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IN 신선영
ⓒ시사IN 신선영

대한민국 검사(檢事) 수는 약 2100명이다. 전체 국민의 약 0.004%에 불과하다. 평범한 사람은 살면서 검사를 만날 일도 거의 없는데, 우리 사회에서 검사의 위상은 절대적이다. 선출직이 아니면서도 일반 공무원과는 비교할 수 없는 권한이 주어졌다. 그만큼 책임 또한 크다. 검찰청법은 검사를 ‘공익의 대표자’라고 정의한다.

1990년대 문민정부 이후 국가안전기획부 같은 음지의 정보기관이 힘을 잃은 자리에 검찰이 등장했다. 우리 사회는 공적 갈등의 해결을 검찰에 맡기기 시작했다. 피의자를 조사하는 수사권, 그리고 그 피의자를 재판에 넘길지 말지 결정하는 기소권을 모두 가진 검찰의 위상이 날이 갈수록 높아졌다. 우리가 기억하는 굵직한 정치·경제·사회 이슈마다 검찰이 칼을 뽑거나, 혹은 뽑지 않았다. 과거 ‘중수부’ ‘특수부’ 같은 검찰의 특정 부서는, 그 자체로 공포의 대상이었다. 언젠가부터 검사는 자칭 타칭 ‘칼잡이(劍事)’라 불렸다.

검찰은 우리 시대 가장 날카롭고 뜨거운 존재다. 문재인 정부는 검찰을 개혁 대상으로 보았다. 최우선 국정 과제로 검찰개혁을 밀어붙였다. 그 과정에서 ‘조국 사태’ ‘검찰개혁 촛불집회’ ‘추·윤 갈등’ 같은 사회적 갈등이 폭발했다.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는 지금 사상 최초로 검사 출신 대통령의 시대에 살고 있다.

전임 정부의 검찰개혁이 ‘검사 대통령’ 탄생으로 귀결된 오늘, 풀리지 않는 의문이 꼬리를 문다. 윤석열 대통령 시대는 검찰개혁의 반작용이었을까. 문재인 정부의 검찰개혁은 왜 실패했을까. 야권의 주장처럼 우리는 ‘검찰독재 공화국’에 살고 있을까. 무엇보다, 이런 현실을 목도하는 대다수 시민은 검찰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시시IN〉은 새로운 여론조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그동안 검찰에 관한 여론조사는 ‘검찰개혁 찬반’ ‘야당 대표 수사 찬반’ 같은 개별 이슈에 대한 단순 질문이 대다수였다. 검찰에 대한 국민 인식의 저변을 보여주는 조사는 없었다. 우리는 검찰의 이미지, 검찰과 돈, 검찰과 언론, 윤석열 정부와 검찰, 문재인 정부의 검찰개혁 등을 아우르는 여론조사를 기획했다. 설문 문항이 100개가 넘는 대형 조사다.

검찰에 대한 최초의 대형 인식 조사

이번 조사의 목적은 분명하다. 앞서 말한 마지막 의문, 즉 평범한 시민이 검찰을 둘러싼 여러 쟁점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드러내려 했다. 설문 작성을 위해 법조인, 학자, 인권활동가 등에게 자문했고, 최대한 대중적 눈높이에서 문항을 설계하려 했다. 설문은 여론조사기관 한국리서치가 확보한 온라인 웹조사 패널(89만명)을 활용했다(‘이렇게 조사했다’ 참조). 과거 〈시사IN〉의 ‘20대 남자·여자 현상’ ‘반중 정서’ ‘기후위기’ 여론조사 때도 이 패널을 이용했다.

미리 밝혀두자면, 이번 조사는 몇 가지 한계를 염두에 두고 시작했다. 첫째, 유례가 없는 조사인 만큼 과거 데이터와 비교하는 ‘시계열 분석’이 불가능하다. 둘째, 검사의 권한·검찰개혁 등 질문이 구체적인 만큼 관련 지식이 없는 응답자들이 무책임한, 또는 다른 요인에 의한 답변을 할 가능성이 있다. 셋째, 정치적으로 민감한 특정 기관에 대한 설문인 만큼 편향성 또는 타깃 조사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

〈시사IN〉은 이번 조사에 이런 한계를 상쇄하는 공익이 있다고 판단했다. 앞선 예단이 기우였음을 드러내는 결과도 매우 많다. 부족한 대로 또 아쉬운 대로, 검찰에 대한 시민의 인식 저변을 드러낸 이번 조사 결과가 사회적 논의의 단초가 되기를 기대한다.

