 웹조사로 물었다. 이를 통해 20대 남자들이 ‘자신을 약자로 인식’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당시 조사에 응한 20대 남성 가운데 25.9%는 강력한 ‘페미니즘 반대’ 의사를 밝혔다. 그렇다면 20대 여자는 어떤 존재일까? 20대 남자가 보수 성향으로 돌아선 것처럼 보인다면 20대 여자는 어떠할까? 20대 남자가 자신을 약자로 인식한다면, 20대 여자는 스스로를 강자로 인식할까? 20대 남자가 반(反)페미니즘 성향이라면, 20대 여자는 친(親)페미니즘 성향이 강할까?

20대 여자 현상을 분석하기 위해 〈시사IN〉은 또다시 웹조사를 기획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리서치의 정한울 연구위원(정치학 박사)과 이동한 여론본부 차장, 여론과 선거를 전공한 국승민 미국 오클라호마 대학 교수(정치학과)가 이번 조사 설계와 분석에 참여했다. 20대 여성의 젠더, 정치, 사회적 개방성과 연대 의식 등을 묻는 방대한 질문을 238개로 추렸다.

웹조사는 지난 7월30일부터 8월2일까지 나흘 동안 진행되었다. 우선 한국리서치가 보유한 웹조사용 패널 63만명 가운데 인구 비례에 맞춰 선별한 1만183명에게 조사를 요청했다. 2490명이 참여했는데, 238개 질문에 모두 답한 사람은 전국의 만 18세 이상 남녀 2000명이었다(요청 대비 19.6%, 참여 대비 80.3%). 분석 대상을 연령별로 보면 20대(18~29세) 600명, 30대 600명, 그 외 연령대(40세 이상) 800명이다. 그 결과를 2회에 걸쳐 소개한다.

〈시사IN〉 웹조사 결과 20대 여성 10명 중 4명은 자신을 페미니스트로 생각하고 있었다. 위는 서울 이화여자대학교 풍경.ⓒ시사IN 신선영

20대 여성 10명 중 4명(41.7%)은 자신을 페미니스트로 생각하고 있다. 전체 응답자 평균(20.8%)의 두 배다. 20대 여성은 다른 세대의 여성들과 비교해도 스스로를 페미니스트로 인식하는 비율이 현격히 높았다(〈그림 1〉 참조).

웹조사가 이뤄지던 당시는 2020 도쿄 올림픽 양궁 금메달 3관왕 안산 선수에 대한 ‘온라인 학대’ 논란이 거셀 때였다. 일부 남성들이 안 선수에 대해, ‘숏컷’에 여대를 다니고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웅앵웅’ ‘오조오억’이라는 표현을 썼다며 페미니스트라고 몰아세웠다. ‘페미니스트’라는 용어가 마치 과거의 ‘빨갱이’ ‘종북’처럼 특정 개인이나 집단을 사회적으로 배제하기 위한 용도로 사용되었다. 해외 언론이 관심을 갖고 기사화할 만큼 특이한 사회현상이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도 20대 여성 중 41.7%가 ‘나는 스스로 페미니스트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페미니스트에 대한 ‘감정온도’도 20대 여성이 단연 높았다(〈그림 2〉 참조). 국승민 교수에 따르면, 감정온도는 다양한 사회집단이나 개인에 대해 사람들이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측정하기 때문에 미국 선거 여론 연구에 주로 쓰였다. 정치적 태도나 투표 행태에 큰 예측력을 보여왔다. 감정온도에서 0은 ‘매우 부정적’, 100은 ‘매우 긍정적’이란 의미다. 페미니즘에 대한 20대 여성의 감정온도는 53.3도였다. 전체 평균은 32.1도다. 페미니스트에 대한 감정온도가 가장 낮은 20대 남성(14.3도)과 비교하면 39도나 높다.

