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검·경 수사권 조정 합의문에 서명하는 박상기 당시 법무부 장관(왼쪽)과 김부겸 행안부 장관. ⓒ연합뉴스
2018년 검·경 수사권 조정 합의문에 서명하는 박상기 당시 법무부 장관(왼쪽)과 김부겸 행안부 장관. ⓒ연합뉴스

검찰 권력은 기소권과 수사권에서 나온다. 오직 검사·군검사·특별검사만 형사재판을 청구할 수 있다(기소독점주의). 구속영장 청구도 역시 검사만의 권한이다. 2020년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이 통과되기 전까지 수사종결권도 검사에게만 있었다.

문재인 정부 검찰개혁론의 핵심은 검찰의 기소권은 남기되 수사권은 축소·폐지하는 것이었다. 찬성 측은 '비대한 검찰 권력의 견제'를 말하고, 반대 측에선 '수사의 효율 저하'를 이야기한다. 어느 쪽이 더 지지받을까. 검찰 인식 조사에서 응답을 들었다.

검사가 수사와 기소를 함께하는 제도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검사가 특정 사건을 수사하면서 기소 판단까지 하면 객관적 자세를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응답은 39.7% 나왔다(〈그림 1〉 참조). 수사권 조정에 힘을 싣는 의견이다. 반면 ‘검사가 특정 사건을 수사하면서 기소 판단까지 해야 실체적 진실을 규명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은 40.4%였다. 수사권 조정 찬반 의견인 ‘견제론’과 ‘효율론’은 이번 조사에서 팽팽히 맞선 셈이다.

검찰개혁 방안으로 ‘검찰의 수사권을 박탈하고 기소권만 줘야 한다’는 데 대한 생각을 물었다. 찬성 39.5%, 반대 45.8%였다. 문재인 정부의 핵심 정책이었던 만큼 어느 정도 예상된 찬반 대립 구도가 읽혔다. 광주·전라(59.5%), 진보(62.1%)의 찬성 의견이 높았다. 반대 의견은 대구·경북(60.3%), 보수(69.6%)에서 높았다.

검찰의 수사권을 경찰에게 일부 혹은 전부 넘기는 것은 대안이 될 수 있을까? 유능함과 공정성을 잣대로, 검사와 경찰 중 어느 쪽이 낫다고 여기는지 물었다. 검사라는 응답(23.2%)이 경찰이라는 답변(13.2%)보다 10%포인트 높았다(〈그림 2〉) . 50~59세를 제외한 전 연령대, 광주·전라를 제외한 모든 거주지 등 대부분의 분류에서 '검사가 낫다'는 응답이 앞섰다.

그런데 이 결과를 ‘경찰은 무능하므로 수사권을 넘겨줘선 안 된다’는 여론이라고 속단하기는 어렵다. 가장 비율이 높았던 응답은 ‘둘이 비슷하다(어느 쪽도 아니다)(57.1%)’였다. 응답자 과반수는 검찰과 경찰의 수사 능력이 비슷한 정도라고 여기거나 양쪽 모두의 역량에 회의적이다. 절반을 넘는 이런 응답은, 오히려 검찰개혁 반대 주장인 수사 효율론과 충돌하는 관점이라고 보는 게 타당하다. 예컨대 응답자 다수는 ‘유능한 검찰에게서 수사권을 빼앗으면 중범죄가 창궐한다’는 데 공감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검·경의 공정성에 대한 평가 격차는 유능함 부문보다 더 작다. 여기서도 가장 높은 응답은 ‘둘이 비슷하다(어느 쪽도 아니다)(58.0%)’였다(〈그림 3〉). 경찰이 더 공정하다는 응답자는 16.1%, 검사가 더 공정하다는 응답자는 19.5%였다. 어느 한쪽에 과반의 신뢰를 보낸 집단은 찾기 어려웠다. 이 결과를 수사기관 전반에 대한 불신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피장파장론’은 어느 한쪽의 권력이 과도하게 커졌다고 여기면, 견제를 위해 그 권한을 쪼개도 무방하다는 결론으로 나아갈 수도 있다.

“압수수색 불가피” 찬성 높아

검찰 수사 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지 물었다. 논쟁적 수사 행태를 몇 가지 제시했다. ‘피의자 범죄를 입증하기 위해 휴대전화 등에 대한 압수수색은 불가피하다’는 데 대해 78.0%가 ‘그렇다’고 답했다. ‘그렇지 않다’는 17.8%였다. ‘피의자 범죄를 입증하기 위해 검찰의 강압수사는 불가피하다’는 데 대해서는 42.5%가 찬성했다. 반대는 51.4%였다.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불구속 수사를 원칙으로 해야 한다’는 진술에는 51.3%가 동의했다. 42.7%는 반대했다. 정리하면 압수수색 찬성 의견은 매우 높고, 불구속 수사 원칙은 찬성이 다소 우세하며, 강압수사는 반대가 다소 우세하다. 검찰 수사 방식에 대한 비판은 분명 보이지만, ‘불가피하다’는 반박 의견도 건재하다.