이번 호에 검찰에 관한 일반 인식을 먼저 쓴다. 이어서 윤석열 정부와 검찰 권력, 문재인 정부와 검찰개혁 순으로 보도할 예정이다. 진정한 판단은 독자의 몫이다.

진보·보수 따라 다르거나 같거나

시작해보자. 우선 우리 사회 각 전문직 중 누가 사회적 영향력이 큰지 물었다(‘영향력이 매우 크다’+‘큰 편이다’ 합계). 국회의원(87.8%), 판사(87.2%), 검사(85.8%) 순이었다. 정부 관료(83.1%), 언론인(82.5%), 기업인(72.6%), 변호사(60.9%), 경찰(51.6%), 군인(22.7%)이 그 뒤를 이었다. 선출직인 국회의원을 제외하면 ‘판검사’가 우리 사회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갖고 있다고 응답했다. 같은 법조인이지만 판검사와 변호사의 영향력 차이가 25%포인트나 벌어지는 것도 눈에 띈다(〈그림 1〉 참조).

흥미로운 점은 검사의 영향력이 ‘매우 크다’라고 응답한 이들의 이념 성향이다. 진보층의 54.5%가 ‘매우 크다’고 답한 반면 보수층은 31.0%, 중도층은 35.5%가 그렇게 답했다. 검사 외에 국회의원, 판사, 정부 관료 등에 대한 평가에서는 이념 성향별로 이처럼 확연한 차이가 나지 않았다. 진보층에서 유독 검사의 힘을 높이 평가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는 이번 검찰 인식 조사 결과를 이해하는 중요한 요소다.

이제 본격적인 질문이다(〈그림 2〉). 맨 처음 질문은 ‘검사는 국민을 위해 일하는 공무원이다’라는 진술에 대한 동의 여부다. ‘그렇다(매우 그렇다+그런 편이다)’가 51.9%로 절반을 넘겼지만, ‘그렇지 않다(전혀 그렇지 않다+그렇지 않은 편이다)’도 44.0%로 나타났다. 이 질문은 사실 ‘워밍업’에 가까운 것이었다. 그럼에도 검사는 국민의 ‘공복’이 아니라고 여기는 응답이 적잖게 나왔다.

다음은 ‘검사는 법에 따라 공정하게 수사하고 있다’라는 진술이다. ‘그렇지 않다’가 58.2%로 나타났다. ‘그렇다(37.4%)’와는 큰 차이가 났다. 진보-보수의 차이는 더 뚜렷하다. 보수층은 55.3%가 검사가 공정하게 수사하고 있다고 답한 반면 진보층은 17.0%에 불과했다.

좀 더 구체적인 질문을 던졌다. 검사가 권력자의 부패와 기업의 비리를 단호하게 수사하고 있는지 물었다. 67.9%가 ‘그렇지 않다’고 응답했다. 무척 높은 부정 평가다. ‘권력자에 대한 단호한 수사’는 검찰이 누누이 강조하는 본연의 임무다. 검찰개혁에 반대하는 논거로도 쓰였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지난해 5월 취임식에서 “국민이 원하는 진짜 검찰개혁, 진짜 형사사법 시스템 개혁은 사회적 강자에 대해서도 엄정하게 수사할 수 있는 공정한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조사 결과 3분의 2 가까운 국민은 검찰이 사회적 강자에 대해 엄정하게 수사하지 않는다고 여기고 있었다.

이 대목에서도 진보와 보수는 엇갈렸다. 진보층의 11.0%만이 검찰이 부패와 비리를 단호하게 수사하고 있다고 답했다. 반면 보수층에서는 43.9%였다. 앞서 ‘공정하게 수사하고 있다’라는 진술에 대한 진보-보수 간 응답 비율과 비슷하다.

이념 성향에 따른 차이가 별로 없는 대목도 있다. 동료 검사 및 검사 출신 인사에 대한 수사를 공정하게 하고 있는지 물었다. ‘봐주기 수사’를 하고 있다고 응답한 이들이 77.1%나 됐다. 이를 자세히 살펴보면 진보층의 92.4%는 물론 보수층의 67.2%도 그렇게 답했다. 보수층 응답자 3분의 2가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에는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낸 셈이다.