페미니스트와의 관계 수용에 대해서도 20대 여성이 가장 호의적이었다. 이웃(56.4%), 직장 동료(61.1%), 친구(48.4%), 가족(38.7%)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고 답했다(각 관계에 대해 복수 응답 가능).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의견이 전체 응답자 평균 기준으로 34.5%에 달했는데, 20대 여성에서는 12.3%에 불과했다. 대조적으로 20대 남성 가운데서는 무려 66.6%가 페미니스트를 인간관계에서 받아들일 수 없다고 답변했다.

그렇다면 20대 여성은 페미니즘을 무엇으로 생각하고 있을까? 이미 페미니즘(feminism)은 더 이상 한국어로 굳이 번역할 필요가 없는 단어로 굳어졌다. 정작 ‘페미니즘이 무엇인가’에 대해서는 매우 다양한 주장과 이를 둘러싼 논쟁이 존재한다. 어떤 이들에게 페미니즘은 ‘성평등 운동’이다. 다른 이들은 ‘XX 염색체(여성)로 태어나지 않은 이들을 배제해야 한다’는 주장·운동으로까지 페미니즘을 확장한다. 일부 남성들은 페미니즘을 ‘남성 혐오’로 이해한다.

지난해 3월 성 착취물을 제작·유포한 ‘N번방’ 운영자 조주빈이 서울 종로경찰서를 나서고 있다. ⓒ시사IN 이명익

정치권도 뛰어들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건강한 페미니즘’이란 말까지 만들어냈다. “저출산 등 여러 가지 문제는 얼마 전에 어떤 글을 보니, 페미니즘이라는 것이 너무 정치적으로 악용이 돼서 남녀 간의 교제 같은 것도 정서적으로 막는 역할을 많이 한다는 이야기도 있다.” 민주당 대선 경선에 출마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여성이라고 꽃처럼 대접받기를 원한다면 항상 여자는 장식일 수밖에 없다. 내가 그걸 안 하고 개척해 나가야지만 여성도 남자와 똑같다는 인식이 생길 것이다”라며 ‘페미라는 것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페미니즘은 여성 우월주의가 아니다. 모든 성차별에 반대하는 것이 페미니즘이다”라고 반박했다.

모두가 ‘페미니즘’을 이야기하지만 각자 페미니즘에 다른 의미를 부여한다. ‘20대 여성이 생각하는 페미니즘은?’이란 질문이 중요한 이유다. 〈시사IN〉 조사에서는 페미니즘과 관련된 다수의 문장을 제시했다. 이에 대한 답변을 통해 20대 여성의 ‘생각’을 파악해보려고 시도했다.

〈그림 3〉에 제시된 첫 번째 문장(‘페미니즘은 남녀의 동등한 지위와 기회 부여를 이루려는 운동이다’)은 페미니즘에 대한 가장 보편적 정의로 꼽힌다. 두산백과사전의 페미니즘 설명(여성의 권리 및 기회의 평등을 핵심으로 하는 여러 형태의 운동과 이론)과 유사하다. 이 문장에 대해 20대 여성의 67%가 동의했다. ‘페미니즘은 한국 여성의 지위 향상에 기여해왔다’에 대해서도 20대 여성 중 51.6%가 ‘그렇다’고 답변했다.

디지털 성범죄와 미투 운동의 영향

20대 여성들의 답변을 보면, ‘페미니즘은 성평등보다 여성 우월주의를 주장한다(24.7%)’ ‘페미니즘은 여성을 피해자로만 생각한다(28.1%)’ 같은 문장에 동의하는 비율은 낮은 편이었다. 특히 20대 여성 가운데 ‘페미니즘의 본질은 남성혐오다’에 ‘그렇다’고 답변한 비율은 15.7%였다. 페미니즘에 대한 다수 20대 여성의 생각을 엿볼 수 있는 수치다. 또한 69.6%는 ‘소수의 극단적인 주장이 (페미니즘으로) 과대 대표되고 있다’에 공감을 표시했고, 68.7%가 ‘페미니즘은 지나치게 공격받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렇기에 20대 여성 가운데 50.7%는 ‘페미니즘은 다양한 소수자와 더 폭넓게 연대해야 한다’고 여기지만, ‘페미니즘은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전환한 트랜스젠더를 배제해서는 안 된다’에는 37.6%만 긍정적 반응을 나타냈다. 비슷한 비율(33.2%)의 20대 여성은 ‘모르겠다’라며 판단을 유보했다.