검찰 수사 방식에 대한 의견은 갈리는 반면 ‘외압’에 대한 의견은 대체로 일치한다. 정파·지역·계층·연령을 가리지 않고 다수가 ‘검찰은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적으로 존재해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 전체 83.9%가 ‘그렇다’고 답했고, 12.8%가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검찰의 독립이란 무엇을 의미하는가? ‘검찰은 행정부에 속한 정부 기관이므로 법무부 장관의 지휘에 따라야 한다’는 진술을 제시했다. 현행법상 이 진술은 참이다. 정부조직법상 법무부 장관은 검찰 사무를 관장하고, 검찰청법에는 법무부 장관의 검사 지휘·감독권이 명문화되어 있다. 그런데 이번 조사에서 이 문항에 대한 응답은 팽팽하게 갈린다. ‘그렇다’가 44.8%, ‘그렇지 않다’가 45.4%이다.

검찰이 법무부 장관의 지휘에 따르면 ‘정치권력으로부터의 독립’이 위협받는다고 본 이들이 있을 수 있다. 예컨대 2020년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수사지휘권을 발동했을 때 이 논쟁은 격화됐다.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재판장 조미연)는 2020년 12월1일 “검사는 법무부 장관의 지휘·감독에 복종함이 당연하다”라면서도, “검찰총장이 법무부 장관에게 맹종할 경우 검사들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은 유지될 수 없다”라고 했다. 이 판결로 윤석열 검찰총장의 직무 배제는 효력이 정지됐다. 흥미로운 것은 더불어민주당 지지자(43.8%)보다 국민의힘 지지자(56.0%)가 더 높은 비율로 ‘검찰의 법무부 장관 지휘 복종’에 동의했다는 것이다. 윤석열 정부나 현직 법무부 장관에 대한 지지도에 따른 답변일 가능성이 있다.

검찰은 국민 여론을 살펴야 할까? ‘검찰은 수사의 방향을 정할 때 국민 여론을 감안해야 한다’는 문항에 ‘그렇다’는 의견은 44.9%, ‘그렇지 않다’는 의견은 49.3%가 나왔다. 동의하는 의견이 진보(53.2%)와 보수(38.6%)로 나뉜 가운데, 계층에 따른 상관관계도 보였다. 가구 순재산, 월평균 가구소득, 교육 수준이 높을수록 여론에 따른 수사에 부정적이었다. 단순히 형사정책에 대한 취사선택이 아니라, 엘리트주의에 대한 거리 감각 차이도 엿보인다.

응답자 다수는 검찰의 독립된 수사를 보장해야 한다고 여긴다. 정치권력, 법무부 장관, 심지어 여론으로 대표되는 국민 자신의 의사에도 맹종하지 않는 게 좋은 수사라고 생각하는 이가 적지 않다. 그러나 검찰이 검찰개혁까지 스스로 할 수 있다고 보는 이는 소수다. ‘검사는 법률 전문가이므로 검찰개혁은 그들 자신의 손에 맡기는 것이 옳다’는 진술에 대해 ‘그렇다’는 답변은 21.5%, ‘그렇지 않다’는 답변은 69.9% 나왔다. 이것은 검찰이라는 개별 집단의 도덕성을 불신한 결과일 수도 있고, 모든 권력기관은 자정이 불가능하다는 일반적 판단일 수도 있다. 결론은 같다. ‘칼’은 밖에서 갖다 대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조사했다

# 모집단: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
# 표집틀: 한국리서치 마스터샘플(2023년 10월 기준 전국 89만여 명)
# 표집 방법: 지역별, 성별, 연령별 기준 비례할당 추출
# 표본 크기: 1000명
# 표본 오차: 무작위 추출을 전제할 경우, 95% 신뢰수준에서 최대허용 표집오차는 ±3.1%p
# 조사 방법: 웹조사(휴대전화 문자와 이메일을 통해 url 발송)
# 가중치 부여 방식: 지역별, 성별, 연령별 가중치 부여(셀가중)(2023년 9월 행정안전부 발표 주민등록 인구 기준)
# 응답률(협조율): 조사 요청 8563명, 조사 참여 1468명, 조사 완료 1000명(요청 대비 11.7%, 참여 대비 68.1%)
# 조사 일시: 2023년 10월16일(월)~10월18일(수)
# 조사 기관: (주)한국리서치

기자명 이상원 기자 다른기사 보기 prodeo@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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