대중적 눈높이에 맞춘 질문도 있다. ‘내가 죄를 저질렀을 때 검사 친구가 있다면 도움이 될 것 같다’라는 문항이다. ‘그렇다’가 67.0%, ‘그렇지 않다’는 28.2%였다. 여기서 또 다소 차이가 난다. 진보층의 76.2%가 검사 친구가 도움을 줄 것이라고 생각한 반면 보수층은 62.1%였다.

"검찰이 제 식구 감싼다" 77%

‘내 자식이나 지인이 검사가 되면 좋겠다’에 대한 응답은 어떨까. 62.8%가 ‘그렇다’고 답했고, 32.4%는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앞서 ‘검사 친구가 도움이 될 것 같다’와 비슷한 답변 비율이지만, 진보층의 태도가 흥미롭다. 진보층의 40.8%는 내 주변인이 검사가 되길 원치 않는다고 답했다. 보수층(25.4%)과 큰 차이가 난다. 다양한 해석이 나올 수 있다. 진보층은 검사의 힘에 대해 더 민감하지만, 그 힘을 갈망하지는 않는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검찰의 이미지를 한마디로 표현할 수 있을까. 정의, 유능, 권위, 권력 지향 이렇게 네 개 키워드를 제시했다(〈그림 3〉). 응답자들이 가장 많이 꼽은 키워드는 ‘권위적이다(87.3%)’였다. 다음으로 ‘권력 지향적이다(84.6%)’ ‘유능하다(54.4%)’ ‘정의롭다(33.2%)’ 순이었다. ‘권위적이다’ ‘권력 지향적이다’라는 응답은 진보층에서 우세했지만, 진보와 보수 간에 큰 차이 없이 모두 많았다. ‘유능하다’ ‘정의롭다’의 경우 보수층 응답이 높았다.

지지 정당별로 보면 차이는 더 벌어진다. 국민의힘 지지자의 76.1%가 검찰이 ‘유능하다’고 답한 반면 민주당 지지자는 38.6%에 그쳤다. ‘정의롭다’는 극단적으로 갈렸다. 국민의힘 지지자 60.1%가 검찰이 정의롭다고 응답했지만, 민주당 지지자는 19.1%에 불과했다. 무려 세 배가 넘는 차이다. 최근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 대한 검찰의 수사 및 영장 청구가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검찰에 관한 이미지 형성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요소에 대해서도 물었다. ‘검찰이 지휘했던 주요 수사 결과(24.7%)’ ‘검찰 출신 정치인의 언행(24.4%)’ ‘검찰 관련 뉴스(23.8%)’ 순으로 높았다. ‘대중문화 속 이미지(10.8%)’나 ‘주변 사람의 평가(6.0%)’ ‘사건에 연루돼 수사를 받아본 경험(2.6%)’은 높지 않았다. 상당수 시민은 검찰의 수사 결과나 언행, 관련 뉴스 같은 구체적 정보를 취합해 검찰에 대한 이미지를 형성했음을 알 수 있다.

2019년 1월 서지현 검사가 국회에서 열린 ‘미투 1년, 좌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2019년 1월 서지현 검사가 국회에서 열린 ‘미투 1년, 좌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제 과거의 구체적인 사건들이 검찰에 대한 이미지를 어떻게 바꾸었는지 살펴보자. 이번 조사에서 가장 방대했던 문항이다. 검찰개혁을 공식 천명했던 노무현 대통령 이후 검찰과 관련된 주요 사건을 나열하고 각각의 사건으로 검찰의 이미지가 좋아졌는지 나빠졌는지 물었다.

검찰 인식 조사를 설계하면서 가장 고심했던 부분이 이번 문항이다. 세간에 널리 알려진 검찰 관련 사건은 대체로 검찰에 부정적이기 마련이다. 검찰이 칭찬받을 만한 사건은 잘 알려지지 않는다. 대검찰청이 선정하는 ‘이달의 우수 사례’ 등을 살펴봤지만 보통 시민이 기억할 만한 사건을 찾기 쉽지 않았다. 결국 ‘가평계곡 살인사건의 보완 수사’ ‘문무일 전 검찰총장의 과거사 사과’ ‘박근혜·최순실(개명 후 최서원) 게이트 수사’ 등을 포함해 15개 문항을 완성했다.

검찰 이미지가 나빠진 사건 1위는?