20대 여성의 페미니즘에 대한 우호적 태도는 어디서 기원하는 걸까? 여성으로 태어났다고 모두 페미니스트가 되는 건 아니다. ‘자신의 성별 정체성을 중요하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답변한 여성들을 세대별로 나눠보았다. ‘중요하다’고 답변한 비율(63.6%)이 60대 이상에서 가장 높았다. 다음이 20대 여성(60.5%)이었다. 다만, ‘여성’이라는 자신의 정체성을 중요하게 여긴다고 해도 그것이 곧바로 페미니즘에 대한 우호적 태도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페미니즘에 대한 거부감이 든다’라는 문장에 대해 20대 여성은 28.9%만 동의했지만 60대 이상 여성은 41.3%가 그렇다고 답했다.

페미니즘에 대한 20대 여성의 성향은 또래 경험에서 기인했을 가능성이 있다. 어떤 집단이 함께 보고 겪으며 공유한 사건은 그 내부에 비슷한 인식을 형성하게 만든다. 더 나아가 연대를 위한 토양이 되기도 한다. 지난 수년 동안 20대 여성의 사회인식에 영향을 미친 사건이 다수 발생했다. ‘군 가산점제 폐지’ ‘낙태죄 폐지’ ‘미투 운동’ ‘탈코르셋 운동’ ‘N번방 사건 등 디지털 성범죄 처벌’ ‘2016년 강남역 살인사건’ ‘2018년 혜화역 시위’ 등이다. 이런 사건들이 ‘페미니즘·성평등 인식에 미친 긍정·부정 영향’을 물었다.

20대 여성 절반 이상이 ‘페미니즘과 성평등 의식에 긍정 영향을 받았다’고 답한 사건은 N번방 사건 등 디지털 성범죄 처벌(60.8%), 미투 운동(60.3%), 낙태죄 폐지(53.2%) 등이었다. 보통 ‘페미니즘 리부트(reboot·재시동)’의 계기로 꼽히는 2016년 강남역 살인사건에 대한 20대 여성의 긍정 영향 응답은 절반 아래였다(46.8%). ‘모르겠다’는 비율도 21.2%였다. 20대 여성은 생명·안전 관련 이슈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같은 여성 안에서도 ‘N번방 사건 등 디지털 성범죄 처벌’ ‘미투 운동’ ‘낙태죄 폐지’에 대한 긍정 답변은 세대가 올라갈수록 줄어드는 경향이 보였다(〈그림 4〉 참조).

20대 여성은 자신들이 사회구조적으로 차별받고 있다는 인식을 명확히 가지고 있었다. 〈그림 5〉가 이를 드러낸다. 조사에 응한 20대 여성 가운데 71.3%가 ‘한국에서 여성은 사회적으로 차별받고 있다’에 동의했다. 자신들이 차별받는 원인으로 사회구조, 즉 시스템을 지목했다. ‘한국에서 여성은 가부장제와 성차별 때문에 남성에 비해 사회경제적 지위가 낮다’에 대해 20대 여성 73.7%가 ‘그렇다’고 답했다.

‘남녀 임금격차는 여성에게 불공정하다(70.9%)’라는 20대 여성의 응답은 사실에 부합한다. 남녀 임금격차는 대표적인 성차별 근거로 꼽힌다. 한국의 남녀 임금격차 정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관련 통계를 발표하기 시작한 1995년부터 지금까지 최상위권이다. OECD 남녀 임금격차는 ‘남성과 여성의 중위소득 차이가 남성의 중위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율’로 계산된다. 남성의 중위소득이 100만원이고 여성의 중위소득이 60만원이라고 가정하면, 남녀 임금격차는 40%다. 성별 간 소득 차이(40만원)가 남성 중위소득(100만원)의 40%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남녀 임금격차는 2020년 현재 31.5%다(〈그림 7〉 참조). 칠레 8.6%, 체코 12.4%, 일본 22.5%보다 성별 임금격차가 크다는 뜻이다.

결혼·출산이 사회적 성취 저해한다

〈그림 6〉을 보면, 대다수 20대 여성은 능력 측면에서 남녀 간에 차이가 없다고 생각한다. ‘초·중·고 교육과정’과 ‘대학 입시’에서 남녀 간에 ‘별 차이 없다’는 의견이 60% 이상 동의를 얻었다. 취업 후 업무능력에서도 ‘별 차이 없다’가 52.7%다. 심지어 ‘여성이 더 유능하다’는 답변도 ‘초·중·고 교육과정’ 31.3%, ‘대학입시’ 23.4%, ‘취업 후 업무능력’ 25.5%에 달했다. 그러나 20대 여성 중 40%가 취업에서는 ‘남성이 더 유능’하다고 답변했다. 지난해 벌어진 동아제약 성차별 면접 사건 등을 상기해보면, 20대 여성이 이렇게 응답하는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20대 여성들은 능력 차원에선 자신들이 남성에 비해 ‘약자’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성별 차이가 없거나 오히려 더 유능하다고 생각하는 여성도 많다. 그런데 청년기 이후의 인생을 실질적으로 결정하는 취업에선 여성이 불리하다고 보는 것이다.

이 같은 인식에 기반해서 20대 여성은 ‘20대 남성의 마이너리티 정체성(=이대남은 약자다)’에 동조하지 않는다. 다시 〈그림 5〉에 따르면, ‘한국에서 남성은 사회적으로 차별받고 있다’는 질문에 20대 남성 가운데 58.6%가 동의한 반면 20대 여성은 18.4%만이 ‘그렇다’고 답변했다.

20대 여성이 한국의 사회구조가 성차별적이라고 본다는 사실 자체는 결혼과 출산을 결정하는 요소가 될 수 있다. 〈그림 5〉의 문장인 ‘지금 아이를 낳는다면, 여자아이가 더 살기 좋을 것이다’에 대해 20대 여성 응답자의 7%만 동의했다. 전체 성별·연령별 집단을 통틀어 가장 낮고 유일한 한 자릿수 응답이다. ‘남녀 차이가 없다’는 20대 여성은 35.4%, ‘남자아이가 더 살기 좋을 것이다’는 57.6%로 나타났다. 20대 여성의 대다수는 자신의 사회적 진로와 결혼·출산을 상충된 것으로 인식했다. ‘결혼’과 ‘출산·육아’가 자신의 사회적 성취를 저해할 것이라는 답변이 각각 65.0%와 72.2%에 달했다. 현실과 어긋나는 인식으로 보긴 힘들다. 국가 공식 승인 통계자료인 e-나라지표에 따르면, 2020년 현재 여성의 경력 단절 사유는 육아 42.5%, 결혼 27.5%, 임신·출산 21.3%, 가족 돌봄 4.6%, 자녀 교육 4.1% 순서였다.

이번 웹조사에서 ‘결혼은 반드시 해야 한다’ 및 ‘자녀는 반드시 낳아야 한다’는 문장에 대한 20대 여성의 동의 비율이 각각 8.1%(전체 평균 36.9%)와 7.5%(전체 평균 43.6%)로 나타난 것은 우연한 일이 아니다. 위의 두 문장에 대한 동의 비율이 한 자릿수에 머문 것은 전체 성별·연령별 집단 중 20대 여성이 유일했다. 지난해 KB금융지주가 발표한 ‘1인 가구 보고서’에서 ‘남자는 경제적 부담 때문에, 여자는 그냥 결혼을 안 한다고 답했다’라는 문구가 화제를 일으킨 바 있다. ‘그냥’이 함축한 수많은 맥락이 〈시사IN〉의 이번 웹조사에 담겨 있다. ‘왜 결혼을 안 하느냐’고 물어서는 답을 찾기 힘들다. ‘이래서 결혼을 안 하는구나’로 질문을 옮겨야 한다는 뜻이다.