결과는 이렇다. 검찰 이미지가 나빠진 사건으로 응답자들은 ‘검찰 고위 간부가 여성 검사를 성추행한 사건’을 1위로 꼽았다(〈그림 4〉). 2018년 서지현 검사의 ‘미투’ 사건이다. 검찰 간부가 동료 검사를 성추행한 데 이어, 이로 인한 인사 불이익까지 당했다는 논란이 커지면서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줬다.

2위는 ‘고발 사주 의혹 당사자인 검사를 검사장으로 승진시킨 일’이 꼽혔다. ‘고발 사주 의혹’은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비판적인 인사를 고발하라고 검찰이 야당에 사주했다는 논란이었다. 3위는 ‘검찰 특수활동비·업무추진비 부정사용 및 정보은폐 의혹’, 4위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별장 성접대 의혹 사건’, 5위는 ‘김건희 여사 회사에 기업이 대가성 협찬을 했다는 의혹을 무혐의 처분한 일’이 꼽혔다. 2, 3, 5위는 모두 올해 들어 벌어진 사건이다. 검찰개혁의 도화선이었다고 할 수 있는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는 7위로 꼽혔다.

흥미로운 것은 진보층의 경우 검찰의 이미지가 가장 나빠진 사건으로 ‘특수활동비 부정사용 의혹’을 꼽았다는 점이다. 86.9%가 응답했다. 보수층은 ‘서지현 검사 미투’ 사건을 꼽았다. 57.8%였다. 서지현 검사 사건이 검찰 이미지를 나쁘게 만든 사건 1위로 꼽힌 데에는 보수층의 응답이 한몫했다.

이미지가 좋아진 사건으로는 ‘가평계곡 살인사건의 보완 수사’가 1위로 꼽혔다(〈그림 5〉). 이어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수사’ ‘검찰총장의 과거사 사과’가 꼽혔다. 눈여겨볼 점은 이들 사건이 검찰이 이뤄낸 ‘성과’임에도, 이미지가 ‘좋아졌다’고 응답한 비율이 높지 않다는 점이다. 가평계곡 사건의 경우 40.8%만 좋아졌다고 응답했고,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는 34.5%, 과거사 사과도 34.4%에 머물렀다. 상당수가 검찰 이미지가 ‘특별히 변하지 않았다’고 응답했기 때문이다. 이미지가 나빠진 사건의 경우 1, 2, 3위 모두 60% 이상 응답한 것과 대비된다.

2018년 11월 문무일 검찰총장(허리 숙인 사람)이 형제복지원 사건 피해자들에게 사과를 하고 있다.ⓒ시사IN 신선영
2018년 11월 문무일 검찰총장(허리 숙인 사람)이 형제복지원 사건 피해자들에게 사과를 하고 있다.ⓒ시사IN 신선영

검찰은 억울할 수 있다. 몇몇 부정적 사건만 세간에 회자되며 일선에서 묵묵히 일하는 평검사들의 노고는 온전히 평가받지 못한다고 여길 수 있다. 실제로 시민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대다수 검사는 본연의 임무를 다하고 있지만 일부 검사들이 정치적 수사를 하고 있다고 보는지 물었다. 77.8%가 ‘그렇다’고 답했다(〈그림 2〉).

몇몇 부정적 사건만 부각되어 검찰의 이미지가 나빠졌다고 보는지도 물었다. 67.7%가 ‘그렇다’고 답했다. 특히 검찰과 관련해 부정적 사건만 부각되어 이미지가 나빠졌다고 보는 이들은 진보층(85.4%)과 중도층(75.9%)에서 보수층(72.9%)보다 더 많았다. 다수 선량한 검사들 처지에서는 위안을 삼을 만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검사는 일반 공무원과 비교해 남다른 대우를 받는다. 우선 임관 초기부터 공무원 3급 대우를 받고 시작한다(판사도 3급 대우다). 행정고시나 외무고시 출신은 5급부터다. 차관급 대우를 받는 검사장도 40~50명에 이른다. 최근 논란이 된 특수활동비 문제에서 보듯 우수 검사 격려 등을 위해 별다른 증빙 없이 쓸 수 있는 돈도 많다.