정책 선호에서도 20대 여성의 반응이 뚜렷하게 잡히는 부분이 있었다(16쪽 〈그림 8〉 참조). 11가지 정책 이슈에 대해 물었다. 고전적으로 한국 사회에서 진보와 보수를 가르는 지표로 쓰이는 질문이다. ‘성장이냐 복지냐’ ‘정부의 시장규제 강화냐 완화냐’ ‘한·미 동맹 유지·강화냐, 축소·중단이냐’ ‘대북 제재·압박이냐, 지원·대화냐’ ‘동성혼 법제화에 찬성이냐 반대냐’ 등이다.

20대 여성은 사회문화적 이슈에 대해 다른 어느 성별·연령별 집단보다 진보 성향의 답변을 내놓았다. 성장(19.9%)보다는 복지(66%)가 우선이라고 답했다(전체 평균은 성장 44.2%, 복지 47%). 경제성장(28.8%)보다는 환경보호(61.9%)가 먼저라고 생각한다(전체 평균은 경제성장 47.2%, 환경보호 47.5%). 차별금지법을 찬성하고(67.5%) 더 나아가 동성혼 법제화까지 지지했다(64.1%). 전체 평균에서는 차별금지법 찬성 56.6%, 동성혼 법제화 찬성 30.3%였다.

다만 외교안보·경제 이슈에서는 20대 여성들은 전통적인 진보 성향 노선을 따르지 않았다. 대북 제재·압박(35.4%)과 지원·대화(35.7%)를 지지하는 비율이 비슷하게 나왔다. 시장에 대한 정부 규제 강화(28.5%)보다는 규제 완화(42.2%)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20대 여성이 주로 반응하는 정책은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차별금지, 다양성 등이었다. 사회적 소수자 집단 중에서도 20대 여성은 성소수자에 대해 가장 우호적이었다(〈그림 9〉 참조). 성소수자 중에서도 레즈비언(감정온도 50.5도)에게 가장 따뜻했다. 게이(38도)와 트랜스젠더(33.3도)는 전체 평균보다는 높았지만 상승 폭이 레즈비언만큼 크지는 않았다. 난민(30.7도)이나 조선족(24.9도)과 같은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감정온도는 전체 평균과 비슷하거나 낮았다.

20대 여성이 주로 반응하는 정책은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차별금지다. 그중에서도 성소수자에 가장 우호적이었다. 위는 6월27일 서울퀴어퍼레이드 참가자들. ⓒ시사IN 이명익

대신 관계 수용도에서 20대 여성은 ‘친구가 될 수 있다’에 난민 30.9%(전체 평균 26.8%), 외국인 노동자·이민자 53.7%(전체 평균 45.7%)라고 응답했다. ‘가족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에는 난민 12.3%(전체 평균 9.5%), 외국인 노동자·이민자 27.3%(전체 평균 17.4%)라고 답해 전체 평균보다 높았다. 20대 여성의 남성(38.7도)에 대한 감정온도가 평균(56.7도)에 비해 두 자릿수 이상 낮다는 점도 눈에 띄었다.

20대 여성은 자신이 생각하는 ‘사회적 약자를 돕기 위해 최근 1년 동안 연대 활동을 해봤다’는 응답도 높은 편이다. 온라인과 소셜미디어에서 특히 활동을 강도 높게 하는 경향이 두드러졌다. 세 번 이상 있다고 응답한 20대 여성(14.5%)은 전체 평균(6.3%)보다 두 배 이상이었다. ‘글·댓글·사진·동영상 등에 공감·좋아요를 표시했다’거나 ‘청와대 국회 국민청원 게시글에 동의를 표시했다’는 내용이었다. 이를 위해 자발적으로 돈을 써본 적이 세 번 이상 있다는 20대 여성의 응답(17.3%)도 전체 평균(10.4%)보다 높았다. 조용히, 티가 덜 나게, 하지만 의사는 제대로 표현하겠다는 모습이다.

지지하는 정치세력 관련 질문은 이를 드라마틱하게 드러낸다(〈그림 10〉 참조). 〈시사IN〉은 조사 대상자들에게 ‘법과 사회질서 확립 우선’ ‘정부 개입의 최소화 우선’ ‘경제적 재분배 우선’ ‘사회적 소수자가 겪는 차별 금지와 다양성 우선’ 등 네 정치세력 가운데 1순위를 골라달라고 요구했다. 권위주의, 자유(지상)주의, 사회민주주의, 다문화주의 중 어디를 지지하느냐는 질문의 변용인 셈이다. 올드라이트(old right)와 뉴라이트(new right), 올드레프트(old left)와 뉴레프트(new left)를 표상하는 용어들이기도 하다.

이념 지형의 새로운 균열

한국인은 ‘법과 사회질서 확립 우선’ 세력을 가장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응답자 기준으로 보면 49.2%가 1순위로 꼽았다. 2위는 경제적 재분배를 우선하는 세력(17.6%), 3위 사회적 소수자가 겪는 차별 금지와 다양성을 우선하는 세력(12.7%), 4위 정부 개입의 최소화를 우선하는 세력(10.7%)으로 나타났다. 지지 세력에 대한 선호 순위는 전체와 각 세대별 순위가 대체로 일치했다. 이를테면 60대 이상의 1위도 법과 사회질서 우선 세력, 2위도 경제적 재분배 우선 세력인 식이다.

그런데 20대만 달랐다. 20대 여성과 20대 남성 모두 전체 순위와 다른 지지 세력을 1, 2위로 꼽았다. 20대 여성이 가장 선호하는 정치세력은 ‘사회적 소수자가 겪는 차별 금지와 다양성 우선’ 세력(32.1%)이었다. 전체 성별·연령별 집단 중 유일하게 ‘법과 사회질서 확립 우선’에 1등을 내주지 않았다. 20대 남성은 지지 세력 순위 2위에 정부 개입의 최소화를 우선하는 세력을 꼽았다.

데이터를 살펴본 국승민 교수는 “정치세력을 도식화하는 다소 도전적이고 무리한 시도임에도 불구하고, 20대 여성과 남성에게 보이는 새로운 정치적 경향을 포착하기 위해 설계한 질문이었다. 20대 여성은 ‘사회적 소수자 차별 금지와 다양성’을, 20대 남성은 ‘정부 개입의 최소화’를 선호할 거라는 가설이 정확하게 맞아 적잖이 놀랐다. 한국 사회를 20년 넘게 설명한 진보·보수의 이념 지형에 새로운 균열이 생기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단초다”라고 말했다.

새로운 이념 지형의 균열이 20대 남성과 여성 안에서 유독 크게 일어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뭘까. 이 질문을 중점에 두고 다음 주 발행되는 〈시사IN〉 제729호에서 이야기를 풀어갈 예정이다.

이렇게 조사했다

조사 일시 : 2021년 7월30일~8월2일
조사 기관 : 한국리서치
모집단 : 전국의 만 18세 이상 남녀
표집틀 :한국리서치 마스터샘플(2021년 7월 기준 전국 63만여 명)
표집 방법 :20대, 30대, 40세 이상으로 연령대를 구분한 다음 지역별·성별·연령별 기준 비례할당 추출
표본 크기 :2000명(18~29세 600명, 30~39세 600명, 40세 이상 800명)
표본오차 :무작위 추출을 전제할 경우, 95% 신뢰수준에서 최대 허용 표집오차는 전체:±2.2%p, 20·30대:±4.0%p, 40세 이상:±3.5%p
조사 방법 :웹조사(휴대전화 문자와 이메일을 통해 url 발송)
가중치 부여 방식 : 지역별·성별·연령별 가중치 부여(셀가중, 2021년 6월 행정안전부 발표 주민등록 인구 기준)
응답률(협조율) : 조사 요청 1만183명, 조사 참여 2490명, 조사 완료 2000명(요청 대비 19.6%, 참여 대비 80.3%)

 

* 이어지는 기사는 책 〈20대 여자〉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https://sisainbook.com/SJB03/

기자명 김은지 기자 다른기사 보기 smile@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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