그래서 물었다. 호봉과 처우 등에서 검사가 일반 공무원보다 많은 권한을 누릴 자격이 있을까. ‘없다’는 응답이 49.0%로, ‘있다(32.8%)’보다 높았다. ‘모르겠다’는 18.2%였다. 진보층의 67.1%, 중도층의 48.3%가 그럴 자격이 없다고 답했다. 보수에서도 36.4%가 자격이 없다고 답했다. 특수활동비 등을 검찰이 투명하게 처리하지 못할 경우 여론이 나빠지리라는 걸 짐작할 수 있다(〈그림 6〉).

‘돈’은 검찰의 어두운 뒷면이다. 우리 사회에서 검찰의 이미지가 나빠진 데에는 ‘스폰서 검사’ ‘벤츠 검사’ 같은 ‘일부’ 검사의 행태가 큰 영향을 미쳤다. 시민들은 이를 일부 검사의 일탈로 여기고 있을까. ‘스폰서 검사는 극소수일 뿐 대다수 검사는 청렴하다’에 동의하는지 물었다. 결과는 ‘그렇다(42.3%)’와 ‘그렇지 않다(45.2%)’가 팽팽했다(〈그림 7〉).

그러나 돈과 관련한 그다음 질문에서는 양상이 변했다. ‘범죄를 수사하는 업무의 특성상, 검찰이 쓰는 비용에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기는 어렵다’고 보는지 물었다. ‘그렇지 않다’는 응답이 55.5%로, ‘그렇다(36.0%)’보다 높았다. ‘세금을 투명하게 쓰고 있다’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더욱 부정적이었다. 20.4%만이 그렇다고 답했다. ‘그렇지 않다’는 67.3%였다. 세 배 넘는 차이다. 검찰의 ‘돈 문제’에 시민들이 분명한 경고장을 보내고 있음을 확인한 결과다.

검찰과 언론의 관계도 관심사다. 대장동 사업과 관련된 법조기자 출신 김만배씨의 존재가 알려지면서 검찰과 언론의 유착이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한편으로는 최근 김만배-신학림 허위 인터뷰 의혹으로 검찰이 독립언론 〈뉴스타파〉를 압수수색하면서 비판 언론 옥죄기 아니냐는 논란도 커졌다. 검찰에서 준 정보를 언론이 받아쓰는 관행에 대해서도 오래전부터 문제 제기가 있었다.

전부 물었다. 우선 검찰과 언론이 서로 긴밀한 유착 관계에 있다고 생각하는지 물었다. 63.1%가 ‘그렇다’고 답했다. ‘김만배 허위 인터뷰’ 논란을 수사하기 위해 검찰이 언론사를 압수수색한 것이 정당한지에 대해서는 46.4%가 ‘그렇다’고 답했다. ‘그렇지 않다’는 39.2%, ‘모르겠다’는 14.4%였다(〈그림 8〉).

"검찰의 정보, 신뢰할 수 없다" 62.1%

검찰발 정보를 언론이 받아쓰는 문제는 좀 달리 물었다. 옳은지 그른지 묻지 않고 검찰의 정보를 신뢰할 만하느냐고 물었다. 다소 뜻밖의 결과가 나왔다. ‘신뢰할 수 없다’는 답변이 62.1%로, ‘신뢰할 만하다(28.7%)’보다 훨씬 많았다. ‘신뢰할 수 없다’는 응답은 진보층(83.3%)이 이끌었지만 중도층(64.6%)과 보수층(43.2%)에서도 적지 않았다. 법조 출입기자 등 현직 언론인들이 곱씹어봐야 할 결과다.

이제 이번 글은 마무리를 향해 나아간다. 검사 출신 대통령의 시대, 검찰의 영향력이 커졌다고 생각하는지 물었다. ‘커졌다’는 응답이 57.6%로 가장 높았다. ‘큰 변화 없다’는 21.9%, ‘줄어들었다’는 13.9%였다. ‘커졌다’는 응답자 가운데 ‘매우 커졌다’가 37.1%를 차지했다.

여기서 다시, 검찰의 영향력이 커졌다고 생각하는 응답자 576명에게만 따로 그 이유를 물었다(1순위 응답). ‘검사 출신 대통령이 나왔기 때문’이라는 응답이 44.6%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정치권이 정치로 풀어야 할 일을 검찰 수사에 맡기고 있기 때문(19.8%)’ ‘정치권이 각종 비리에 연루되는 일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13.1%)’ 순이었다. ‘범죄 및 부정부패 척결에 대한 국민의 요구가 커졌기 때문(10.3%)’이나 ‘검찰이 수사를 잘해왔기 때문(2.4%)’ 등의 응답은 많지 않았다(〈그림 9〉).

이 결과가 말하는 바는 이렇다. 검찰의 영향력이 커진 배경에는 ‘정치’가 있다. 검찰이 정치에 직간접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일들이 잦아지면서 검찰의 힘 자체가 커졌다. 영향력이 커진 이유에 대해 3순위까지 응답한 결과를 보면 이는 더욱 뚜렷해진다(〈그림 10〉). 정치로 풀어야 할 일을 검찰 수사에 맡기기 때문이라는 응답과 정치권이 비리에 연루되는 일이 늘고 있기 때문이라는 응답이 큰 폭으로 오른다. 거꾸로 말하자면, 검찰의 힘을 다스릴 수 있는 존재가 결국 정치라는 이야기다.

2019년 9월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국회에서 11시간 동안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시사IN 신선영
2019년 9월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국회에서 11시간 동안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시사IN 신선영

윤석열 정부는 '검찰 공화국'인가

이번 글의 마지막 질문이다. 윤석열 정부가 야권의 주장처럼 ‘검찰 공화국’이라고 생각하는지 물었다. 여기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등판시켰다. 조 전 장관이 최근 펴낸 책 〈디케의 눈물〉에서 한 문단을 발췌하고 그에 대한 동의 여부를 물었다. 단, 개인에 대한 호불호가 영향을 미치는 걸 배제하기 위해 이 글이 누구의 진술인지는 밝히지 않고 물었다. 내용은 이렇다.

“군사독재 시대에서는 검찰권이 정치권력의 의도대로 운영되는 정도였다면, 이제 검찰 자체가 정치권력을 잡았다. ‘권력의 시녀’가 권력 자체가 된 것이다. 검찰청이 경찰청, 국세청, 관세청 등 17개 청 위에 군림함은 물론, 정부 각 부서 요직에 전현직 검사를 배치해 검찰 가족이 지배하는 나라가 만들어졌다.”

윤석열 정부와 검사 집단을 이보다 더 강도 높게 비판한 것을 찾기 어려울 것이다. 이에 대해 62.4%가 ‘동의한다’고 답했다. 진보층의 86.5%, 중도층의 59.9%, 보수층의 46.0%가 동의했다. ‘동의하지 않는다’는 25.7%, ‘모르겠다’는 11.8%였다(〈그림 11〉).

검찰 인식 조사를 설계하면서 몇 가지 가설을 세웠다. 첫째, 시민들은 대체로 검찰 이슈에 대해 무관심할 것이다. 둘째, 야권의 ‘검찰 공화국’ 비판은 너무 앞서 나간 측면이 있다. 셋째, 조사 결과는 진영 논리에 따라 진보와 보수로 확연히 갈릴 것이다.

조사 결과 시민들의 검찰 이슈 이해도는 짐작보다 훨씬 높았고, 검찰 공화국 비판에 대해서도 절반 이상이 동의했다. 진영 논리에 따라 응답이 갈리되 제 식구 감싸기나 돈 문제 등에 대해서는 모두가 비판적이었다. 검찰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은 많은 대목에서 ‘빨간불’이었다. ‘윤석열 정부와 검찰 권력’ ‘문재인 정부와 검찰개혁’ 문제를 다룰 다음 기사에서 이를 자세히 살펴볼 예정이다. 

이렇게 조사했다

# 모집단: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
# 표집틀: 한국리서치 마스터샘플(2023년 10월 기준 전국 89만여 명)
# 표집 방법: 지역별, 성별, 연령별 기준 비례할당 추출
# 표본 크기: 1000명
# 표본 오차: 무작위 추출을 전제할 경우, 95% 신뢰수준에서 최대허용 표집오차는 ±3.1%p
# 조사 방법: 웹조사(휴대전화 문자와 이메일을 통해 url 발송)
# 가중치 부여 방식: 지역별, 성별, 연령별 가중치 부여(셀가중)(2023년 9월 행정안전부 발표 주민등록 인구 기준)
# 응답률(협조율): 조사 요청 8563명, 조사 참여 1468명, 조사 완료 1000명(요청 대비 11.7%, 참여 대비 68.1%)
# 조사 일시: 2023년 10월16일(월)~10월18일(수)
# 조사 기관: (주)한국리서치

기자명 이오성 기자 다른기사 보기 dodash@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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